창업붐을 타고 정부/민간 주도의 각종 지원사업들이 줄을 잇는 분위기다.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큰 금액과 파격적인 지원을 건 대형 오디션 프로젝트들이 단연 눈에 띈다. 싸이월드의 글로벌 시장 실패로부터 계속된 자성 덕분인지 초기부터 글로벌 사업화를 밀어주는 프로젝트, 혹은 일단 네트워크(인맥)와 창업관련 지식부터 쌓게끔 끌어주는 행사도 있다. 조금 더 공을 들여 찾아보면, 정부와 각 지자체 주도의 창업지원 사업도 꽤 다양하고 활발한데다 규모도 작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지원사업, 또는 소위 인큐베이팅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을까. 우선 요근래 회자되고 있는 큼직한 지원사업들은 보통 수 백 팀이 지원해도 끽해야 열개 정도의 팀이 선발되고,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 몇 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미디어와 투자자들의 지원을 얻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슈퍼스타K> 이래로 TV에서 지겹게 봐 온 그 방식의 재활용이다.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을지언정, 별 중의 별이 되려면 창업을 결심할 때의 각오 만큼이나 지원사업에 임하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해 보인다.
경쟁이 다소 덜해보이는 다른 사업들도 대개 여러 단계의 평가 과정을 거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는데까지 최소 몇 개월씩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만 들고 있다가 이런 지원사업에 뽑혀야 비로소 창업하려는 경우라면 모를까, 선점이 경쟁력이 되는 요즘 세상에 이거저거 다 챙기며 여기저기 불려다니다간 볼 일 다 볼 듯 싶다. 이미 창업해 아이템을 실제 진행시키던 초기 기업이라면 더더욱.
엄살 부리지 말고 그 정도 결의와 근성과 꼼꼼함, 그리고 수완을 갖추는 게 성공적인 창업의 필수 요건일지도 모른다. 또 열정과 실력을 가지고 도전해서 성취하는자에게 그 만큼의 보상이 따르는 것도 일견 당연해 보이는 세상 이치다. 주최자들도 정부도 마냥 자선사업을 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지원’이란 건 그렇게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본업에 집중시켜, 어떤 아이디어가 최소한 싹은 틔워볼 수 있게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진짜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슈퍼-글로벌 스타가 될만한 종자를 발굴해 구글과 페이스북을 목표로 키워내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런 거창한 거 말고 현실적으로 업계에 ‘다양성’이라는 활력을 불어 넣고 있는 자발적인 창업자들을 응원해주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말 그대로 지원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에겐 여전히 볼멘소리로 들리겠지만,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부 주도의 기획만이라도 좀 더 폭넓게 기회를 주고, 절차를 간소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소 혜택이 줄더라도 말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창직인턴제’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역별로 운영기관을 선정해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1인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직원을 채용할 경우 6개월간 급여의 50% (80만원 한도)를 지원해주는 정부 주도 사업이다. 창직은 직업을 만든다는 뜻이고, 인턴은 말그대로 경험을 쌓는 단계의 수습 직원을 의미한다. 기업은 고용 부담을 50% 덜고, 취업준비생 또는 구직자는 기업에서 어느 정도의 급여를 보장 받으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제도로 보인다. 인턴으로 일한 직원이 나중에 그 경험을 살려 창업하게 될 경우, 창업 성공 보수로 200만원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 제도가 폭넓은 창업지원, 굳이 이름 짓자면 ‘풀뿌리 창업지원’의 좋은 예라고 설명한 이유는 다양한 응용성과 신속한 행정 절차 때문이다. 응용성이라 함은, 이 제도가 ‘인턴’과 ‘기업’의 자격에 대해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음에서 나온다. 나이나 창업시점만 맞으면 어지간해선 다 자격이 된다. 취업 준비생이든 이미 회사 경력을 가진 인력이든 뜻만 맞으면 1인 기업과도 조합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인턴은 전용 사이트에 구축된 인력 풀을 통해 구인할 수도 있고, 이미 뜻을 함께한 지인을 인력풀에 지원하도록 해서 합류시킬 수도 있다. 당장 인력과 예산이 절실한 소규모 창업자들에겐 이보다 좋은 지원이 또 있을까.
행정 절차의 신속성은 잘 준비된 전용 사이트와 지역별 운영기관의 빠른 업무 처리 덕분이다. 웹사이트는 비록 액티브X 때문에 익스플로러로 접근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구인자와 구직자 모두 한 곳에서 직관적으로 모든 절차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울러 등록이나 신청 후 빠르면 몇 시간, 늦어도 수 일 내에 어지간하면 승인이 나거나 전화로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긴 접수 기간과 평가,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여타 제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심지어 지원금도 날짜만 잘 맞추면 신청한 다음날 바로 입금된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4대보험, 급여 이체, 출근부 등 필수 서류 위주고, 지원 주체를 설득하거나 창업 기업 스스로를 포장할 필요도 없다.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게끔 종종 실사과 교육이 진행되니, 허술하게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서두에 말한 지원사업들에 비하면 창직인턴제는 약간의 관심과 정성만 있으면 누구나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칭찬을 들어 마땅하다. 몇 해간 지속된 운영 노하우가 쌓여 제도를 보완해 온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여전히 홍보가 부족하고 디테일한 안내가 떨어지는 면은 아쉽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긴 여행을 시작하는 외로운 창업자의 연료 혹은 비상식량으로 기능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또 누군가에겐 가뭄의 단비가 될 수도 있고.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 중, 이런 풀뿌리 창업지원 제도가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지원금이 아니어도 좋다. 기껏 결심한 창업의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든 멘토링을 지원하든 각 지역 세무사 사무소와 연계해 세무 업무를 돕든 방법은 많다. 핵심은 너무 골라내 지원하려 하지 말고, 적게라도 일단 지원해보라는 데 있다. 악용되어 낭비로 흐르지 않도록 검증하는 건 그 후에 해도 된다.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 지원하는 측도 모험해 볼 필요가 있다.
◆ 링크
창직인턴제 사업소개
창직인턴제 블로그
창직인턴제 전용 웹사이트
글 : 이동준
출처 : http://ldjok.blog.me/90141853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