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 여러분!
지난 주 올린 “스타트업과 영어 소통의 중요성” 글에 보여주신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영어라는 평생 숙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그나저나 제 글을 읽고 동기부여가 되셨다고 하신 분들은 한주 동안 뭐라도 하고 계신 것 맞지요? 벤처스퀘어 독자님이시라면 아주 실천적인 일을 행하고 계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 칼럼에서는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 초기 미국 정착 스토리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제 배경을 잠깐 설명드리면, 저는 2009년 초 한국 게임 회사의 북미 진출을 위해 ‘오피스 매니저’라는 타이틀로 미국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북미 팀은 저를 포함해 단촐한 세 명이었는데 방 두개짜리 집을 얻어 거실을 오피스처럼 사용하던 중이었습니다. 제 첫 미션은 번듯한 오피스를 찾아 계약하는 것이었고, 이후 인터넷 개통, 가구 구매, 사업자 라이센스 등록 등 미국에서 회사 설립 시 겪게되는 수만가지 일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온라인 마케터로서 글로벌 웹사이트를 런칭했고, 이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한국 본사와 미국 지사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갈등 상황도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이 번주에는 일단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떤 마음 가짐이 필요한가에 대해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고자 합니다.
‘부딪히면 다 한다’
한국 토종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뭐가 가장 중요할까요? 회사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요? 똑똑한 사람? 영어 잘하는 사람? 전문성을 갖춘 사람?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미국에서 유학하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또한, 아무 것도 없는 맨 땅에 회사를 꾸리는 일은 번듯한 미국 직장에 들어가서 일할 때 필요한 것과는 다른 스킬을 필요로 합니다.
아는 사람 하나없는 낯선 땅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명함을 들고, 버벅대는 영어로, 회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을 배워야 합니다. 때문에 저는 주저없이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딪히면 다 한다’는 마인드 셋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수십 년동안 배운 지식과 생존 법칙이 이 새로운 땅에서는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물건을 사는 일부터, 음식점에서 팁을 계산하는 일, 하다못해 미국에서 많이쓰는 수표(check)에 숫자를 표기하는 사소한 방식에 이르기까지 새로 배워야 할 일들 투성입니다.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위해서는 ‘닥치면 다 한다’는 신념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정신이 필요합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따진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조금 살아 보신 분들은 경험하셨을 텐데요, 미국의 전반적인 서비스 인프라는 한국에 비해 아주 열악합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게 되는데,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잘못 받는 경우, 음식점에서 계산이 잘못된 경우, 사용하지도 않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청구된 경우, 고의적으로 슬쩍 서비스를 끼워 넣고 이후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등등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것은 자신들이 잘못해 놓고도 ‘네가 동의했잖아’라고 나몰라라 하거나, 잘못 청구한 건에 대해 사과는 커녕, 너무 오래 전 일이니 ‘반만 돌려줄께’라는 혈압 오르는 소리를 합니다.
제가 겪은 가장 황당한 경우는, 세일인 것을 보고 소프트웨어 팩키지 세 개를 구매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셋 다 정가대로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따지러 갔더니 담당자는 현재 프로모션 기간이 지나 확인이 불가하니 연락줄 때까지 일단 돌아가서 기다리랍니다.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담당자를 찾아 갔더니 하는 말이, ‘프로모션 시, 세일 문구를 잘 보면, ‘인 당 두 개 제한’이라고 적혀있다. 네가 세 개를 구매했기 때문에 세일 적용이 안된거다’랍니다. 어떠세요?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믿기세요?
그런데 미국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과 거래를 하게 되는데, 이런 황당한 일이 아주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한국에서도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하나하나 따져묻는 사람이 있고, 그냥 덮어두고 가는 사람이 있죠? 그런데 미국에서 사업하시려면, ‘눈 크게 뜨고’ 살피시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꼭 ‘눈 부릅뜨고’ 따지셔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아 그냥 넘어가시게 되면, 홧병 나시거나, 안그래도 빠듯한 스타트업 살림 거덜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따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콜 센터에 전화를 하면, 발음도 달라 알아듣기 힘든데, 이렇게 몇 번 시도하다 안먹히면, 나의 애꿎은 영어를 탓하며 할만큼 했어라고 자위하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완전히 따지기 대마왕 입니다. 미국에 BBB(Better Business Bureau)라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신고해 도움 받을 수 있는 소비자 고발 센터 같은 곳이 있는데, ‘너 내 돈 안돌려주면 BBB에 신고할 거야’라고 협박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실제로 BBB 도움을 받아 돌려받은 돈이 수 백달러가 넘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따진다’는 자세는 금전적인 손실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함을 뜻합니다. 적당히 한국에서 하던대로 알아서 해주겠지, 예의상, 매너상, 인지상정상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하시려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전투적으로 따져 물을 수 있는 용기와 깡이 있으셔야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 건강한 정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 입니다. 일년 쯤 지나면, 처음 미국생활 시작한다고 들떠 있을 때는 몰랐던 향수병(homesick)이 슬슬 찾아옵니다. 제가 그랬듯, 많은 분들이 외국 생활을 시작할 때, 이런 소프트 한 측면을 간과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 남의 나라에서 일을 하는 것은 외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다른 나라 여행을 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외국 생활이 잘 맞아!라고 호언장담을 했던 저도 빈 주차장에 홀로 앉아 여러번 꺼억꺼억 울었습니다.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어느날은 영어를 한마디도 사용하고 싶지 않은 날도 생깁니다.
며칠, 몇 달은 꾸욱 눌러 담고 있을 수 있겠죠. 여행 중에 한국 음식을 며칠 참을 수 있는것 처럼요. 하지만, 미국에서 회사를 세우다보면, 안그래도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에 음식과 같은, 한국말 소통과 같은 소프트 한 측면을 해소하지 못하고 담아놓다보면 언젠가 크게 폭발합니다.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부딪히면 다 한다’의 정신과, ‘용기와 깡’ 말고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과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가요? 너무 뻔한 얘기를 썼나요?
다음 주에는 미국 정착 초기에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이를 해소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건강한 한 주 되세요!
글: 에이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