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사회가 멸망한 이유 중의 하나는 노예를 감독하는 비용이 점점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예 중에서 뽑힌 감독관의 채찍 때문에 직접적 생산자인 노예들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100명의 노예를 관리하는 감독관의 수가 10명에서 20명으로 그리고 30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노예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하더라도 자기 자신과 감독관 및 노예주 모두를 먹여 살리지는 못한 것이다 (젋은 지성을 위한 자본론,에서)
관리자들이 들으면 서운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관리자들이 어떤 부가가치를 직접 생산해내지 않는다. 물론 좋은 관리는 가치를 잘 생산하도록 도와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관리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관리일뿐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관리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현실을 보면, 관리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 관리자들이 할 일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자기조직형 조직이라면, 즉 극단적으로 구성원끼리 알아서 이야기하고 알아서 결정하고 알아서 계획하고 실행한다면, 당연히 관리는 필요 없다. 자기 조직형 조직에서는 어느 순간이든 가장 적절한 사람이 리더 역할을 맡기 때문에, 굳이 관리자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어디에 있을까? 당연히 채찍으로 다스려야 하는 노예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 조직형 조직처럼 목표만 정해주면, 아니 극단적으로 목표까지도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그런 조직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현실의 조직은 이 양 극단 어디에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 속에서, 특히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리는 확실히 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가야 할 방향이 확실하지 않을까?
글: 신승환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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