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안녕하셨어요?
지난 주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자세”에서는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을 전달해 드렸는데, 오늘은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다른 미국 사람들과 일할 때 겪게되는 갈등을 살펴보고 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주 말씀드린대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 지사를 설립한 한국의 게임회사에서 지난 2년동안 일했습니다. 제가 들어갈 땐 세 명이었던 회사가 나올 시점에는 오십 명 규모로 성장했는데, 저는 한국 국적자 세 명 중 한명이었습니다. 당시엔 본사의 지원이 중요했던 시점이라 한국, 미국 양쪽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자 입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왜 갈등이 발생하는가
갈등은 대부분이 서로의 상황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합니다. 몰이해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자라온 환경과 경험이 달라 문제를 대하는 방식, 해결하는 방식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이 불충분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일하다보면, 이 두 가지가 다 문제가 되기에 갈등이 증폭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경우는 저는 중간에서 양쪽의 상황이 다 이해가 되는데, 미국에 있는 미국인들과 한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서로가 처한 입장을 모르기때문에 오해하고 속상해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개발하는 한국팀 입장에서는 보안이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고 깐깐한 절차를 요구합니다. 한편, 미국 마케팅 팀에서는 자료를 받기까지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를 못 믿는다고 생각하거나, 일하는 프로세스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합니다.
이때, 서로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을 해소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대체 ‘너희는 왜 그러냐!’라는 식의 대응은 간극을 키울 뿐이죠.
모든 게 느린 미국
한국인은 정말 빠릿빠릿합니다. 특히, 조그만 나라에 밀집해서 살고있기 때문에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경쟁에 익숙하고 속도전에 강합니다. 특히 한국 서비스업의 속도는 엄청납니다. 전국 어디서건 퀵서비스 가능한 나라, 음식점에서 버튼을 누르면 웨이터가 달려오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겁니다.
반면, 지난 번에 칼럼에서도 얘기했는데, 미국은 정말 느립니다.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정말 속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은행에 가서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한 시간, 물건을 바꾸러 가도 세월아 네월아, 콜센터에 전화 걸면 대기 시간만 삼십분. 거기에다 모든 것이 예약제라서 정보 및 네트워크가 약한 외국인은 미리 준비 안하면 안되는 일 투성입니다. 때문에 한국에서라면 반나절에 해결될 일이 일주일씩 걸리기도 하는데, 이런 상황을 한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연이 하나의 큰 일 때문이 아니라 구구절절한 사연이 깃든 일이라 설명하기도 번거롭고 설명한다 한들 이해도 못시킵니다. 그러니 저 멀리 한국에 있는 사람 시각에서 보면 ‘쟤넨 일 안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반응을 예상해서 제가 여기서 조바심 낸들 일이 빨라지지 않습니다. 서비스의 인프라, 환경이 다른 것이죠. 때문에 미국팀과 한국팀 사이에서 일할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은 동네북이 되기 쉽습니다.
여하튼, 일단, 미국에서 사업하려고 오시는 분들은 한국에서 일할 때 예상되는 속도 두 배이상 걸린다는 사실 미리 인지하고 계획하셔야 홧병 생기지 않습니다.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 하는 문화
일과 관련된 문화 차이 중 하나는 가족을 중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이 나라에도 워커홀릭이 있고 개인의 경험담으로 내려오면 개인 차가 큽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한국사람들에 비해 일과 가족 이슈가 충돌할 때 가족을 먼저 챙깁니다. 때문에 가족 구성원 중 누가 아파서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신청하거나, 반차를 내는 일이 많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죽을만큼 아픈게 아니면 일이 먼저인 분위기죠. 학생 때 아무리 감기가 호되게 걸려도 학교에 나가 개근상 받아가는 것이 자랑이었죠. 그런데 미국은 아픈데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것은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행위로 간주합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이를 이유로 회사에 늦거나, 결근하는 것을 능력 부족, 민폐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사람들은 ‘오늘 아이가 아파’라고 하면 게임 끝입니다. ‘갑자기 오늘 아이 돌보는 사람이 못 온대. 내가 집에서 일해야 할 것 같아’ 이 말이 한국에서 통할까요? 그럼 다른 사람없어? 부모님은? 없으면 ‘내가’ 능력없는 사람이 되지요. 왜냐하면, 한국에선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살기에 그것이 가능하죠. 그런데 미국에서 일하다보면, ‘아이 학교에 가야해’, ‘와이프가 오늘 아파’ 등등 가족 이슈로 미팅이 취소되거나, 업무 시간에 담당자를 찾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이 쪽 문화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짜증이 제대로 납니다. 다시금, “쟤넨 일 안해?” 이렇게 되는 것이죠!
미국과 한국 두 조직 사이에서의 중간자 역할
실제로 미국 오피스에서 미국인들에게 둘러싸여 일하기 전까지 저는 제가 항상 오픈 마인드라고 생각했고, 사람 사귀는 일에 자신있고, 월급 받는 것 이상의 밸류를 창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완전 제 과신이었습니다. 미국에 왔을 때 저는 직장생활 4년차였지만 직장 생활의 모든 기초를 다시 배워야 했습니다. 영어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 때문이죠.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떻게 사람들에게 의견을 표명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모임에 소집하고, 등등 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던 점은 한국과 미국 두 조직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할 때 두 문화 중간에 있는 중재자의 역할은 너무너무 중요한 동시에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 서러웠던 점은 저는 미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미국 친구들을 ‘우리팀’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들은 저를 ‘우리편’에 넣어 주지 않았습니다. 입장 차이를 전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전달자인 제가 되려 미움을 받은 것이죠. 한국과 미국 시차 때문에 밤 한 시 두 시에 일하면서 저는 무척 외로웠습니다. 그나마 제게 큰 힘이 되었던 것은 회사 대표님께서 제 고충을 이해해 주셨던 점입니다. 대표님께서 제 고충을 이해해 주실 수 있었던 까닭은 본인이 직접 자주 미국 출장을 나오시면서 이쪽 실정을 몸소 경험하셨기 때문이죠.
대표님 말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직원들에게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합니다. 두 조직을 화합시키려는 그러한 수장의 노력이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조직을 꾸릴 때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전의 저처럼 두 조직 사이에서 중간자의 역할을 수행하시느라 고생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양쪽 조직에 적극적으로 고충을 털어놓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내가 열심히 하면 알아주겠지하는 생각은 내 보스가 내가 하는 일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생각입니다. 옆 자리에 앉아있는 미국인 보스는 내가 한국 직원들과 한국식으로 일할 때, 일하는지 노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국에 보스가 있는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왜 어떤 일로 속썩고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리 자상한 보스라도 알 길이 없습니다.
한편, 한국에 계신분들은 미국에 파견나와 있는 사람들이 고생한 얘기를 하면, 오픈마인드로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미국인들과 일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지만, 한국과 미국 두 조직을 꾸리는 일은 두 배로 힘든 일입니다. 스타트업을 하시는 분들 중 종종 제게 왜 글로벌에서 성공한 한국 토종 스타트업이 없을까 물으시는데 제 생각에는 앞서 설명드린 소프트한 측면들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 문화적 차이는, 눈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하시려는 분들은 이러한 소프트한 이슈들 때문에 속 썩을 것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직접 부딪쳐 보면서 노하우가 생깁니다. 한국에서 미리 뭔가를 준비하길 원하신다면, 다른 것보다 ‘화를 다스리고, 긍정적이고, 느긋한 생각을 하는 수련’을 하세요! 제게도 좀 알려주시구요!
길게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글: 에이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