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몰락은 언제부터였을까? 소니의 현재 상태가 있게 한 것을, 그들 특유의 폐쇄성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VHS와 싸우면서 베타 포맷을 열심히 밀었던 때부터, 소니 몰락의 시작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은 너무 오버인가? 역사적인 결과에 대해서 전략적인 면을 두고 평가하기란 쉽다. 하지만 그 전략이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략의 유효성을 이야기하는 건 항상 논쟁수준이다. 전략이 적용되고 승패가 나눠지기 전엔 누구의 주장도 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소니의 폐쇄성이 이야기될 당시엔, 소니의 전략을 비난하는 이도 있지만 소니의 전략을 옹호하는 이도 있었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비난하는 나름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고, 반대로 옹호하는 진영에서도 그들 논리에 맞는 자료를 모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고 보니, 애플의 상황도 비슷하다. 애플이 지금처럼 잘나가는 것도, 어떻게 보면 폐쇄성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폐쇄성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애플의 전략이 유효하니, 일단 애플 승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애플이 돈을 잘 벌고 있기 때문에, 이런 평가를 받는다.
물론 소니가 기업을 할 당시와, 애플이 1등을 하는 지금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바로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성공의 크기도 다르니 말이다. 소니의 폐쇄성 전략이 나빴고 열등했으며 애플의 폐쇄성 전략이 우수하고 효과적이다는 게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이런 점이다. 일단 사업이라면 그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라면 돈을 벌지 못한다면, 어떤 논리나 전략도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돈이 잘 벌리기 시작하면 그 방법을 고수한다. 아울러 기존의 방법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려고, 그 방향으로만 자신의 능력을 키운다.
하지만 이게 패착인 경우가 많다. 가령 마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마차에 대한 생산능력을 엄청나게 늘렸다가, 어느날 나타난 자동차 때문에 한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게, 이런 경우다. 회사를 키우고 정상 궤도로 올리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성공 이후의 사업 모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몇 개 아이템 중에 하나라도 성공해서 잘 나간다면, 그 다음이 문제다. 성공한 아이템을 계속해서 깊게 팔 것인가? 아니면 제2의 도약을 위해서 그 아이템을 대체하는 무언가를 개발할 것인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조직은 조직 내부가 아닌 밖을 바라 봐야한다. 하지만 성공한 조직은 특히 경쟁할 대상이 없는 조직은, 대개 조직 내부로 시선을 돌리고 그리고 그들끼리의 전략을 고수하다 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직이란, 그래서 참 어려운 것 같다. 잘해보려고 만들었는데, 결국 그렇게 만든 조직 때문에 조직이 망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