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애인을 감동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벤트를 준비하는 남자. 하지만 그는 번번히 애인의 차가운 반응에 크게 낙담한다.
“누가 이딴 거 해 달라고 했냐고! 나는 이벤트 같은 거 싫어.”
주변 사람들 모두가 애인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는데 어째서 나의 그녀는 이런 이벤트를 도무지 좋아하지를 않는걸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선 남자의 이런 행동이 짜증난다. 평소엔 잘 챙기지도 않으면서 어느 날 갑자기 짜잔하고 나타나 그럴싸해 보이는 말로 현혹시키거나 선물이나 이벤트를 들고와 ‘사랑해’라며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수가 틀어지거나 본인 기분이 안 좋으면 어김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를 내팽개치고 돌아서는 그의 모습을 그녀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관계이지, 일방적인 구호나 상징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것도 이와 지극히 닮아있다. 기업은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담아내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언제나 냉담하다. 툭하면 변덕에 툭하면 화를 내기 일쑤다. 고객은 왕이다 믿으며 가격도 파격적으로 내리고, 선물도 덤으로 주고, 갖은 판촉을 해 보조지만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리어 언제 봤다고 밝은 목소리로 다짜고짜 ‘고객님 사랑합니다’ 라며 각종 선물과 혜택을 남발하는 기업의 접근에 우리는 신물이 난다. 정작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내가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헤아리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기의 것이 멋지지 않냐며 자랑질을 해 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업이란 것은 나의 판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내가 그들의 목적하는 바의 성공을 돕기 위해 함께 뛰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Listen), 긴밀한 관계를 만들고(Engage), 상호 교감을 키워가는 것이다(React). 대단히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가지가 바로 오늘날 전세계 커뮤니케이션의 화두가 되고 있는 소셜 테크놀로지의 3대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고객과 ‘상담’이 아니라 ‘코칭’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담은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에 관심을 두는 것이고, 코칭은 고객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적 가치에 동반자로서 조력을 한다는 의미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무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할인해도 고객은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뿐더러 언제든 더 싼 것이 나오면 10원 차이에도 미련 없이 등을 돌린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자신의 미래적 가치에 관한 것이라면 지극히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에 더 주목하게 된다.
그럴싸한 논리적 기교는 통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성은 결론을 낳지만, 감정은 행동을 낳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좋아. 나는 이걸 원해. 감정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그것이 얼마가 되었든 취하고자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럴듯한 이벤트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