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3)] 스타트업의 팀 빌딩과 일 궁합(fit)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 여러분!

오늘 시애틀 하늘은 아주 맑네요. 시애틀은 10월부터 4월까지 거의 매일 비가 오는 도시라 날씨로만 보면 참 우울한 곳인데, 5월이 되면서 점점 해도 길어지고 환상적인 여름 날씨로 변해가고 있답니다. 맑은 날이 늘수록, 저도 덩달아 에너지가 마구마구 솟구치고있죠!

오늘은 지난주에 언급드린대로 스타트업 팀 빌딩 시 중요한 ‘일 궁합(fit)’ 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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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letscc.net/detail.php?idx=39644&k=together
일 궁합(fit)

사람 사이의 궁합이 안 중요한 곳이 없겠지만, 스타트업은 정말 팀원들 간의 궁합이 너무너무 중요하답니다. 직장인들도 상사, 동료와의 궁합에 따라 일의 성과가 올라가기도 하고, 회사 출근 자체가 고역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직장인들에게 있어 일이 차지하는 시간이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라면, 스타트업에겐 ‘몇 시간만 더하면 집에 간다!’하는 ‘버티면 되는 시간’이란게 없기 때문에, 대충 좋은척하면서 적당히 맞춰 일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양보와 합의 하에 서로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나랑 궁합이 딱 맞는 동시에 서로의 스킬 셋을 완벽하게 보완해 줄 사람을 찾는 행운은 드물기에 보통은 어느 한 쪽을 포기하거나, 절충하게 됩니다.

그럴경우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까요? 각자 처한 상황과 사업 아이템, 경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범답안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만, 저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회사가 필요한 포지션에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회사를 일굴 파트너를 찾는 것이라면, 현재 그가 가진 스킬셋 보다는 그의 일하는 방식, 삶과 일에 대한 태도가 나와 맞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기술은 새로 배워 익힐 수 있는 반면, 사람 성향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SpurOn 경험을 예로 들어볼께요. 저는 계획짜는게 취미일 정도로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할 일 리스트가 앞에 있고,마감 기한이 있어야 움직이는데 반해 창업 동지이자 엔지니어 출신의 CEO인 B는 언제까지 뭘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또한, 선언한 일에 대해서 책임감이 매우 강해 혹시라도 일에 차질이 생기면 꼭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저와는 달리 성향 자체가 느긋하고 태평스러워 미팅에 자주 늦으면서도 큰 차질이 생기지 않는한 그냥 덮어두고 가는 B 때문에 제가 한 두번 맘이 상했던 것이 아닙니다. 늦은 시간이나 주말 내내 일하는 것을 개의치 않지만, 미리 약속되지 않은 일정은 힘들어 하는 저는 B가 시도때도 없이 날리는 ‘일 번개’때문에 거절은 못하고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곤했습니다.

갈등은 이렇게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런 갈등은 누가 옳고 틀려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다른데 생기는 갈등입니다. 제가 B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상으로 (일과 관련하여) 매사에 뻣뻣한 저 때문에 B 도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다른 파트너를 만났더라면 저처럼 스트레스를 받아 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를 죄책감이 들게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죠. 실제로, 저를 홧병나게 했던 이 ‘시간 지키기’에 대한 이슈는 다른 창업 동지인 J와 B 사이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답니다. 둘은 원래 친구 사이였고, 둘 다 느긋한 성향이라 저만 혼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죠.

사소한 듯 보이지만 한번 이러한 성향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 스트레스가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다른 곳에서 갈등이 증폭될 위험이 있는게 문제입니다. 노력해서 절충한다고는 하지만, 사람의 기본 성향은 잘 안바뀌니까요.

두 번째 사례로, 원래 SpurOn의 공동 창업자로 등재했다가 내보낸 W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아마존에 있다가 최근 마이크로 소프트로 옮긴 그는 스킬셋 측면에서만 보면 슈퍼 스타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9시 출근 5시 퇴근을 하며 사진, 하이킹,요리 등을 즐기는 그는 자유롭게 일하고자 본업(day job)을 대신해 줄 ‘자기 회사’를 차리는 일에는 관심이 있지만, 현재의 취미 활동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죽기 살기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때문에 그는 탐나는 개발자지만, 스타트업에 대해 그와 SpurOn팀은 비전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공동 창업자로 등재까지 마친 W를 팀에서 내보내게 된 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한편,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찰떡 궁합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을 위해 개발자 파트너를 물색 중인데, 물망에 오른 친구 중에 K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앞으로 18개월동안 일하지 않고 스타트업에 전념할 수 있는 만큼의 돈을 모아놓고 올해 초 다니던 회사를 과감히 그만 두었습니다. 저보다 작은 키의 그는 경력이나 외모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는 제게 ‘나는 마케팅을 모르니, 이 분야에 대해서 완전히 믿고 맡길 파트너를 찾고있어’라고 말합니다. 마치 제가 ‘나는 기술적 관련된 모든 결정을 믿고 맡길 파트너를 구해’라고 하는 것처럼요. 아직은 초기 단계라 단정하기 이르지만, 몇 번 미팅을 잡아 얘기해 본 결과 이 친구는 나와 일하는 방식이 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 친구를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추후에 진행사항을 업데이트 드리겠습니다.

궁합이 맞는 파트너 찾기

각설하고, 그럼 나랑 궁합이 딱 맞는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본인 자신을 잘 알야아죠. 내가 어떤 일에 동기 부여를 받는지, 내가 어떤 일에 의욕이 상실되는지, 내게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자아실현? 돈? 경력? 등등)인지, 내가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스타트업에 쓸 용의가 있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와 창업 파트너 예정자에게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솔직한 직설 화법이 트레이드 마크인 제가 위에 언급한 질문은 물론 저를 속터지게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대화를 끌어내지 못했던 이유는, 지난 컬럼에서 밝혔듯 처음 SpurOn에 참여하기로 했을 때의 저의 감정 상태는, 핸디캡이 있는 -불안한 영어로 마케팅을 해야하는- 나를 공동 창업자로 인정해 준 팀원들에게 감지덕지하던 터라 스스로에 대한 가치평가는 물론이고, 내가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길 원하는지도 정립되어 있지 않던 시점이었습니다. 때문에 뭔가 불편한 이슈가 생기면 내 잘못인 것처럼, 내가 맞춰야 하는 것처럼 소극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스타트업에 뛰어들게되면, 간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이런 부분입니다. 특히 정형화된 교육을 받은, 프로세스 없이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을 잘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저처럼 회사를 만든다는 황홀경에 빠져 ‘궁합? 그냥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회사를 다닐 때처럼, ‘일단 참고 일하다 퇴근하자’라는 마인드 셋이 통하지 않습니다. 한편, 정말 함께하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럭셔리한 경험일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성향과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나는 어떤 창업 파트너를 원하는지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담인데, 저는 제 인생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2008년부터 내가 원하는 파트너 항목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발견했을 때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 저와 함께 오늘부터 내가 원하는 창업 파트너의 항목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런 사람들끼리 서로 이어주는(match making) 비즈니스를 하는 것도 재밌겠네요.

참, 우리 모두가 원하는 근사한 창업 동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여러분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글 :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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