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Manhattan Harlem 지역에 있는 Democracy Prep Charter School 이 한국식 교육을 접목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여 장안의 화제다. Charter School 이란 일종의 자율형 사립고로서, Microsoft사의 Bill Gates 회장이 2010년 9월 개봉한 Davis Guggenheim 감독의 “Waiting for Superman“ 이라는 미국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진단하고 Charter School의 성공사례를 제시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홍보를 자청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Democracy Prep Charter School의 교장인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출신의 Seth Andrew씨는 2001년 한국 충청남도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면서 한국식 교육에 깊은 인상을 받아 2005년 설립한 이 학교에 한국식 교육방법을 채택하였고, 그 결과 학생 대부분이 흑인과 히스패닉이며 저소득층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뉴욕시 중학교 중 최고 성적을 올리는 이변을 일으켜 미국 교육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KBS2 세계는 지금]에 보도된 Democracy Prep Charter School 관련 영상
#2.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각종 연설에서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그에 따른 뛰어난 교육 성취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식 교육의 우수성을 수차례 예찬한 바 있다. 또한 1만시간의 법칙을 만들어 낸 <Outlier>의 저자 Malcolm Gladwell은 반복적인 학습과 잠을 줄여가며 절대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한국식 교육이 미국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3. PGA 선수 Tiger Woods는 며칠 전 ”6개월 동안 Indoor 연습장에서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공을 치는 훈련을 한 한국 주니어 골퍼들이 필드에 등장할 때는 완벽한 스윙을 갖추게 된다면서 이들이 바로 골프의 뉴 제너레이션이고, 결국 이들이 파워를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오직 자식의 우승만을 원하는 Golf Daddy의 헌신 속에서 공치는 기계로 폄하되었던 한국식 골프가 골프황제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이는 얼마 전 중국 본토 출신 LPGA 선수 Shanshan Feng이 중국인 최초로 LPGA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역시 중국 본토 출신인 PGA 선수 Andy Chang이 14일 개막한 US Open에서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수립하자, 동양식 골프의 선구자였던 한국식 훈련법에 좀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 그럼 이렇게 각광받고 있는 대상의 당사자인 한국의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한국식 교육을 미국에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한 매체에서 거리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NO! 라고 답했다. 아니 도대체 왜, 미국의 리더들이 한국식 교육을 예찬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교육법을 부정해 버리는 불일치가 나타나는 것일까. 그 답은 양쪽에서 바라보고 있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교육열“을 예찬하고 적용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불만이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한국 교육의 Input과 Output에 관하여 살펴보자. 2011년 OECD에서 발간한 <Quality Time for Students> 에 의하면, 한국 학생들의 평균 공부시간 (Mean Learning Hours)은 과학, 수학, 언어 과목에 있어 모두 OECD 평균치를 상회하며, 특히 수학의 경우에는 주당 약 9시간으로 전체 53개 조사국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월등한 학습시간을 년간으로 환산하면, 한국학생들은 이 세 과목만 해도 OECD 국가 학생들보다 년간 약 240시간 정도를 더 공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또다른 input을 판단하는 척도로서 교사들의 수준은 어떠할까. 월급이 높을수록 수준 높은 구직자들이 그 업계로 유입된다는 단순한 가정 하에, 15년 이상 근무한 한국 공립학교 교사들의 월급 수준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조사 결과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동기와 선후배들을 보더라도 한국 사회의 엘리트 층에서 공립학교 교사가 충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output 이라 할 수 있는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과는 어떠할까. 2009년 OECD에서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 (PISA :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은 과학, 수학, 언어 모든 영역에서 OECD 평균을 상회함은 물론 모두 세계 6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그렇다면, input도 output도 모두 훌륭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도대체 무엇일까.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입학한 필자는 상대평가로 인하여 내신성적이 불이익을 받는 것에 반발한 친구들이 대거 자퇴하거나 전학하여 입학한 친구들의 1/3이 없는 상태에서 졸업을 해야했고, 대치동 스타강사 출신이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교육시장의 절대강자가 된 Megastudy 창업자로부터 당시 학원수업을 듣던 중 “여러분, 대한민국 교육을 개혁할 Megastudy가 오늘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라는 흥분어린 목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한국 교육의 격변의 시기를 겪은 사람으로서 학생 때부터 교육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 및 지향점에 대해서 미약하지만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 정답을 강요하는 획일성으로 독창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왜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아픔을 노래한 시로 해석하여서는 안되는가. “일제 치하의 식민 상황에서 상실된 주권을 노래한 작품”이라고 쓰여진 선택지를 골라야만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How are you? 에 대한 대답으로 왜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쓰여진 선택지를 골라야만 정답 처리가 되는지. I’m Good. I’m doing great. Couldn’t be better. 등의 표현을 알고 있을 경우 이 대답들은 틀린 대답이 되어버리는 것인지.
획일화된 교육방식으로 창의성이 저하되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조차 표현력 부족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학생들이 “표준화된 지식을 배우고, 외우고, 문제를 푸는” 교육방식에서 “스스로 찾아 읽고,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해 보는” 식의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지선다형 시험문제 앞에서 연필을 굴리고 있는 학생보다는 논술형 시험문제 앞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보려는 학생들이 많아질 때 한국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 자기주도학습과 참여학습의 부재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토론수업의 비중을 늘리자’는 주제로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글을 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나름 참고자료까지 인용해 가면서 정성스레 글을 썼지만, 막상 글이 실리고 난 후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여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죄목으로 교무실에서 1시간동안 손을 들고 벌을 선 기억이 있다. 다행히 요즘에는 NIE를 통한 학습이나 수행평가 등을 통해서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분야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를 권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학생들이 ‘이 부분이 궁금해서 알고싶어 공부한다’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춤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그저 춤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시키지 않아도 댄스가수의 영상을 몇십 번이고 되돌려 보고 따라해 본다.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그저 공을 더 잘 차고 싶어서 밤새도록 운동장에서 드리블 연습을 한다. 이 세상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좋아하고 잘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각자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승부를 보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교육의 일환일 것이다. 중학교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클럽활동을 권장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분야를 찾도록 해주고, 그에 맞춰 다양하고 전문적인 특성화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공부를 하여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최근 종영된 K-pop Star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하이 양의 경우에도 중학교 때 클럽활동을 통하여 노래에 소질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인 조기유학생이 올해 하버드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였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저 친구 대단하네’라기 보다는 ’수많은 학생들이 또 조기유학을 떠나게 되겠구나’ 였다. 하지만 그런 조기유학을 무작정 비난하기 전에, 십수년간 영어를 배웠음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한국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는 자기 생각조차 제대로 정리해서 표현할 줄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리는 교육법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조기유학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교육 담당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