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업적은 경기장에서 먼지와 땀, 모래로 얼굴을 더럽히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용기있게 도전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거듭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 실수와 실패 없이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 테오도르 루즈벨트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첫사랑과도 같다.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당신의 생각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당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것 같다. 해는 밝게 빛나고, 저 멀리 거대한 무지개 위에 뛰노는 유니콘들이 보인다.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제 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이 될 것이다. 인생은 즐거워.
초를 쳐서 미안하지만, 사실 지금부터야말로 시작이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잘 해왔다. 매 해 실제로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은 1%에 지나지 않고, 당신의 스타트업도 운 좋게 그 안에 들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한때 유망했던, 엄청난 금액의 투자를 받고도 “약속의 땅”에 도착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잔재들이 널려 있다. (응? 지금 누가 Friendster나 Webvan, Pets.com이라고 말했나?)
그럼 이제 그 어려운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고 났으니 뭘 알아야 할까? 작년 10월 우리 회사가 1천9백만 달러 상당의 시드 펀딩을 진행하기 전해 누가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들을 여기 적어 보았다.
1. 당신은 아픈 아기나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은 아픈 아기와도 같다. 내내 옆에 붙어서 보살펴 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강한 회사가 될 확률이 0에 가깝다. 하지만 더 불운한 것은 당장 오늘 밤을 넘길 수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병에 걸린 것처럼. 그렇다.
상당수의 창업가들은 투자를 창업이란 여정의 종착역 쯤으로 생각한다. (“펀딩을 받기만 하면 사람들을 고용해서 완벽한 팀을 만들고 끝내주는 제품을 만들겠어.”) 투자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게 되면 결국 당신의 머리속에서는 투자를 받는 것을 최종 목적이 되어버리고, 투자를 받고 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당신의 진정한 최종 목표는 훌륭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고, 이런 생각은 그 목표를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
물론 투자 유치 성공에 대한 자축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 제 2의 페이스북을 만들겠다는 꿈에 한 걸음 성큼 다가간 셈이니까. 하지만 이것도 결국 한 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다음의 행보에 집중하라. 모든 것이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겨우 막 시작한 셈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집중을 유지하기 위한 두 가지 쉬운 방법이 있다.
- 당신이 투자 유치 성공에 기뻐하는 동안 당신의 경쟁자들도 함께 축하하며 일을 쉬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그들은 이 시간에도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신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 전술의 문제다. 준비하고 있는 다음 번 런칭에 집중하라. (당신의 제품이 매주 업데이트되는 제품이라면 더 좋다) 그리고 그 다음의 런칭에, 또 그 다음의 런칭에 집중하라. 우리 파워인박스(PowerInbox)는 1주에 한 번 제품을 런칭하는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투자를 유치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다음 번 런칭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고 세 번 쯤의 런칭이 지나가고 나면, 이제 당신이 유치한 엄청난 투자금과 그에 따른 거만함 따위는 머릿속에서 싹 잊혀지고 당신의 초점은 오직 제품을 개발하는 것에만 맞춰져 있을 것이다.
2. 천천히 고용하고 빨리 해고하라.
이 조언은 스타트업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규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팀이 꼭 필요한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져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천천히 고용하라는 것이 고용 절차를 질질 끌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꼭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에 가깝다. 어떤 조직에서나 중요한 원칙이지만 스타트업에게 특히 이 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고용의 결과가 스타트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스타트업에서 한 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팀의 16%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16%는 스타트업을 망가뜨리기에 충분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사람을 잘 뽑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최근에 투자받은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재능있는 사람들을 놓고 남들과 경쟁해야 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누군가가 당신의 팀에 합류하도록 설득할 만 한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고용하고 싶은 사람이 훌륭한 능력을 가진 엔지니어라면, 그 사람에겐 “잘나가고 증명된” 다른 스타트업들의 구인 제안도 엄청나게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전략을 취해 보라.
- 당신의 팀은 신생 스타트업이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있다. 그게 당신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다른 스타트업과 차별되는 그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 점을 강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제품은 수많은 사진 공유 앱 중 하나일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제품이 가진 시간 제한 공유 기능은 강력한 차별점이 될 수 있다.
- 임금을 구글이나 페이스북만큼 많이 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지분이 있다. 만약 누군가를 채용하는 것이 정말 유효한 선택이라서 그 사람이 당신의 스타트업을 정확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면, 지분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Do it.
- 우리 파워인박스에게 유효했던 방법 하나는 밋-업 행사들과 각종 컨퍼런스, 스피커 시리즈(Speaker Series) 등의 행사에 참가해 우리가 고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특정한 뒤 그들을 찾아가 우리의 비전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누가 뭐라든 모든 사람들에게는 뭔가 거대하고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업에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설득하려는 사람이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정중히 물러나고 대신 아는 사람 중 추천해 줄 만 한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라.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매직햇 맥주를 좋아하는 긴 머리의 UX 닌자 토드를 비롯해 우리 팀최고의 인재들을 찾을 수 있었다.
3. 사랑하지 말라.
팀의 구성 단계에서 고용을 하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UX 담당자를 뽑는 것이다. 오늘날의 스타트업들이 갖는 차이는 매우 작은 것들이기 때문에 훌륭한 UX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당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더욱 그렇다. 아름다운 UX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당신의 앱을 사용하게 만들고, 웹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고 제품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패스(Path)의 UX 디자인이 바뀌었을 때 패스의 이용자 수는 800%나 증가했다. 초기에 훌륭한 UX 전문가를 구하지 못한다면 제품과 웹사이트를 디자인할 때 다음 두 가지의 질문을 염두에 두라.
- 누가 당신의 제품에 관심을 갖는가?
- 당신은 그들이 무엇을 하길 바라는가?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디자인의 제1원칙은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의 웹사이트, 당신 제품의 겉모습, 제품을 개선하기 위해 당신이 들여야 했던 그 엄청난 양의 노력들, 모두 다. 나는 이 원칙을 깨닫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왜 그것들을 사랑하면 안되냐고? 회사가 커 나가는 동안 모든 것이 조금씩은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만든 가장 처음 버전의 웹사이트는, 투자 유치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사용자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처음 투자 유치에 성공했을 때 우리의 웹사이트는 언론 (더 넥스트 웹, Robert Scoble, TechCrunch 등)이 우리를 칭찬한 찬사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사용자 경험을 망치고 있었다. 사용자들은 어디서 제품을 다운로드해야 하는지 헷갈려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트를 바꾸기로 마음먹고 지난 4월 새롭고 깔끔하며 좀 더 최소화된 버전의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지금 우리 사이트는 단 하나의 요소에만 주의가 몰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우리는 방문자들에게 우리가 받은 칭찬을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유저들이 TNW와 같은 사이트에서 우리에 대한 기사들에 걸려 있는 링크를 눌러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이미 우리 제품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으니 제품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사용자 경험을 망치고 있었다. 사용자들은 어디서 제품을 다운로드해야 하는지 헷갈려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트를 바꾸기로 마음먹고 지난 4월 새롭고 깔끔하며 좀 더 최소화된 버전의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4. 당신의 “단 한가지 수”는 무엇인가?
투자 유치의 가장 좋은 점이자 가장 나쁜 점은 이제 모두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 당신에게 상품과 서비스 운영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하고 싶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 경쟁자, 당신이 제일 친한 친구의 어머니, 정말 모든 사람들이. 이 모든 무료 조언을 듣는 동안 정말 새겨둬야 할 것은, 의견을 들어두는 것도 좋지만 당신의 초점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이다.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당신의 “단 한가지 수”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 파워인박스의 내적 “단 한가지 수”는 우리의 앱이 설치된 수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우린 광적으로 이 수치를 측정했다. 우리 회사의 위치를 알려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수치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외부적 “단 한가지 수”는 사용자 참여도였다.
전통적으로 이메일은 2-12% 정도의 구입 전환율을 보인다. 파워인박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 수치가 20-30%에 달한다. 참여도가 증가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이메일을 통한 상호작용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파워인박스의 이용자들은 이메일 광고를 통해 본 멋진 와비 파커 안경을 사러 따로 브라우저 창을 열고 웹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이메일 안에서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수치를 외부에 공개했다. 제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수치였으니까. 만약 당신이 아마존이고 우리가 당신의 이메일 구입 전환율을 12%에서 20%로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8%의 추가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수치이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단 한가지 수”는 무엇인가?
5. 다음 단계의 투자가 필요해지기 전부터 미리 협상하라.
간단한 원칙이다.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는 당신의 협상력이 제일 낮고, 투자가 필요 없을 때는 협상력이 높다. 첫 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하자마자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기업가치 측정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껴 있는지를 알고 있지 않은가. 그보다는 다음 단계의 투자가 필요해지기 전에 미리 대화를 시작하라는 말이다. 이렇게 대화를 진행하다 보면 실제로 투자가 필요해졌을 때 더 좋은 투자 조건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6. 사소한 것들도 큰 것들만큼이나 중요하다.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제품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당신의 말을 믿고 위험을 감수하며 회사에 합류한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점을 인정하고 기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당신이 하는 모든 일들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스타트업에서의 개인적인 성장과 커리어 개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냉장고를 뭘로 채우는지 등 정말 모든 것을 알려야 한다. 신생 스타트업들은 주차장에서 다 같이 미친 사람같은 운동을 하거나(Klout), 수염 기르기 내기를 하거나(Mixpanel), 다 같이 녹색 공룡 후드티를 맞춰 입거나(Exec) 하는 식의 다양한 방법으로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당신의 기업 문화를 독특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 이에 힘써야 한다.
7. 대담해져라. 스릴을 즐겨라.
이 글의 도입부에 소개된 인용문은 1910년 테오도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파리에서 했던 연설 “공화국의 시민이란”이라는 연설에서 따 온 것이다. “경기장의 용사”라는 제목으로도 불리곤 하는 이 유명한 인용구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끝난다. “운이 좋으면 마침내 큰 성공을 이뤄 승리의 기쁨을 알게 되고, 만약 운이 좋지 않아 실패한다고 해도 적어도 과감히 시도해 패배의 쓴 맛을 알게 되는 사람. 그러니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차갑고 소심한 영혼들은 결코 이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마지막 조언은 대담해지고 스릴을 즐기라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여정이 갖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경기장의 용사가 되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고, 사람들이 당신을 믿는 이유이며 당신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훌륭한 경기였다.
Image Credit: epSos.de
글: Dileep Thazmon
번역: 박경호
출처: http://tnw.co/KP5F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