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열린 대한민국 인터넷 3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NHN 김상헌 대표가 ‘포털의 진화와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실제 내용을 다 들은 게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보도를 통해 접한 단순 내용만 놓고 보자면 안타까운 점도 없지 않다.
김 대표는 강연 중 한국 포털의 성공 요인으로 ‘한상차림’을 들었다.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 같은 한국 포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한정식의 한상차림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맞다. 편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부연한 설명처럼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 사이에서 결과적으로 균형점을 찾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적인 특수성을 이런 면에서 보자면 조금 이해할 수도 있긴 하다. 벤처에서 중소 등 풀뿌리 기업이 살기 어려운 풍토,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형마트가 동네에 깔아놓은 준대규모점포(SSM)는 분명 편하지만 동네 상권은 요즘 말이 아니다.
국내 포털도 예외는 아니다. 몇 해 전 누군가 한 조사결과를 얘기하면서 “국내 하루 인터넷 사용자 10명 중 8명은 포털에 들어왔다가 나간다”며 포털이 아니라 토털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포털이 지배하는 이 한상차림 시장에서 즐거운 게 그들인 건 당연하나 ‘협력사’와 함께 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성공했다고 해서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성공시키며 이미 아이팟 시절 조 단위 액세서리 시장을 창출해냈다. 국내 시장에도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액세서리 시장이 생겨났다고 한다. 비록 ‘한상차림이 아니어서’ 불편할 수는 있으나 구글은 수많은 인터넷 생태계에 트래픽을 분산해주면서도 얼마든지 돈을 번다.
국내 포털이 편한 건 분명하고 개인적으로도 ‘길들여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편하다. 하지만 국내 포털은 검색을 중심으로 하고 원본을 중시하지 않는 닫힌 서비스라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포털 내부에는 수많은 불법복제된 복사본이 산재해왔다. 국내에서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포털의 선택을 받지 않는 한 적어도 트래픽으론 쉽지 않다. 해외 블로거처럼 자신이 쓴 ‘반찬’에 걸맞은 SEO 기법만 최대한 활용하면 과연 국내에서도 성공을 할 수 있냐 되묻는다면 시원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가치를 창출해내는, 아니 발굴해내는 것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의 몫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 더구나 김 대표의 말처럼 ‘한상차림’ 포털이 주도하는 국내 시장에선 포털이 독점하는 트래픽을 해소해야 한동안 유행한 ‘상생’이 생기고 진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국내 포털이 다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포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스마트폰,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잡아서 PC 인터넷에서처럼 트래픽을 독점하겠다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드는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 대표의 “모바일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은 만큼 대한민국 인터넷의 행운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속에 이런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한켠에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 lswcap
출처: http://lswcap.com/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