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은 웹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이나 혁신적인 것입니다. 웹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공간의 한계를 넘었다면 소셜은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벽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김경서 다음소프트 대표(사진·45)는 다음 초창기 멤버 중 한명이다. 이재웅 다음 창립자의 1년 후배로 같은 연구실에서 연구한 인연으로 1997년 다음에 입사한 뒤 2000년 스핀 오프 형태로 다음소프트를 설립한다. 당시 인간의 언어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분야인 자연어 검색에 주력했던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만개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쏟아지자 이른바 `소셜 분석`으로 눈을 돌린다. 다음소프트가 내놓은 소셜 분석 서비스인 `소셜메트릭스`는 삼성전자에서조차 신제품을 내놓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하고 있다.
◆”개인의 한마디도 백만명을 모으면 의미가 도출된다”
김경서 대표가 소셜 분석에 눈을 돌린 것은 2007년부터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인간과 기계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었다. 자연어 검색에 바탕을 둔 기술로 MSN 메신저 서비스인 아이-버디를 만드는 등 나름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갓 태어난 SNS를 보고 그가 느낀 것은 1991년 월드와이드웹(WWW)이 등장했을 때의 충격이었다. 월드와이드웹, 줄여서 웹은 현재 인터넷이 이처럼 대중화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기술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를 하나의 방법으로 통일시킴으로써 현재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을 통해 전세계의 수많은 웹페이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을 쌓았다.
“소셜 이전에는 아무리 인터넷이라고 해도 현실 생활과는 유리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셜이 등장한 뒤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점심의 일상이 될 정도로 현실과 인터넷의 간극이 사라졌습니다”
비교적 일찍 소셜에 주목한 덕분에 다음소프트의 소셜 분석 능력은 최근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동종 업체보다 한발짝 앞서 나가고 있다. 2007년부터 SNS를 포함해 블로그 등의 데이터를 축적했기 때문에 분석의 깊이가 다르다. 삼성전자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인 S830을 출시했을 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다음소프트의 소셜 분석을 이용했을 정도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과 뷰티 트렌드를 함께 분석, 연구했으며 그 결과 라네즈 퓨리파이톡스 부스팅 에센스 제품이 등장했다.
김경서 대표는 개인으로만 보면 의미없는 한마디일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얘기가 모이고 시간이라는 축을 통해 축적되면 그 안에서 의미가 도출된다고 전했다. 소셜은 현실과 바로 맞닿아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빅 데이터`라고 불리는 막대한 양의 소셜 데이터를 인문학적으로 분석하면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주로 생각하고, 뭘 느끼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소프트가 추출한 데이터는 인문학도로 구성된 분석팀의 손에 의해 의미있는 키워드로 재배열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통찰력`을 얻게 된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다음소프트에게 SNS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이슈가 다르다보니 큰 호응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대표는 대선때에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독자 상장도 모색 중”
2000년 다음에서 분사한 자회사 형태이지만 현재 다음소프트의 지분 구조는 다음과 크게 연관이 없다. 오히려 다음이 투자한 기술기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 김경서 대표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과 산업은행이 각각 12.58%를 갖고 있다. 나머지는 임직원들이 투자했다.
다음소프트의 올해 매출은 12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전 자연어 검색 기술로 제공하는 특화된 검색 서비스가 절반 정도이며 나머지는 소셜 분석으로 벌어들인다. 트위터 분석 서비스인 트윗몹, 소셜 분석에 기반해 사용자에게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앱인 와인 오퍼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돈을 벌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김경서 대표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아직 해놓은 것보다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는 소셜 분석을 넘어 이후에는 개인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 단계가 곧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때는 다음소프트의 분석 능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에는 영화에서만 보던, 개인에 생체 칩을 심는 수준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심장 박동, 혈압, 체온 등을 재 건강을 관리하는 단계가 되는 것이지요. 나아가 개인의 기호, 선호도에 맞춰 자동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겠지요. 내가 LG트윈스의 팬이라면 퇴근 시간에 맞춰 야구경기 결과와 하이라이트를 자동 제공하는 것처럼요”
다음소프트의 독자 상장도 김경서 대표의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이미 다음의 지분이 10%대로 줄어든 이상 상장에 큰 걸림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술 개발과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에 좀 더 큰 사업적 기반을 쌓은 뒤에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하루에 분석되는 데이터만 2억X2억 수준입니다. 의미없는 수억개의 정보에서 가치가 부여된 키워드를 뽑아 트렌드를 짚어줌으로써 단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He is…
김경서 대표는 1968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이재웅 다음 창립자를 만나 1997년 다음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자연어 검색을 연구하던 팀을 이끌고 2000년 다음소프트로 분사한 뒤 본격적인 인터넷 기술 기업으로의 길을 밟는다. 2003년에는 벤처기업확인, 우량기술기업 등에 선정됐으며 2006년 레드해링이 선정한 100대 아시아 기술기업로 꼽혔다. 2007년 텍스트마이닝엔진 2.0을 개발하고 지난해 4월 대용량 소셜미디어 마이닝서비스인 소셜메트릭스를 내놓은 뒤 소셜 분석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글 : 김용영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405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