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나누자. 말이 참 좋다. 그런데 어떻게?
“얼마 전 직장생활 3년 차 여성분이 있었는데요. 흥미 없는 직장 업무들로 인해 점점 나태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새로운 활력을 넣고 싶어했죠. 그때 직장 생활 8년 차 분의 ‘직장생활 창조성 불어넣기’ 위즈도밍에 참여하고나서 삶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오셨어요.”
위즈돔(www.wisdo.me) 한상엽 대표의 말이다. ‘위즈도밍’이란 말은 위즈돔이란 서비스를 통해 지혜를 나누는 행위를 표현한 말이다. 이 서비스는 사람들의 인생 경험, 이야기, 지혜를 모으고 또 나누는 공유 플랫폼이다. 사용 방법은 쉽다.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 그리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지혜를 나누기 위해 소수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대규모 강의나 너무 진지한 컨설팅 자리가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다 보니 모집 인원도 소수에 만남을 위한 비용도 저가다.
곳곳에서 ‘마감(?)’을 의미하는 ‘Sold out’ 마크가 눈에 띈다.
한상엽 대표는 작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 ‘1%를 위한 자본주의를 99%에게 되돌려주자’는 구호를 인상 깊게 봤다. 그는 사회적 자본 역시 학력과 지역, 소득, 부모의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사회적 변수에 따라 소수에 집중돼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기존에 알고는 있지만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몰라서 상상할 수 없었던 관계를 사이트를 통해 보여주고 제안함으로써 인생의 경험과 이야기, 삶의 지혜,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광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부터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또 소개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의 짧은 삶에도 중요한 순간에는 제가 만났던 사람들, 또 소개받은 사람들이 서 있었어요. 그들과의 만남이 오늘의 저를 만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변화와 영향에 관심이 많았어요. 결국 정보, 기회,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소득, 직업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는 주변 지인에 의해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면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을 직접 만나 그 경험을 들을 수 있다면, ‘내가 갈 수 없던 그 길도 보이게 되겠지’ 싶었다.
위즈돔 참가 인원, 장소, 시간, 가격 등은 모두 ‘멘토’가 설정하며 전체 참가비의 20%가 위즈돔 플랫폼 수수료다. 현재 참가비용은 평균 1만원 ~ 3만원이며, 이 비용에는 장소 대여나 찻값 등 실비가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 오픈 겨우 두 달째다. 회원수는 고작 수백명 수준이지만 빠르게 늘고 있고 입소문만큼 수요자들의 재구매율도 높다.
위즈돔은 현재 5명짜리 작은 조직으로 소셜벤처캐피탈인 소풍에서 시드머니 투자를 받았다. 한 대표는 이 시드머니를 바탕으로 6개월 동안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다각도록 실행할 생각이다.
한상엽 대표에게는 위즈돔이 첫번 째 사업은 아니다. 대학생 때는 연세학생벤처센터에 입주해 2년 동안 뭉크(Munc)라는 웹 콘텐츠 공급 회사를 운영하면서 네이버, 다음 등 약 50여 명에 이르는 디자이너를 관리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에 특히 관심이 많아 사회적 기업 및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 연구하고 실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그룹 `넥스터스Nexters`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한 대표에게 물었다. 왜 돈도 없으면서 자꾸 창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창업을 하는 데 있어, ‘돈’이 매우 중요하지만, 돈을 끌어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공감에 얻어 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창업의 여부는 ‘돈’이 아닌, 제가 하려는 ‘일, BM’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었다. 요즘 재능기부나 대중 강연 등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가 널리고 널렸는데 위즈돔은 무슨 차별적 가치가 있느냐고.
“‘위즈돔’은 재능기부가 아닌 ‘지혜 및 지혜 공유’ 모델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부를 베풀고, 다른 한쪽이 시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알고 또 조금 더 경험이 있는 사람이 먼저 자신의 것을 나누고 또 참석한 사람과 소통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지요.”
한 대표는 SNS나 인터뷰, 동영상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 오프라인으로 만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듯 했다. 상상했지만 만날 수 없었던 관계들, 혹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관계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위즈돔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미래 가치와 네트워크가 발화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는 ‘초월적 동네’가 주목받는 요즘 ‘사회적 관계의 신뢰 구축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란 무형의 가치를 서비스에 투영시키고 싶어 했다. 그들의 사회적 가치가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 먹혀 들어갈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개월 정도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위즈돔이 지혜나눔의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라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 그만
출처: http://www.ringblog.net/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