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글루의 Pivot 스토리

대부분 회사에 포스티잇 하나 정도는 가지고 계실 것 입니다. 또한, 대부분이 3M이 만든 포스트잇일 것입니다. 이처럼 사무용품으로 친숙한 3M에서 3M이 무엇을 뜻하는지 혹시 알고 계셨나요? 3M의 뜻은 “The Minnesota Mining and Manufacturing Company“란 뜻으로 3M이 처음에는 미네소타에서 광산업과 제조업을 했던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사무용품 회사가 되었죠. 이처럼 회사가 자신의 사업 아이템 혹은 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흔히 “Pivot”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자신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훌륭한 아이디어를 바꿀 수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IBM, Nokia, Xerox 등 수많은 회사들이 초창기와는 전혀 다른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3M처럼 완전히 아이템을 바꾸는 Pivot이 있는가하면, 핵심 기능만 간추려서 전략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Instagram이 좋은 예입니다. Instagram의 전신은 Burbn 이라는 아이템으로 Instagram보다는 좀더 복잡한 앱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사람들이 다른 기능은 관심이 없고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에만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파악한 창업자들이 과감하게 다른기능들을 없애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기능만 강화한 Instagram을 출시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Instagram의 창업스토리는 창업자들의 스탠포드 강연에서 좀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요, KCube Ventures의 임지훈 대표님이 한글로 요약한 내용도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회사들이 처음 아이디어가 아닌 수정된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처음 아이디어로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Pivot은 스타트업에겐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의 모글루가 있기까지 저희에게도 수많은 Pivot의 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오늘 이 글을 통해서 공유하고자 합니다.

모글루의 Pivot 스토리 

첫 시작, LBS(위치기반서비스)

제가 처음 사업을 하려고 결심했을 때, 2009년 가을 실리콘벨리에 있었습니다. 아직 한국에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이었지만, 그 곳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아이폰을 쓰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위치기반 서비스들이 많이 각광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 또한 LBS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Check-in을 기반으로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구상 중 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Foursquare 와 Gowalla(결과적으로는 실패 후 매우 낮은 가격으로 페이스북에 인수) 가 급 부상하면서, 이들과 차별화 되지 않고는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의 매일 Techcrunch에 도배가 될 정도로 두 앱 모두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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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in을 뺀 LBS?

Foursquare, Gowalla가 유명해지면서 이 서비스들과 차별화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결국 Check-in을 혁신적으로 바꾸거나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소마다 가상의 벽을 만들어서 낙서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 내가 지나간 모든 위치를 Tracking해서 그 정보를 통해서 네트워킹 하는 아이디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지나온 경로를 알려줌으로써 더 빠른 길을 알려주는 아이디어 등 여러 아이디어 들을 떠올렸는데, 모두가 비지니스 모델이나 확장성 면에서 어렵다고 판단되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재미있는건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이 이미 구현한 회사들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어떻게 되고있는지 모르겠지만^^;)

관심 기반의 SNS, St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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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위치기반서비스에 고심하던 중에, 갑자기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왜 위치기반서비스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당시 고민한 결과, 결국 비슷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킹 하기 위해서 위치기반서비스를 사용한다고 가정했고, 당시 네오위즈 최환진이사님(현 IgniteSpark 대표님)과 브레인 스토밍을 하던 중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는 프로필에 집중해서, stictok 이라는 제품을 구상했습니다. 보통 프로필은 본인이 작성해서, 재미도 없고, 허세도 있다고 판단해서, 다른 사람들, 즉 친구들이 나의 프로필을 작성해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한단계 더 나아가서 텍스트로 서로를 평가하는건 재미가 덜하다고 판단해서, 여러가지 스티커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게임요소를 집어넣기로 합니다. 예를들어, 친구가 똑똑한데, 거만하고, 수영을 좋아한다면, 똑똑함, 거만함, 수영 스티커를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티커를 많이 주고 받다 보면 레벨업을 통해서 더 많은 스티커를 살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비슷한 스티커를 가지고 있는사람들을 Grouping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stictok은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Asia top 10 apps에도 선정되면서, Techcrunch에 기사도 나갈 정도로 주목을 받지만, 가장 중요한 개발팀이 학교로 복학하기로 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실 개발팀의 복학 외에도, 게임요소를 잘 결합해야했던 서비스인데 기획능력의 부재로 이미 내부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실행에서 실패하게 됩니다. stictok의 아이디어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Tagged.comGetGlue이 미국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실행의 문제였던 것이지요.

Moglue 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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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lue의 처음 아이디어는 제1회 스타트업위캔드 서울(2010년 5월) 에서 발표되었던 것으로, 아이패드 상에서 Interactive ebook을 만드는 툴이었으며, 이 행사 동안 Moglue의 공동창업자들을 만나서 알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stictok의 개발팀이 복학하기로 선언해 고민이 많던 때에(2010년 8월), 현재 Moglue의 공동창업자들을 만나서 현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 팀에는 개발자만 있고 경영쪽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고, 우리팀은 경영쪽 사람만 있고, 개발팀이 없어서 고민이니 함께 해볼 생각이 없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바로 그 주에 한팀으로 합쳐지기로 결정합니다.

Ipad에서 Interactive ebook을 저작하는 저작툴

팀이 합쳐지면서, Ipad상에서 Interactive ebook을 저작하는 저작툴을 할지, stictok을 할지 고민하다가, SNS는 결국 돈을 버는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리고, 타블렛 시장이 급속이 커지고 잇는 지금, Interactive ebook 아이템을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Interactive ebook을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됩니다.

MoglueBuilder + MoglueBooks

하지만 막상, Ipad상에서 저작하는 툴을 만드려고 보니, 고객을 생각했을 때, 파워포인트,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와 같은 프로그램 등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용할 것인데,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러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문제나, 기존에 가지고있던 이미지, 사진 파일들이 모두 컴퓨터에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Ipad저작툴에서 컴퓨터(Mac, Window)에서 저작을 하는 툴인 MoglueBuilder로 아이디어를 변경하게 됩니다.(경쟁사 중에 Demibooks 라는 곳이 아이패드 저작툴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장이 판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비록 창작을 하더라도 결과물은 모바일기기에서 동작해야 함으로, 모바일 뷰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으며, 그러다보니 기왕이면 툴 회사로 남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모바일 상에서 우리 툴로 만들어진 책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스토어인 MoglueBooks를 함께 만들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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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렉티브 전자책 스토어인 Moglu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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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렉티브 전자책 저작툴인 MoglueBuilder

MoglueBuilder only

하지만, 아이템을 결정하고 나서, 1년정도 개발을 하다보니, 내부에서 MoglueBuilder와 MoglueBooks에 동시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유저들 사이에서도 본인들이 만든 책을 아직 인지도가 없는 MoglueBooks보다는 단독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앱 스토어나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에 직접 등록하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고민하면서 내부 및 외부의 다양한 피드백을 종합한 결과, 장기적으로는 결국 모바일 상에서의 유저들끼리 서로 만든 책을 공유하는 공간도 만들면 좋겠지만, 현재로써는 MoglueBuilder에만 집중해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인터렉티브 전자책 저작툴을 만드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서야 스토어인 MoglueBooks는 구축하지 않고, 단지 뷰어 기능만 남겨둔 채, MoglueBuilder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력 제품을 변경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비지니스 모델도 변경 되었으며, 변경된 모델은 7월 중에 웹사이트를 통해서 공지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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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lueBuilder와 모바일 상의 뷰어

이처럼 2년도 안된 Moglue에도 많은 Pivot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Pivot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계속 자신들의 아이디어만 고집하기 보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Pivot함으로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고 믿기 때문에, 언제든지 상황이 바뀌면 Pivot을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린스타트업도 결국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회사는 어떻신가요? 충분히 Pivot하고 계신가요?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글입니다.

글: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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