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스타트업 열풍이라 부를 만 하다.
여기저기서 스타트업과 관련된 행사가 이어지고 있고 각종 스타트업 기업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소개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 창업에 대한 열기도 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려는 정책이나 기관도 속속 참여하면서 10여 년 전의 벤처 창업 열풍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10여 년 전의 ‘거품’에 대한 우려감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스타트업은 이전의 벤처창업과 다르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청년 실업에 대한 대책으로서의 ‘창업가 육성책’이 아닌 진정 ‘창업국가’로 질적 양적 성장을 하기 위한 집중적인 논의와 실행이 발 빠르게 실행되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정부나 지자체와 학교 위주로 창업을 활성화 하기 위한 논의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창업에 성공했거나 직간접적인 창업 경험을 나눠주기 위한 SNS 활동 등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인 창업 멘토들의 활동도 활발하다는 점도 이전과는 극명하게 다른 모습이다.
실패를 경계하되 두려워하지 말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기반으로 창업해 5년간 고생하다 결국 실패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해도 동일한 기간 동안 취업해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미 웨일스 위키피디아 창업자는 지난 5월 2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SSN)가 공동 주최한 ‘2012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 창업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창업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격려의 말이었다. 물론 창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의 창업붐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새로운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창업기업의 실패율은 3년 차 34%, 5년 차 54%에 이른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4~2009년 6년간 연평균 창업사업체가 59만5,336개 생겨났지만 이에 육박하는 57만 7,501개가 문을 닫았다. 그만큼 창업의 길은 험난하고 성공 기업은 적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업이 100% 성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동의한다. 적어도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실패자의 재도전에 대한 사회적 환경이 조금씩이나마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예전과 다른 점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런 재도전의 기회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에 화답하듯 재도전이 원활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위해 창업자 및 실패 기업인의 회생•파산 절차 시, 법률구조공단(소기업 대상), 지역별 법률인 모임(창업 및 중소기업 대상)을 통해 무료 법률서비스 제공하는 것은 물론, 창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위험 조기경보 및 실패 시 재기과정까지 일괄 지원하는 ‘SOS 컨설팅사업’도 내년 운영될 방침이다.
또 현행 재창업자금 중, ‘생산지원금융(재창업 네트워크론)’을 개선해, 현재 구매기업 범위를 공공기관, 상장기업 등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우량 중소기업 등으로 확대하고, 구매기업의 대금지급확약서 대신 당사자간 계약서만 징구토록 하는 등 자금신청 서류도 축소하게 된다. 시중은행 및 금융공기업 등 은행연합회 회원사 20곳이 돈을 모아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이 5월 30일 출범했다. 자금의 흐름도 청년 창업에 맞춰져 있어 ‘지금이 창업의 적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대그룹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 선대 회장 타계 10주기인 2011년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창업자 가족들과 관련 기업들은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5000억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재단은 창업교육 및 지원, 청년 해외인턴 파견, 해외봉사단 파견, 청년 비영리단체(NPO) 지도자 양성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청은 현재 엔젤매칭투자를 해주는 지원책 외에도 엔젤투자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로 지적되는 회수(exit) 방안 확대를 위해, 엔젤이 투자한 창업기업 지분을 전문적으로 인수하는 ‘엔젤지원형 세컨더리 펀드’에 200억원을 조성한다.
또 실리콘밸리 등 미국 진출 청년기업 등에 투자하기 위한 ‘코러스(KORUS)펀드’가 500억원 규모로 올 연말 결성될 예정이다. 인수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최소 305억원 규모로 `중소벤처기업 M&A매칭펀드`를 결성하는데 합의했다. 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며 모태펀드에서 300억원, 한국벤처투자가 나머지를 출자하는 구조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벤처캐피탈 협회가 발간한 연보에 따르면 2011년 벤처캐피탈 업계의 실적은 전년도 대비 15.6% 증가를 기록하며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규 조합결성 규모 역시 2조 276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VC 업계의 투자여건도 호조세를 띄고 있다.
벤처기업 수 역시 종전 기록을 갈아치우며 순조로운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2011년 말 기준) 벤처기업 수는 2만 6148개사로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총 투자재원 역시 전년대비 1조 8030억원이 증가해 10조원을 돌파했다.
동병상련, 창업 선배, 동료들이 직접 나선다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나 각종 공공기관의 창업 지원책이 아니더라도 최근의 창업에 대한 관심은 민간 내부의 근원적인 변화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창업가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10여 년 전에 있었던 ‘창업꾼’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최근 민간에서 창업가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은 직접 투자자도 되고 멘토도 되어주어 투자자와 멘토가 서로 달랐던 예전의 투자 패턴과 질적으로 다르다.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고 창업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때도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창업팀이 아직 꾸려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벤처 기업가를 교육시키고 초기 투자까지 감행해주는 조직이 있다.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워크 ‘프라이머’ 그룹은 이니시스,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이 직접 젊은 벤처 사업가를 발굴하여 투자한다. 이들은 기업 공개(IPO) 등의 엑시트(Exit)을 경험했기 때문에 좀더 실질적인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첫눈 등을 창업한 장병규 대표가 본엔젤스를 통해 초기 단계의 벤처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초기에 투자한 ‘틱톡’ 개발사 매드스카트를 SK플래닛에 M&A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점도 눈에 띄는 성과다. 카카오톡을 성공시킨 김범수 의장은 아예 초기 투자를 위한 벤처캐피털 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만들어 투자를 진행중이다. 네오위즈 인터넷은 최근 창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 ‘네오플라이’를 부활했다.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와 아블라컴퍼니 노정석 대표는 ‘패스트트랙 아시아’라는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템과 회사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자원을 준비해둔 채 CEO를 영입해 사업을 추진시키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아이템은 바뀔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빠르게 확인하여 CEO에게 실패확률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패스트트랙 아시아를 통해 굿닥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두 번째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하나TV 사장 출신 고영하 회장이 이끄는 ‘고벤처’는 벤처들끼리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신생 벤처에 멘토링과 함께 투자를 집행한다. ‘벤처스퀘어’는 벤처들이 기성 언론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사업 이야기를 하고 벤처 기업을 도우려는 자원봉사자들의 품질 높은 칼럼을 공급하는 미디어로 순항중이다.
특히 벤처스퀘어를 비롯해 레인디, 벤처포트, 닷네임코리아 등은 최근 중기청이 선정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창업가들에게 프리시딩(초기 투자)을 하고 단기간에 비즈니스의 꼴을 갖추게 하여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를 직접 만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간다. 미국의 와이컴비네이터나 플러그앤플레이 등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인구 700만명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50%를 유치하는 등 활발한 창업 활동으로 국가 전체가 ‘창업국가’라는 브랜드를 얻게 되었다. 최근 핀란드 전체 세금의 20%를 내고 있다는 노키아의 부진에도 핀란드 전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원인이 노키아 출신의 창업자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정부의 창업 지원 청책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들린다.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사 역시 핀란드의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붐을 이끄는 기업이다.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는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모바일 서비스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지향해서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인 카카오톡, 모글루나 VCNC, 애드바이미, 스타일쉐어 등의 서비스는 이미 해외 창업경진 대회 등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 네트워크 역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만 하다.
미국의 엑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가 국내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고 독일의 로켓인터넷과 팀유럽과 같은 빠른 시간 안에 스타트업을 육성시키고 M&A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기업들도 한국에 발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지금 스타트업 열풍의 한 가운데로 빠르게 진입 중이다. 문화 한류가 국내 문화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과 민간의 경쟁력 있는 사업 추진, 그리고 발빠른 해외 진출 등으로 이뤄낸 성과라면 이 성공 모델을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셈이다. 이른 바 ‘창업 한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글: 명승은
출처: http://blog.daum.net/korea_brand/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