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항상 효율적이라고 믿는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맹신을 깨는 사례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차 시장이다. 그 전지전능하신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사고 이력을 속이고 팔려는 딜러들의 간괴를 막을 수 없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중고차 가격은 실제 가격보다? 떨어지기 마련이다. 즉 멀쩡한 차도 속이는 차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가격이 싸진다. 사고를 낸 차주들도 대형 사고인 경우 중고차 가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사고이력이 남지 않는 정비소에서 차를 수리하길 바란다. ㅎ 누굴 탓하겠는가?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어떤 시장에서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시장 참여자들은 다양한 시도를 한다. 취업 분야도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이 상당한 시장 중에 하나다. 그래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구인자 쪽에서는, 그렇게 스펙 스펙한다. 결국 일정 수준의 스펙을 달성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라면 회사생활도 잘 할 것이라는 믿음과 더불어서, 스펙에 의존하면 어느 정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구직자 쪽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이직이나 구직에서 성공하고자, 유명한 기업을 찾기 마련이다. 신입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지만 대개 경력 직원들이 회사를 바꾸는 이유는, 구직 시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대개 회사를 옮기고 나서 정신을 차릴 때인 몇 달 후나 심지어 1~2년이 지나서 알게 되는 것들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꼴통 같은 상사나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의 문제, 사소한 업무 환경과 같은 상세한 정보는 이직 시장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미시적인 문제 때문에 직장을 옮긴다면, 이 문제는 다시 옮긴 직장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많다. 미시적인 문제이기는 하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소한 문제는 보편적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력 직원이 후회하지 않는 이직을 하려면 이직 시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극히 제한적이거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하다. 물론 그런 정보를 파악하고자 지인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개 겪어보지 않으면 그 충고가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경력사원이 성공적인 이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그런 미시적인 문제들 때문에 직장을 옮기지 않거나, 그런 문제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한다. 이게 안 된다면 옮겨봐야 똑같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