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에 목숨건 수치스런 블로그 마케팅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할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은 “PV를 게런티 해 줄 수 있습니까?”이다. 10만 PV 게런티면 10만
PV가 나올 때까지 블로거들을 들들 볶아서 책정된 예산 안에서 여러개의 글을 뽑아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블로거에겐 원고료
10만원을 주고 10만 PV가 나올 때까지 글을 2,3개씩 쓰게 해야 한다는 말이 게런티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내가 하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게런티를 해 주면 게런티 이상으로 PV가 나왔을 경우 인센티브를
주십니까? 10만 PV 게런티하면 100만 PV나오면 인센티브로 책정된 예산의 10배를 주겠습니까? 그러면 게런티해드리죠” 그 후
담당자의 표정은 굳어지기 일쑤이다. 참 뻔뻔하지 않을 수 없다. 게런티를 위해서 블로거들에겐 여러개의 글을 요구하면서 초과했을 때
인센티브 이야기를 하자 말이 쏙 들어간다.

PV 100만? 풋… 어렵지 않다. 조회수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다줄 수 있다. 키워드 선점하고, 양아치 짓 해대면
100만이 아니라 1000만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1000만의 PV가 모두 기업에 화살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그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OK이다. 그리고 블로고스피어도 망가질게 뻔하다. 현재 그렇게 진행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기업은 PV를 원한다. 효과 측정의 방법이 PV뿐이라 맹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부에 보고할 때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PV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야 돈도 거기서 나올테니 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허수에 불과한 PV를 가지고
욕심을 냈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 뻔하다. 스크랩 이벤트, 키워드 선점, 자극적 이슈는 결국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자화자찬의 글들이 넘쳐나는 블로고스피어에 과연 마케팅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기업의 구조를 알고 블로거들은 변해가고 있다. 돈이 나오는 곳을 향해 변해가는 것이다. PV가 높게 나오게 하기 위해
별의 별 짓을 다한다. 심지어 포탈 직원들에게 당근과 채칙으로 자신의 글을 메인 노출 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눈물 겹다. PV가 높게 나오면 그 이유만으로 기업을 협박하기도 한다. 악순환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기업은 PV를
원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블로거들은 블로고스피어를 해친다. 결국 블로고스피어는 망가지게 되고, 기업은 매출에 도움이
안되는 블로고스피어를 내팽게친 체 다른 매체로 유유히 돌아선다.

이런 악순환이 되지 않기 위해선 블로거들이 나서야 하겠지만, 다수는 책임이 분산되기에 나서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있다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렇다면 마케터는? 역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나야 천지호가 롤모델이기에 미친 놈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지만,
우리 회사의 입장에서는 나를 믿고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면에서 난 참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부분의 블로그 마케터가 속한 회사는 이러기 힘들다. 갑이 시키는데로 하는 것이 을의 의무 아니겠는가. 결국 PV를 쥐어 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갑에 대해 맞설 수 있는 을은 내쳐지면 그만이니 말이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로 다시 들어가
블로고스피어를 썪게 만들고 망하게 만들어 회사도 망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갑인 기업은 다른 매체로 유유히 돌아설 것이다.

참 애매하다. 답은 광고주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광고주 중 의사결정권자의 마인드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이 PV에
목숨걸면 다들 PV에 목숨 걸어야 한다. 반면 이들이 긍정적인 바이럴을 원한다면 블로고스피어의 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의사결정권자들 중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긍정적인 바이럴이 되도록 창의력을 최대로 가동한다. 그렇지 않은 광고주와는 싸우다 싸우다 안되면 힘 없는 대리이기에 그냥
시키는데로 해 주긴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안봐도 비디오이기에 참 안타깝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수치를 가장 최우선에 둔 블로그 마케팅은 결국 수치스런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다. 그건 마치 돈을 쫓아 미친듯이 뛰어가는
사람과 똑같다. 돈을 쫓아가면 결국 돈은 더 멀리 떠나버리게 되고, 돈에 눈이 먼 사람이 되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패가망신하기 일쑤이다. 돈을 버는 사람은 돈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해 정직하게 임한다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 마케팅도 수치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블로거의 열정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직하게 임해야 한다. 그러면 수치는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수치스런 블로그 마케팅은 이제 그만하자. 멋지고 자랑스런 블로그 마케팅을 해 볼 의향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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