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팀이, 언제, 어떤 전략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할거냐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벤처 또한 그렇게 많지 않을걸로 본다. 즉 많은 벤처들이 해외진출에 대해서 “언젠가 할 일”, “일단 다음 마일스톤까지는 찍고 나서 숨좀 돌리고 생각해볼 일” 쯤으로 다소 막연하게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
해외 진출을 꼭 해야 하나?
해외 진출은 모든 기업이 다 해야 하는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장악력을 가질 수 있고, 수억명 이상 되는 “규모의 경제”에 기대야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비교적 선형적(linear)으로 사용자 증가에 따라서 매출이 증가될 수 있는 모델이라면, 우리나라 시장만 가지고도 충분히 큰 비즈니스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GDP 12위권 되는, 결코 작지 않은 나라가 아닌가.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도 결국 우리나라 시장에서 시작한 경우고.
하지만 위의 조건을 뒤집어서, 한국시장의 100%를 장악하기도 어렵거니와, 수천만 규모가 아닌 수억명 규모에서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면 — 이를테면 트래픽과 광고에 기반한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봄 — 개인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은 거의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본다.
해외 진출은 누가? Spotify의 예
국내 벤처의 해외진출은 마르지 않는 주제다. 아마 이 주제에 대해서만 2박 3일로 세미나를 해도 절대 답이 안나올 듯. 하지만 한가지만 언급하고 싶은 건 해외 진출을 누가 이끌어야 하냐는 것이다.
GTD (Getting Things Done) 방법론을 요약하자면, 남이 할수 있는 일은 남에게 전달, 내가 할수 있는 일 중에서 지금 할수 있는 지금, 지금 못하는 일은 계획을 짜서 나중에 하자는 것.
해외 진출은 위의 GTD 표현을 빌자면, 결코 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벤처의 해외진출을 이끌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 자신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혼자 모든걸 혼자서 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창업자가 직접 이끌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다.
벤처에서 창업자만큼 해당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고, 깊은 고민을 통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작은 회사일수록 창업자에게 모든 정보가 몰리고 창업자 독재 체제가 되어야 오히려 조직이 빨리 움직일 때가 많다. 창업자만큼 그 회사에 걸린 이해관계 (vested interest)가 많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벤처의 해외진출은 고용된 브로커 등의 제3자가 절대로 할수 없고, 창업자 자신이 앞장서서 뛰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Spotify를 좋은 예로 꼽을수 있다. 음악 서비스인 Spotify의 미국 진출을 직접 이끈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창업자 Daniel Ek 자신이었다. 그는 뉴욕을 뻔질나게 제집 드나들듯 다녔고, 실리콘 밸리의 유명인들을 친구로 사귀었다. 많은 사람들이 Spotify가 유럽 기반의 회사인 것을 머리 한켠에서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potify 서비스를 거의 미국 서비스로 느낄 만큼 친근함을 가졌었고 그 배경에는 창업자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미국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 분명히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가 아시아와 미국의 그것에 비해서 훨씬 적고,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직접 뛰어도 될까 말까한 해외 진출을 창업자가 아닌 제3자에게 맡겨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적다고 본다.
하지만 영어라는 현실적인 부분은?
창업자의 의지가 있더라도 의지와 역량은 다른 것이고, 현실적으로 영어의 장벽도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창업자 자신이 직접 해외 진출을 지휘해야 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창업자가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그가 진정한 기업가라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거라고 본다. 폴 그레엄이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resourcefulness 라고 했는데, 한국말로 하면 어떤 리소스를 끌어다 대서든 간에 기필코 목표된 일을 해내는 능력쯤 되리라.
내가 아는 한 일본 업체는 창업자가 영어도 거의 못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같이 해볼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개발자는 미니 해커톤을 통해, 사업 담당은 영어 실력을 통해 뽑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실리콘밸리로 날아와서, 아파트를 같이 빌려서 살고 있다. 물론 방세는 각자 부담이다. 결국 사람들이 월급은 커녕 자기돈 내가면서 일하는 셈 🙂 Resourcefulness의 좋은 예다.
옆에서 보면 참 신기한게, 창업자가 정말 영어를 거의 못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인들과 미팅도 하고 밥도 먹고 친구도 되고 그런다. 이 경우 창업자가 스스로 해외진출의 모든 면을 감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은 뒷전에 있고 제3자 브로커를 고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그만의 방법으로 현지에서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를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우리나라 벤처인들도 더 많이 짐싸서 오고 부딪히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실패와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실패와 쪽팔림을 두려워한 나머지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서 모든걸 다 갖추고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서비스 론치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하려면 영원히 못하는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 CK
출처: http://www.memoriesreloaded.net/2012/07/blog-po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