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한 주 동안 안녕하셨어요?
지난 주에 언급드린대로 오늘은 ‘창업자를 대하는 미국인들과 미국문화’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얘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미국에 있던 시간은 통틀어 5년 정도 됩니다. 다음은 그동안 제가 보고 듣고 관찰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미국인들에게 ‘창업자’, ‘Entrepreneur’라는 단어는 훈장처럼 쓰입니다. 그가 성공했느냐, 성공하지 못했느냐와는 크게 상관없이 미국인들은 안정적인 길을 걷는 사람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관습을 뛰어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하는 자에게 더 높은 존경을 표합니다. 그리고 이런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을 Entrepreneur 라고 부릅니다.
미국은 개척자의 나라
미국인들의 개척자 정신의 기원은 처음 유럽인들이 미국에 도착한 1600-18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을 필두로 유럽 각지에서 기득권의 핍박을 받던,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와 두 주먹 뿐인 사람들이 기회의 땅인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말이 기회의 땅이지, 광활한 대륙에는 아무 것도 없었죠. 법도, 규칙도 없고, 안전에 대한 보장이 안된 불확실성이 팽배한 곳에서 초기 정착자들은 믿을 것이라고는 자기 자신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맨땅에서 모든 것을 새로 일구어야 했던 그들은 ‘운명이란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내가 열심히 일한만큼 땅을 일굴 수 있고, 열망하고 도전하는만큼 부를 축적할 수 있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했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성공한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부를 사회에 환원했는데 이들의 이름을 딴 많은 도시와 도로가 건설되었습니다.
그렇게 미국을 세운 것은 왕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맨 주먹으로 땅을 일군 개척자 정신이었습니다. 이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더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유입되었고, 이들 역시 맨몸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습니다. 미국의 태생이 그러하기에 미국인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에 대해 매우 우호적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역대 대통령 이름은 기억 못해도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의 이름은 기억합니다. 이들은 제품/서비스를 창조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기술혁신을 이룬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태도
미국인들은 그래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합니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항상 감동과 영감을 주며 젊은이들로 하여금, 내일의 빌게이츠를, 내일의 마크저커버그를 꿈꾸게 합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유독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내 자식이 풍요롭게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은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텐데, 왜 자수성가한 미국인들은 자식들에게 부를 세습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일까요?
빌 게이츠는 자식들에게 각각 천만달러(재산의 0.2%이내)만 상속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유인 즉, 자녀 스스로가 그들의 삶을 개척해 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랍니다. ‘삶을 개척해 나간다’ 바로 개척자 정신입니다. 그들은 자식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것을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그래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기회)’를 자식들로부터 박탈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미국은 왕이 통치했던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라입니다. 광활한 대륙에 이주해온 이들의 관심은 기득권을 쌓고, 왕의 권력을 습득하고, 부를 세습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땅을 일구고, 나의 살 집을 짓고, 자유롭게 살수 있는 나라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미국을 세운 개척자 정신과 ‘창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은 이후 미국 문화에 깊이 뿌리박히게 되었습니다.
실패에 너그러운 미국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이따금씩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이다” (“If you’re not failing every now and again, it’s a sign you’re not doing anything very innovative.”)
미국인들은 그것이 돈이나 명예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도 소극적으로 다른 이를 좇아하는 안정적인 길을 걷기보다는 노력하다 실패하는 후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는 문화는 창업자들이 실패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있게 도전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로소 혁신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메이시스(Macy’s)라는 백화점 체인이 있습니다. 이 백화점의 창업자 Macy씨는 네 번의 실패 이후 다섯 번째 도전으로 Macy’s를 세웠습니다. 따로 설명 안해도 스티브 잡스의 예는 잘 알고 계시죠? 또한, 미국 벤처투자업계는 성공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에도 투자하곤 한답니다. 실패했지만,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요? 상대적으로 한국은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영영 매장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가 두려워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곤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는데도 안정적인 삶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것은 창업자를 양산하기 힘든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창업정신을 꽃피우기에 좋은 환경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것은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과 창업가 정신 때문이며 그러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미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세계 우수한 인력을 끌어모으는 원동력입니다. 이미 수많은 이민자들이 이 나라에 회사를 세웠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한 중국인, 인도인 창업가들이 이곳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있습니다. 어떻게 들릴지 조금 걱정이 되지만, 나는 한국 사람들이 미국을 남의 나라로 보지 않고, 꿈의 도전장을 던질 기회의 장으로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미국이란 나라가 (조금!) 좋아졌습니다. 바로 실패를 용인하고, 도전을 찬양하고, 용기를 북돋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죠.
또한, 이런 문화를 이해하고 나니 저는 도전이 덜 두렵고, 더 즐거워졌습니다. 나의 여정이 험난하면 험난할수록 미국인들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역경을 극복한 무용담은 언제나 주위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감동을 주기 때문이죠.
이렇게 받아들이고 나자 외국인이라는 나의 핸디캡이 핸디캡이 아니라 훈장처럼 느껴집니다.
그럼 이번 한 주도 화이팅 입니다!
글: 에이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