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서점의 매대나 신문 가판대에서, 책이나 신문을 집을 때 사람들은 바로 위의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대개 그 밑에 있는 책이나 신문을 집는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위에 있는 것은 사람들의 손 때가 많이 묻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 때문이라는데, 조사를 해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맨 위에 있는 책이나 신문을 번갈아 가면서 보게 된다고 한다. 맨 위의 책이나 신문 아래에 있는, 다른 사람이 만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문이나 책은 이전 내 앞앞에 다녀간 사람이 읽었던 책이나 신문일 가능성이 높다.
화장실에서 가장 더러운 칸은 어디일까? 아마도 출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개 화장실에 가면 출입구 첫 번째 칸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첫 번째 다음 칸이나, 그 다음 칸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가판대 사례나 화장실 사례 모두, 자신이 믿는 것에 반하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 정도다. 대중의 선택의 역선택을 하는 게 사실 대중의 선택이 된다는 대중의 역설?이 그 하나고. 다른 것으로, 일상을 살면서 자신이 믿는 것에 속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서 사실 여부를 그렇게 따지지 않는 것 같다.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일단 감정이 선택한 것을 이성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가 많은 걸 보면, 믿는 것의 사실 여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살면서 적당한 회의주의나 의심의 눈초리로 세상을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이든 맹신이나 한쪽으로 치우치고 나면, 그 믿는 존재에게서 배신 당했을 때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깨끗한 신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다수의 손을 탄 신문이나, 깨끗한 화장실이라고 믿었던 칸이 가장 더러웠다는 사실에, 상처 받을 이는 없지만. 믿음의 대상이 사람이라고 한다면, 다른 이야기다. 예전에 한석규가 나온 넘버3 영화가 생각난다. 50퍼센트만 믿어도 무척 많이 믿는 것이라는… 불후의 대사 말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