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누가 소를 키우나? – 정치적 에코 시스템에 대하여..

광우병 이야기는 아니다. 낚시질 하려고 한 제목은 아니고, 오래 전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정치 입문을 권유하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거절의 뜻으로 손석희 교수가 한 말이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라는 말이었기에 따온 것이다. 즉, 너나 할것 없이 정치판에 뛰어들면 뉴스보도나 정치 평론과 같이 정치 발전을 위해서 함께 수반되어야 할 일들은 누가 책임지겠냐는 뜻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에스티마 님의 글 왜 미국언론인들은 정계진출을 하지 않을까? 를 보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그 동안에 한국의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에는 정치와 함께 발맞추어서 함께 발전하고, 비판과 감시의 역할을 해 주어야 했던 언론이나 정치연구를 위한 Think Tank, 그리고 정치 평론가 등도 책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정치권에서 권유가 있거나, 기회가 나는대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 언론과 정치평론 등, 정치적 에코시스템 구축 자체가 많이 후진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미국을 보면 조금 부럽긴 한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번 소개를 했던 David Besanko 교수님의 Federal Policy – Public Economics for Business Leaders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미국의 공공정책과 정책 현안 등에 대해서 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정치는 정치가와 정치가들을 후원해주는 개인 및 기업, 그리고 정치 평론을 담당하는 사람들, 대학 교수들, 그리고 Think Tank 까지.. 정치가 이외에도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에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Think Tank

그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에 하나는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 Think Tank들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씽크탱크들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지만, 미국처럼 권위가 있거나 분석의 깊아와 스펙트럼이 넓지는 못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연구원 혹은 필진들이 대학교수나 전문 연구원들로 구성되는데, 미국의 정치 현안이나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들에 대해서 많은 리포트를 내놓고 있었다. 물론 설립취지나 자금지원 등에 따라서 정치적 색채를 띄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시각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깊이 있는 분석이 함께 된다면 분명 사회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 역할을 하리라.

이곳에서 대표적인 Think Tank 들을 몇 곳만 소개하자면,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 레이건이나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 뜻을 같이 하는 보수적 연구소
Bipartisan Policy Center: 과거 국회의원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중립적 성격의 연구소
Brookings Institution: 워싱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연구소 중에 하나. 중도 혹은 약간은 진보적 색채의 씽크탱크
Cato Institute: 자유시장경제 및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liberal 색채의 연구소
Center for American Progress: 클린턴 정부의 사람들이 설립한 진보적 색채의 연구소
Center for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미국의 경제적 이슈에 집중하는 중도 좌파/진보 연구소
Concord Coalition: Kellogg 출신에 의해서 설립. 미국의 예산문제에 대해서 집중. 중도 보수
Economic Policy Institute: 노동시장문제에 대해서 집중하는 중도 좌파/ 진보 연구소.
Heritage Foundation: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think tank중에 하나로서 보수적 성향을 띔
Hudson Institute: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강경노선을 주장하는 보수적 연구소.
Manhattan Institute: 보수적 think tank.
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논문이 출시되는 곳. 중도적 성향이 강하고, 특히 최근에 좋은 아티클들을 읽은 것 중에서 이곳에서 출간된 것들이 많았던것 같다.
Roosevelt Institute: 금융시장 문제에 집중하는 진보적 성향의 연구소
Progressive Policy Institute: 빌 클린턴 대통령과 노선을 같이 하는 진보적 연구소
Tax Policy Center: 미국의 세금과 예산 문제에 집중하는 씽크탱크

Blog

그 외에도 정치가들의 다양한 활동과 정책 등에 대해서 평론을 가하는 평론가들, 경제학자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들이 있다. 이 중에서도 정치 색채에 따라서 나열해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BOLD.)

중도 진보/좌파 (Center-left)
• Ezra Klein: http://www.washingtonpost.com/blogs/ezra-klein
• Jonathan Cohn: http://www.tnr.com/blogs/jonathan-cohn
• Timothy Noah: http://www.tnr.com/blogs/timothy-noah
• Matthew Yglesias: http://www.slate.com/blogs/moneybox.html
• Mark Thoma: http://economistsview.typepad.com/
• Paul Krugman: http://krugman.blogs.nytimes.com/
• Brad DeLong: http://delong.typepad.com/sdj/

중도 우파/ 보수:
• Greg Mankiw: http://gregmankiw.blogspot.com/
• Keith Hennesey: http://keithhennessey.com/
• Megan McArdle: http://www.theatlantic.com/megan-mcardle/
• E21: http://economics21.org/
• James Pethokoukis: http://blog.american.com/author/jpethokoukis/

중립적:
• New York Times Economix blog http://economix.blogs.nytimes.com/
• Project Syndicate: http://www.project-syndicate.org/
• Vox: http://www.voxeu.org/

Op-ed

그 밖에도 유명 신문에서 op-ed (나도 지금까지 opinion editorial 의 약자인줄 알았는데, 위키에서 op-ed를 찾아보니 opposite the editorial page의 약자라고 한다.), 그러니까 정기적인 사설 평론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정치평론가들의 평론을 싣는 경우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op-ed만 모아놓는 사이트들도 꽤나 있다. 즉,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서 언론이 사실 전달 측면에서 전혀 가치창출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차별화가 안되기 때문에, 몇몇 사이트들은 사실 전달보다는 그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서 견해를 밝히거나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나타내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사이트들 중에서 내가 종종 가는 곳은 project syndicate 가 있다.

한국은?

우리나라에도 정치 평론의 영역은 오래전부터 발달해 왔지만, 최근들어서 ‘나꼼수’나 ‘이털남’ 등등을 중심으로 인터넷이나 팟캐스트를 통한 정치평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좀더 익살스럽거나 감정적인 경우도 많고, 사실 관계가 확인이 잘 안되는 경우 혹은 폭로에 치중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이들을 본격적인 정치 평론으로 봐야 할지, 토크쇼 진행자들의 풍자 수준으로 봐야할지 애매하긴 하다.

특히 나꼼수의 경우는 이들의 정보력이나 파급력이 단순히 정치에 대한 풍자라고 보기에는 그 파워가 너무 크니까.. 따라서 이들이 현실정치와 분리되어서 서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생각. (실제로 김용민 출마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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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주간경향 공식 블로그
물론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타당한 이유들이 있겠으나,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그만두는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스스로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정치가들과 그들의 (금전적/심리적) 지지자들과 평론가들, 그리고 씽크탱크까지가 모두 확실히 자리잡고 제대로 역학을 수행해야만 정치적 에코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볼 수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론가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이 큰데, 위에 예로 든 미국의 대부분의 평론가나 경제학자들도 뉴욕타임즈나 워싱톤 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는 형태로 이런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최고 언론은 지금 현재 네이버이고, 네이버는 정치 평론과 비판의 기능을 하나? 잘 모르겠네…

다음으로는 Think Tank (씽크탱크)들이 깊이 있는 분석과 연구를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 실제로 한국에서 여의도 연구소나 희망제작소 같은 몇몇 곳들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반영할 만큼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도, 정치가들이 잘 활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즉, 정치인들이 자신들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곳들의 자료를 인용하는지도, 이들의 연구활동을 잘 지원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이 객관적인 통계나 근거가 되는 자료등을 인용하는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정치적 에코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것에는 정치인들 스스로의 책임이 큰 것 같다. 너무 날 선 비판을 하면 없애버리고, 너무 인기가 많아져버리면 영입해버리는 행동들 말이다. 그런면에서 손석희 교수의 ‘소는 누가 키우나?’ 발언은 통쾌한 느낌마저 있다.

자기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자기 영역 바깥에 있는 사람과 그들의 역할을 인정해줌으로써,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보장해 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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