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대량생산 체제 하에서 기계를 돌리고 조립에 필요한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많은 노동자를 공장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를 고민헀을 시절이다. 지금처럼 교육받은 인재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노력을 했던 시절에,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 (Frederick Winslow Talyer)는 노동생산성을 극대화할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여 현대 경영의 이론적 토대가 된 <공장관리론> (1903)과 <과학적 관리법>(1911)을 완성하였다. 이 책들은 세계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전문서적 중 하나다.
‘테일러와 함께 현대 경영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은 두 사람이 더 있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극단적인 분업과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완성했다. 또 한 사람은 GM의 전설적인 경영자 앨프리드 슬론 (Alfred Sloan)이다. 그는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분할하고 사업단위를 구분함으로써 기업 수뇌부가 중앙에서 모든 것을 제어하는 현대적 대기업 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했다. 또 경영진의 분업도 관철해 ‘전문분야 책임경영인’ 제도를 확립했다.
테일러주의, 포드주의, 슬론주의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세계 권력으로 성장한 미국, 소비사회의 발달, 독일의 경제기적 등에서 이러한 기업운영 모델을 엿볼 수 있으며, 이 모델은 이제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어디서나 사용되고 있다. 경영자는 생각을 하고, 노동자는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이런 시스템을 우리는 거대 제약회사에서 빵집까지, 창고에서 건설현장까지, 컨베이어밸트에서 본사 꼭대기 층까지 어디서나 매일 경험하고 있다.’ (언리더십 p27)
통신기술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직구조는 대부분이 피라미드 형태를 취하고 있고, 정상부근의 Thinker와 하부의 Worker로 구분되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경영이 필요하게 되었다. Worker를 관리하기 위한 인사, 교육, 복리후생, 인센티브제도 등이 필요하게 되었고 Thinker를 위해 시장조사, 전략, 계획, 예산 등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흔히 경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직 내 상당한 인력이 이런 경영을 위해 수 만가지의 보고서와 서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닐스 플래깅은 ‘경영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는 사람을 Thinker와 Worker로 구분하거나 업무를 분야별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스마트하게 모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에서 또는 자신의 취미생활을 할 떄에도 아주 스마트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행동한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조직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행동을 구속당하거나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Worker로 변하고 만다.
마치 축구선수가 자신에게 날라오는 공을 차지 못하고 코치와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는 꼴이다. 형편없는 실력의 상대를 만나도 그들이 질수밖에 없다. 수 많은 조직에 훌륭한 Worker들은, 늘 바쁘고 요약한 자료를 요구하며 까다롭게 숫자를 챙기는 Thinker들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공을 보고 바로 차면 될 것을 공의 정보를 코치에게 보고하고, 코치는 다른 선수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등 상세한 정보를 취합하여 그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요약보고서를 만들어 감독에게 보고를 하면 귀찮다는 듯 지시를 내린다. 어쩌다 마음에 안들면 다시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서 더 요약되거나 자세한 보고서를 요구한다. 그 동안 이미 공은 상대선수에 의해 골대에 들어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다. 지시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가 나빠지면 그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또 다시 수 많은 시간을 회의와 보고서 작성에 허비해야 한다.
만약 상대팀이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선수가 바로 공을 찰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즉시 실행에 옮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팀이 설사 청소년팀이라 할지라도 이기기 힘들 것이다. 어떤 산업분야에 이렇게 모든 참여자가 Thinker인 조직이 출현한다면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기업은 뒤쳐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피라미드 조직은 책임과 행동을 체계적으로 분리한다. 이것은 조직에서 결단성과 책임감을 없애고 임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런 피라미드조직에서는 직원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에서 떠맏고,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결정권도 주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직원들은 쉽게 무력감에 빠진다. 권려은 그들 위해 군림하고, 그들은 조직에서 작고 의미없는 톱니바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일할 의욕이 생길 리 없다.(언리더십 p110)
1960년 MIT의 더글러스 맥그리거 Douglas McGregor교수는 <기업의 인간적 측면>에서 인간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각을 X이론과 Y이론으로 불렀는데 X이론은 인간을 멍청하고 게으른 존재로 보는 반면, Y이론은 인간을 의욕적이며 창조성과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닐스 플래깅은 이 견해를 받아들여 ‘알파형’과 ‘베타형’으로 구분하였다.
산업시대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인간을 ‘알파형’으로 파악했지만 이제 ‘베타형’ 인재들에 의한 베타기업이 아주 빠르게 등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베타형 인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보면 된다. 그들은 돈과 인센티브의 유혹도 없이, 또한 자리나 명예에 대한 욕심도 없이 뭔가에 골몰하고 쉼없이 움직인다. 가정에서 부인이나 남편에 대해 평가와 인센티브 등을 기업처럼 한다면 아마 오래가지 않아 가정이 깨질 지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선택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다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훈련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더 정확한 게 아닌 가 싶다. 일찍 부모님을 여윈 소녀가장이 훌륭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반면에 부모님께 모든 것을 의존하는 자녀가 결국은 홀로서기에 실패하는 것도 알파형으로 성장한 친구와 베타형으로 성장한 친구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인류역사가 단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촘촘한 네트워크를, 그것도 수평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는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다. 베타형인간으로서 왕성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게 펼쳐진다. 이런 인프라와 엄청난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가진 개개인이 소수의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를 받아 Worker로서의 역할만 수행한다는 것이 개인에게 또한 알파형 기업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불보듯 뻔 한 것 아닐까.
공룡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듯이 이제 공룡같은 조직인 알파기업은 세 떼처럼 자율적 판단에 의해 발빠르게 시장과 호흡하는 베타형 기업들에게 참패를 당하고 말 것이다.
프로세스가 아닌 사람이 성공의 추진력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 경영이 사라진 기업에서 모두를 한데 묶는 은밀한 마법의 재료는 바로 ‘사람’이다. 이제 알파형 경영은 그 역할을 다하고 종말을 고할 때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