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실패하라,에서 인용) 세상은 더 이상 ‘발명가들의 시대’가 아니었다. 거대한 독점 기업들이 ‘혁신은 여기까지’임을 선언했고, 그 선언은 그들의 제품이 완벽하게 만족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 확립되는 순간에 나왔다. 대중은 광고에 쉽게 설득당했고 혁명과 혁신에 대한 수용도는 떨어졌다. 사람들은 어느덧 ‘발명’은 다국적 기업이 하는 것이지 개인이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라이트 형제는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에디슨은? 헨리 포드는? 더 이상 없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의 전기인 ‘계속해서 실패하라’를 읽다가, 위에서 인용한 부문을 만났을 때, 딱 생각난 기업이 있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 경험으로 한정 짓자면 딱 MS가 다이슨이 지적한 혁신을 추구하지 않고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서 사업하는 회사다.
물론 MS가 일구어 놓은 각종 성과가 있는데, 인색한 평가라 할 수 있지만. 잡스가 그의 전기 마지막 부분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면서 MS를 신랄하게 비판한 이유도 다이슨의 지적과 일치한다. 잡스는 왜 MS를 비판했을까? 더 잘할 수 있는데, 1등에 오르자 더 이상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잡스 눈에 비추어진 MS는, 딱 다이슨이 지적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서 돈만 벌려는 기업이었던 셈이다.
구글에서 ‘microsoft vaporware’로 검색해 보면, 그동안 MS가 경쟁사들의 경쟁을 따돌리기 위해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Vaporware를 만든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Vaporware란 포카로 치자면 ‘뻥카’라고 해야 할까? 들고 있는 패는 형편 없지만, 뭔가 대단한 걸 들고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선수들이 레이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 말이다. MS는 수시로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실제로 구현이 되서 고객 손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도 무척 많고, 반대로 시장에 팔리기까지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른 경우도 상당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서피스도 Vaporware의 느낌이 든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사이에서 방황하는 고객을 잡아두려는 목적에 덧불여서 제조사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제스처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누르던 과거와 이번은 사뭇 다르리라 생각한다. 더 이상 뭔가를 보여주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란, 그다지 시장이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마케팅과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마케팅이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제품을 새로운 고객을 발굴해서 파는 활동이다. 흔히 말하는 장사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혁신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혁신은 기업활동이지만 어떻게 보면 발명에 더 가깝다. 잡스, 다이슨은 그렇게 보자면, 사업가가 아닌 발명가이자 혁신가다.
MS의 발머는 누구인가? 사업가인가? 혁신가인가? 아마도 사업가에 가까울 것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기보다 경쟁사를 따돌리고 고객을 우리회사에 잡아두는 방법에 익숙한 사람말이다. 자, 앞으로는 어떤 회사가 발전할까? 생존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업이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내부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자본주의를 생존시킬 방법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혁신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