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어리고 프로투어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최나연 선수의 압도적인 우승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캐디 Shane Joel이다. 나도 몰랐는데 한때는 Tiger Woods도 탐을 냈던 유능한 캐디라고 한다. 최나연 선수의 샷이 곤경에 빠지거나 자신감이 없을때 Shane은 그녀에게 매번 자신감과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줬다. 나는 Shane이 마치 스타트업의 co-founder와 같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창업자는 매순간 불확실성과 싸워야하는데 이럴때마다 방향성과 조언을 제시하는건 그의 co-founder이다.
끝까지 경쟁하면서 플레이한 다른 한국인 Amy Yang 또한 큰 역할을 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최나연 선수는 긴장감과 절실함이 없어서 좋은 스코어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본다면 Amy Yang은 경쟁사인 셈이다. 강력한 경쟁이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들보다 훨씬 실적이 좋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거 같다. 박세리 선수가 없었다면 오늘의 최나연 선수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오늘 최나연 선수가 승리한 Blackwolf Run 코스는 바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기억하는 14년 전 1998년 박세리 선수가 ‘양말투혼’을 발휘하면서 US Women’s Open을 우승했던 그 동일한 코스이다. 골프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1998년 박세리 선수의 US Open 우승을 시작으로 엄청난 골프 열풍이 불었고, 이 열풍을 제대로 받은 극성 부모들은 막강한 ‘세리 키즈’들을 만들었다. 세리 키즈들은 현재 세계 LPGA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1년 이후 LPGA 대회를 가장 많이 우승한 나라는 11승을 보유한 대한민국이다(미국이 10승으로 2위). 최나연 선수 또한 14년 전 박세리 선수의 우승을 TV로 보고 “나도 반드시 우승해야지”라는 각오를 했다고 한다.
한국 스타트업계에서도 반드시 박세리 선수와 같은 사람이 나와야 한다. 아직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의 스타트업은 없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서 알아주는 한국인 창업가 또한 아직 단 한명도 없다. 내가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나는 근처에도 못갔다(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박세리 선수가 US Open을 우승한거와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단 하나만 배출되면 반드시 이 성공을 따라하려는 후배 창업가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내가 이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 스타트업계의 ‘박세리’ 선수가 탄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