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세상을 기록하고, 또한 세상과 소통하는 장치다. 어떤 이의 손을 거치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출입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글을 쓰고자 하고, 사회의 의미 있는 흔적으로 남기고자 한다.
수많은 흔적 속에서도, 벤처스퀘어의 명승은 대표가 만들어내는 발자취는 절대 예사롭지 않다. IT 전문 기자로 10여 년, 야후 코리아와 TNM 미디어를 거쳐 현재 벤처스퀘어라는 스타트업&벤처 전문 온라인 미디어를 만들어내기까지 일반 저널리스트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바라보고 걸어야 이런 길에 이르게 될까? 강한 호기심이 beSUCCESS를 명승은 대표를 향한 인터뷰로 이끌었다.
– 메이저 언론사가 아닌, 마이너 잡지사에서 기자를 시작한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다
명승은 대표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던 시점은 바로 IMF 시절이었다. 메이저 언론사라 불리는 곳은 거의 신입 기자 공채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몇 년을 기다려서라도 메이저 언론사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마이너 언론에서 열심히 일해 내 능력을 인정받고 경력을 쌓아나갈 것인지. 고민하다 보험회사에도 잠시 취업하는 등 방황 끝에, 마이너 잡지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3달에 50만원을 받는 삭막한 상황에서 당연히 힘들었지만, 그에게는 남다른 길로 가고자 하는 마음 다짐을 굳힐 기회가 되어주었다.
– 나처럼 이상한 길로 튀는 선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승은 대표는 IT 전문 기자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기사 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야후코리아 콘텐츠 팀, TNM 미디어 공동대표 등 실질적인 ‘사업’의 영역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치열한 고민 덕택이었다.
“그런 고민을 했어요. 기자를 그만두게 되면 그 이후에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글 쓰는 재주만으로 평생 살아갈 수 있을까.. 근데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장점을 만들어내겠다고 생각했죠. 디지털 미디어 전문 기자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전략을 공부하고, 미디어를 연구하고, 1인 미디어, 웹 2.0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고 활용해본 거죠.“
눈앞이 아닌 더 먼 곳을 준비했기에 ‘편집자’가 아닌 ‘전략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 블로거가 주목받기 이전에 이미 파워블로거로서 몇 년째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링블로그’가 명승은 대표의 노력을 증명한다.
“그리고 저 때는 제 선배 중에 제가 되고자 하는 롤모델이 없었어요. 그래서 거꾸로 제 후배들에게는 다양한 롤모델이 있었으면 했어요. 나처럼 이상한 길로 잘 나아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롤모델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
– 기자, 데스크 없이 미디어가 운영될 수 있을까? 벤처스퀘어는 그 답이 되고자 한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명승은 대표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벤처스퀘어다. 스타트업을 주로 다루는 온라인 미디어인 벤처스퀘어에는 기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백여 명이 넘는 필진이 글을 쓰고, 그 글을 벤처스퀘어에서 발행한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저널리즘의 장벽을 깨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의 언론사는 자본적 독립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에요. 기자가 있고, 데스크가 있고, 조직적인 체계로 움직이다 보니 비용이 필요하게 된 거죠. 그래서 기자를 두지 않고, 데스킹을 최소화시키고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미디어가 운영될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비용이 낮고 효율성이 높으며, 영속성을 지닐 수 있다면 미디어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벤처스퀘어를 통한 실험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천만 명이 원하는 콘텐츠를 가져야만 미디어의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백만 명, 오십만 명이 필요로 하는 미디어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벤처스퀘어를 통해서 스타트업 뿐 아니라 독립 영화, 문화 등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미디어가 생존할 수 있길 바라요. “
–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매력을 알리는 미디어
저널리즘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도 지녔지만, 그만큼 스타트업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벤처스퀘어에서는 묻어난다. 스타트업만큼 강하고 근성 있게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이 없는데도, 대부분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벤처스퀘어가 시작된 포인트였다.
“스타트업이 어려운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일단 무대가 없죠. 어디에서 일하는지 말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판을 깔기가 어렵죠. 또, 기록해주는 이가 없으니 역사를 찾기가 어려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의 역사를 남길 수 있는 미디어가 필요하고, 그 기록을 노출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죠. “
– 창업에 대한 성공모델을 만들고 싶었기에 시작한 엑셀러레이션
그렇게 벤처스퀘어가 시작된 지 3년, 필진을 모으고, 스타트업을 위한 행사를 주관하고, 현재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엑셀러레이션을 시작했다. 창업에 대한 명확한 성공모델이 없는 국내에서 두고두고 후대의 본보기가 될 만한 벤처를 키워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벤처스퀘어가 다른 엑셀러레이션과 다른 점은, 직접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멘토링을 원하고 멘토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플랫폼이 된다는 점이다.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내서 물을 줘보고, 햇볕을 잘 쬘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무조건 해주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네트워크로 이끌어주고 소개해 주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행사도 소개해주고 글로도 써주고, 데모데이 때 VC들 초대하고, 면담하게 해주고, 멘토와 엮어주는 거죠. “
– 벤처스퀘어는 혼자 앞서 가지 않고, 함께 갈 것이다
요즈음 대부분 언론사에는 벤처 섹션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미디어의 속성상 언젠가 그 섹션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벤처스퀘어는 미디어 2.0의 실험적 모델로서 시대의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하게 계속하고자 한다.
“벤처스퀘어에서 꼭 누군가가 데스킹을 하지 않더라도, 필진을 수동적으로 모집하지 않더라도, 커뮤니티처럼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독보적이라기보다는 아우르는 느낌으로 존재했으면 해요. “
– 나는 한평생 글을 쓸 것이다
명승은 대표는 ‘글쟁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이 세상에 무언가 의미가 있길 바라며 글을 쓰는 글쟁이다. 세상을 기록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해주는 것.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이자 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저는 제 평생 글을 쓸 거에요. 그 목적은 시대에 따라 스타트업이 되기도 하고, 미디어의 융합이 되기도 했고, 온라인이기도 했었죠. 앞으로도 무엇을 쓸지 저 자신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제 글로써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이 되고자 합니다. “
글: 김문선
출처: http://www.besuccess.com/?p=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