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5일. Kellogg의 졸업식이 있는 날.
졸업식은 오후 5시 부터였지만, 낮 12시 30분부터는 Nota Bene (라틴어로서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주목하라. 혹은 주목할 점) 라는 이름으로 Kellogg에서의 마지막 강의가 있었다. 내가 이번학기에 가장 감명깊게 들었더 수업인 Federal Policy의 교수인 David Besanko 교수님이 올해의 마지막 수업을 맡아서 진행해 주셨다.
강의의 제목은 Tragedy in Business 즉, 비즈니스의 비극이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강연의 주요 대상이 학생들이 아니라 졸업식을 참관하기 위해서 에반스톤을 방문한 졸업생들의 가족 (특히 부모님들)이었던 것이었다. 지난 2년동안 당신의 자녀와 남편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일종의 샘플 강연 같은 느낌을 주는 자리였다.
1시간 15분 동안의 강의를 베산코 교수는 정말 열정적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명깊었던 점은 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손도 들어서 발표도 하시고 Debate도 한 점이었다. 나는 이런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단순히 졸업식을 ‘사진 찍는 날’ 정도로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학부모님들을 위한 특강이나 자녀들을 위한 강의 등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esanko 교수는 이날의 강의에서 3가지 케이스로 비즈니스의 비극을 설명했다.
1. 첫번째 비극 : 황폐화된 산업과 Tragedy of Commons
이 케이스는 퀴즈로 시작되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미국의 산업은 무엇일까요?
- 80년대 이전까지는 호황이었던 산업이었다.
- 80년대 이후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경쟁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효율성 상승으로 미국의 업체들이 타격을 입었다.
- 미국 업체들의 최초 반응은 미국 정부에게 유럽과 아시안 업체들에 대한 수입 장벽을 높여 줄 것을 요청한 것이었다.
- 수입장벽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결국 이 산업은 황폐화 되었고, 그 산업을 기반으로한 많은 지역의 커뮤니티가 허물어졌다.
이 산업은 어디일까요?
많은 학부모들이 손을 들고 서로 마이크를 빼앗으며 대답을 했다.
자동차
철강
가구
TV
등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베산코 교수는 각각의 산업에 대해서 아니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어떤 산업은 시기는 일치하지만 다른 내용들이 일치하지 않았고, 또 어떤 산업들은 내용은 일치하지만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정답은 어떤 산업일까?
의외로 이 산업은 대구(cod) 잡이 산업이었다.
의외의 대답에 모든 학생 및 참가자들은 놀랐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공업분야의 한 부문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답은 수산업.
베산코 교수는 언제 어떤 산업에서든지 이러한 불행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다음 질문은..
‘과연 우리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러한 비극을 막을 수 있을까요?’
대서양 인근의 대구잡이 어업은 90년대 후반, 씨가 말라서 수확량이 거의 전무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후에 그나마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이다. 이러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Tragedy of the commons 라고 표현한다. 즉, 주인이 없는
공공재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속가능한 수준보다 더 많이 소비되어 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나 민간의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훈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민간의 자율적인
협의는 굉장히 어려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 자신의 이익을 조금은 손해보더라도 장기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2. 두번째 비극: 우리는 왜 폰지 스킴 (Pondzi Scheme)에 빠지는가?
두번째 비극은 미국 최대의 비즈니스 사기이면서 최대의 폰지 스킴이라고 불리는 Madoff 사례였다.
폰지 스킴이라는 것은 일종의 다단계 방법이다.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데, 이러한 수익률은 앞서 그 기업에 가입한
회원이나 프랜차이지(franchisee)들의 희생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어서 윗돌 괴는 형식의 비즈니스들을
말한다.
예컨대 30%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펀드가 있다고 가정하자. 처음에 가입한 사람에게 100원을 받아서 그에게 3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그리고 이 돈은 다음에 가입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100원으로 충당한다. 그리고 두번째 사람에게도 30% 수익률을
보장하는데, 이것은 역시 세번째 가입하는 사람에게 100원을 받아서 충당하는 식이다. 쉽게 상상이 되겠지만, 이러한 형식의
비즈니스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중간에 새로운 가입자가 계속 들어오지 않거나, 기존의 가입자로부터 축적된 돈이 바닥나는 순간
파산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Madoff라는 사람은 2009년 경에 체포되어 최종적으로 유죄 선고를 받을 때까지 약 $20 Bil 이상의 손실을
투자자에게 입힌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미국 최대의 금융사기로 기록되었을 뿐 아니라, 그에게 돈을 떼인 투자자들은 JP 모건 등
미국 최대의 투자은행들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을까? 그렇게 뻔한 사기에 어떻게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당하게 되었을까?
베산코 교수의 답은 ‘항상 시장에는 나보더 더 멍청한 놈이 한명 쯤 더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한명만 더 있어도 나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라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생겨나는 많은 부동산 투기, 주식시장의 투기 등도
모두 같은 원리이다. 시장에서의 적정가격보다 굉장히 가격이 치솟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하기
때문에’ 혹은 ‘내가 손을 털고 나올 수만 있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서 이러한 비극은 초래된다.
이 케이스를 통한 메세지는 항상 이러한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나보다 더한 바보’한명을 기대하면서 투기에 참여하는 비즈니스 리더가 되지는 말라는 것이 메세지였다.
3. 세번째 비극: 멈출줄 몰랐던 위성 라디오 투자 -Sirius vs. XM
Sirius라는 회사와 XM Radio 라는 기업이 있다. 두 기업은 모두 위성 라디오를 운영하는 업체이며, 미국에 있는 단 두개의 위성 라디오 업체이다.
이 두 업체 모두 2000년 사업 초기부터 2007년까지 약 $4 Bil의 손실을 기록하고, 2008년 합병을 했다. 그리고 2011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2011년 현재 두 회사의 누적 적자는 $11 Bil이 넘지만, 이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회사가 만들어 내는 이익은 수백 $ mil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1) 왜 애초에 이 두 회사는 하나로 출발하지 않았는가? 중간에 왜 그렇게 많은 손실을 기록함으로써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만 입혔는가?
2) 불과 수백 Mil 달러 이익밖에 낼 수 없는 산업에서 지난 십년간 두 기업은 왜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손실을 기록했는가?
이러한 비극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기 위해서 베산코 교수는 $20 달러 옥션(경매) 게임을 실시했다. 이 경매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다.
- $20 달러짜리 지폐를 놓고 모든 강연 참가자들이 경매를 한다.
- 마지막에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그 돈을 지불하고 그 지폐를 가져간다.
- 다만, 마지막에서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은 자신이 불렀던 가격을 내야 한다.
예컨대 지폐가 $5에 낙찰되었는데, 바로 전에 부른 사람이 $4였다면, 낙찰가를 부른 사람은 $5에 $20달러짜리 지폐를 사갈 수는 있지만, 두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서 $4를 지불해야 한다.
이 경매를 해보면 실제로 $20달러짜리 지폐를 놓고하는 옥션에서 최종낙찰가가 $20를 훌쩍 넘는다. 지난 수십년동안 미국의
많은 MBA 스쿨에서 이 실험을 해 본 결과 최고가는 $200 가 넘었고, 보통 $25 ~ $70 정도에서 최종 낙찰이 된다. 단 $20 달러짜리 지폐인데, 어떻게 그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이 되는가?
그 이유는 바로 sunk cost에 대한 오류 (Sunk Cost Fallacy) 때문이다. 즉, 경매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투자한 금액이 sunk cost 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끝까지 이 시장을 독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Winner-take-all로 표현되는, 한업체가 시장의 모든 지배력을 독식하는 통신과 같은 기간산업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Sirius나 XM Radio도 마찬가지 오류에 휘말린 것이다. 이 두 회사의 이사회에는 미국 최고의 두뇌집단들이 포진해
있었건만, 이러한 오류를 피하지 못했다. 즉, 실제로 시장 크기에 비해서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상대방이 죽어서 나가
떨어질때까지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시장의 경쟁에 임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시장에서의 경쟁(Competition in the
market)과 대비하는 개념으로 시장으로의 경쟁(Competition for the market)이라고 한다.
$20 옥션과 위성 라디오 케이스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강의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what to do)’의 측면에서 전략을 세우는 것 뿐 아니라,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가? (What NOT to do)’ 의 측면에서도 전략을 수립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면
안되는가? 라는 측면에서의 전략을 수립해 두는 것이 실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 힘들고, 실천하기도 어렵다.
베산코 교수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오류를 범함으로써 비즈니스의 비극에 휘말리지 말 것을 거듭 강조했다.
세상으로 나가며….
베산코 교수는 다음과 같이 강의를 마무리했다.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사실 지난 2년간 위에서 언급한 케이스들과 그 교훈들을
다양한 수업을 통해서 이미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하면 이러한 비극을 피할 수 있는지도 충분히 배웠습니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이런 과거의 비즈니스의 비극들이 재현되지 않을 충분한 기술과 능력과 마인드를 갖추었습니다. 세상에 나가서
Kellogg의 동문으로서 자랑스럽게 활동해 줄 것을 믿습니다.’
몇분간 모든 청중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코끝이 찡했다.
아…. 마지막 수업!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