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정운 교수님의 ‘남자의 물건’에 대한 글을 올렸다. 사실 남자의 물건 말고도 누나에게 한권 더 부탁한 책이 있었으니, 그것은 김정운 교수님의 대표 저서중에 하나인 ‘노는 만큼 성공한다’ 라는 책이다.
어제 밤부터 오늘 밤까지 이 책 한권을 거의 흡입하듯이 읽어버렸다. 너무 재미있었고, 95% 이상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해서 너무너무 깜짝 놀랐다. 사실 깜짝 놀랐다는 표현보다는 찔렸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리라.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물론 한국 사회에서의 Work & Life Balance 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근면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하고 놀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김정운 교수님은 우리들이 이렇게 ‘지나치게’ 일을 하는 이유를 오버씽킹(over-thinking)으로 설명하고 있다. Over-thinking이라는 개념에 대한 글을 직접 인용하면…
… 오버씽킹이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이미 내뱉은 말에 대한 후회, 다른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 지나가면서 던진 동료의 한마디에 도무지 끝이 나질 않는 추측 등.
상황에 따라 당연히 걱정해야 하는 경우와 불필요한 오버씽킹은 아주 간단히 구별된다. 오버씽킹의 대부분은 ‘만약’이라는 가정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만약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고 생각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만약 이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하고 걱정이 끝이 없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오버씽킹이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
조금 놀아보려고 하면, ‘지금 그럴 여유가 있느냐?’
조금 쉬려고 하면, ‘그럴꺼면 평생 쉬어라’
조금 여유를 부리면, ‘누구는 여유 부릴줄 몰라서 그러느냐?’
와 같이 우리 다함께 고생하자는 형식의 이런 반문들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의 것들이다. 억압도 습관화 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나를 포함해서) 딱 그런게 아닐까 생각한다. 막상 놀라고 해도 놀지 못하는 그런 문화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짧은 시간에 자극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즐기는 방법에 집중한다.
빨리 취하고 빨리 집에 가야하는 폭탄주 문화
빠른 시간안에 하이라이트만 보여줘야 하는 개인기 문화
현실을 떠난 재미에 집중하는 한류 드라마와 댄스 음악 일변도의 K-Pop
김정운 교수는 이렇게 자극적이고 순간적인 재미보다는 생활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것들에 재미를 느끼고, 그런 것들을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나무를 좋아해서 목요일마다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보는 것을 즐긴다’ 와 같은 것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회사 생활을 해 본 사람중에서 많은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work & balance 따위는 불가능하다고 자포자기하듯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늘 하는 불평불만으로 생각하거나,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변명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예전에 군대에서 자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전문가가 그것을 자살한 병사들의 개인적인 ‘성격결함’으로 돌리는 것이 바로 문제해결을 완전하게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같은 논리다.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나의 후배들, 특히 약 85년 이후의 출생자들에게서는 그래도 우리 세대와는 또 다른 자유분방함, 그리고 일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유희와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반면 또 한가지 문제는 이런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서 맞닥뜨려야 할 그들의 직장 상사들은 그들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놀줄 모르는 대표적인 세대라는 점.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화한 탓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Work & Life Balance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펼쳐질지가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러한 미래에 대해서 실마리를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대로 우리사회의 ‘놀이’가 현재보다 몇배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우리국민들의 창조성이 몇배는 더 발현될 것이라고 믿는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