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 전자상거래 업체에 지나지 않았던 아마존은 킨들 시리즈와 스마트폰을 통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견주며 경쟁하는 업체로 기업성격을 성공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문제는 각기 다른 시장에서 활동하던 이 네 개의 거대기업들-빅 4-이 모바일이라는 동일시장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 빅 4의 공생관계는 끝나 몇 년 전만 해도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각자의 핵심사업에서 서로서로 명쾌히 구별되었다.
구글은 유럽검색시장에서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등 검색에 기초한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책을 시작으로 이제는 딸기까지 판매하는 아마존은 일찌감치 이베이(eBay)를 따돌리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오피스, 기업용 솔루션 그리고 엑스박스(Xbox)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었다. 예쁘장한 컴퓨터와 아이팟은 짧지않은 기간동안 애플의 주력상품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증가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통합력은 ‘영원한 성장’을 강요하는 주식시장으로부터의 압력과 맞물리면서 위의 빅 4의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거나 또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케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빅 4의 사업영역은 점차 겹치기 시작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핵심’사업영역이 정면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미래시장인 모바일 영역에서 빅 4 모두가 하드웨어 공급자로 전환하면서, 이들 사이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유지되어왔던 공생과 평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시장에 스며든 구글은 넥서스 7 태블릿을 통해 본격적인 하드웨어 공급자로 거듭나고 있다. 이후 구글 소유의 모토롤라 모빌리티 진영에서 선보일 상품군을 고려한다면 모바일 하드웨어 시장에서 구글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과 유사한 길을 걷고자 발버둥 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하드웨어 공세도 관련 시장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올 가을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태블릿 서피스(Surface)가 선두에 섰다. 자체 생산하는 스마트폰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키아와의 협력 또는 망해가고 있는 블랙베리 생산업체인 RIM의 인수 등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관여수준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로서의 아마존 킨들 파이어 (Kindle Fire as a Service) 삼성 갤럭시 탭 7의 시장진입이 실패로 끝나면서 7인치 크기의 소형 태블릿 시장에 대한 기대치는 (일시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구글 넥서스 7과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소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7인치 태블릿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싹트고 있다. 바로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의 성공때문이다. 컴스코어(comScore) 자료에 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7인치 크기의 아마존 킨들 파이어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에서 지난 2012년 2월 기준 54.4%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15.4 %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 갤럭시 탭 시리즈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위의 컴스코어(comScore) 자료에 서 읽어낼 수 있는 더욱 큰 시사점은 애플의 아이패드가 지배하고 있는 난공불락의 태블릿 시장를 함락시킬 현실적 방법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킨들 파이어는 음악 및 영화 등 미디어 컨텐츠, 전자책, 이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태블릿을 사용하는 소비자 유익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미래) 서비스 수익에 기초하여 킨들 파이어의 가격은 생산원가 수준인 199달러다. 다채로운 아마존 서비스를 즐겨 사용하는 소비자 측면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아마존 서비스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하드웨어의 가격을 낮추는 형국이다.
바로 이러한 직접 및 간접 네트워크 효과와 이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서의 하드웨어 전략이 애플 아이패드의 아성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로 판명된 것이다. 이와 동일한 길을 넥서스 7을 앞세운 구글이 걷고자 한다. 이러한 구글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따라하고자 한다. 그리고 아마존은 태플릿 시장의 진입전략을 스마트폰 시장에도 발 빠르게 적용하고자 한다. 이것이 아마존 스마트폰의 탄생배경이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스마트폰 생산을 애플의 아이폰을 주문제작하는 중국 폭스콘(Foxconn)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보도가 어느 정도 사실에 기인하는지 알 수 없으나, 킨들-스마트폰의 탄생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아마존은 이제 각자 고유의 전문시장에 집중하는 것에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와 이를 연결하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라는 ‘올-라운더(All-Rounder)’로 기업성격을 전환(Transformation)시키고 있다. 1-2년 내로 빅 4 모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모바일 시장에 공급한다. 또한 이들 빅 4의 유사점은 하드웨어 판매와 이에 따라는 수익창출이 1차 목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오히려 빅 4는 앱과 미디어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한 서비스 수익과 이러한 서비스와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사용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광고 플랫폼 제공 등을 통한 (미래) 수익을 핵심수익으로 바라보고 있다. 빅 4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하드웨어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각자의 생태계는 당분간 전 세계 소비자의 디지털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결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과 페이스북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삼성에게는 서비스 시장 진출이, 페이스북에게는 하드웨어 시장 진출-(참조) 페이스북의 도전: 검색과 자체 스마트폰-이 없다면 빅 5 또는 빅 6 등으로 빅 4는 확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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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정수
출처: http://www.berlinlog.com/?p=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