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에는 최근 벤처스퀘어에서 TNW 영문기사 번역물을 연재하고 계시는 박경호 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예정된 시작 시간이었던 12시를 살짝 넘긴 12시 15분, 1박2일의 실전창업리그 튜닝캠프가 열릴 경기도 안성 한국러닝리조트의 시너지룸은 약간 어색한 분위기였다. 서먹서먹한 시간이 15분 넘게 지나자 벤처스퀘어의 명승은 대표는 과감히 예정된 강의를 뒤로 미루고 점심식사를 서두를 것을 공지했다.
두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오며 약간 지쳐 있던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식사를 함께했다. 서먹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참가자들에게도 활기가 감돌 무렵 전 싸이월드 창업자인 런파이프의 이동형 대표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비즈니스를 시작한 순간 당신은 버스에서 길가에 내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것에 가깝다. 사업 초기에는 모든 것이 힘들고 고되기에 장밋빛 꿈을 꾸며 사업을 구상할 때 가졌던 패기가 사라지기 쉽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은 성공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성공의 열매를 맛보는 사람은 길고 긴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자신이 세운 목표와 마일스톤만을 떠올리며 발 밑의 돌뿌리를 피해 전력으로 달리는, 그런 사람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동형 대표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들은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발표했다. 스물한 살의 대학생부터 중년의 교수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발표자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부터 플랫폼 사업 그리고 수면유도장치부터 로봇제어 솔루션, 마지막으로 선풍기 디자인과 개발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아이템과 수익모델에 대해 설명하며 멘토들에게 어필했다. 참가팀들의 발표를 듣고 관심 있는 멘토들이 손을 들어 그 팀을 멘토링 해주는 그룹별 멘토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멘토가 겹칠 때는 참가팀이 멘토를 선택하는 진행 방식은 약간의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더해주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 이어진 특강에서는 한국뉴욕주립대 병설연구소 기술사업화 센터 강수남 센터장이 모두에게 미래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 10여 년간 현직에서 일하며 느낀 미국 IT 업계와 스타트업 씬 특유의, 성공을 거둔 기업의 출신자들이 또 다시 사업을 시작하고 서로 도와가며 다시 성공을 이어가는 현상을 지목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갖춘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함께 성공을 이뤄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처럼 서로를 끌고 밀어주는 돈독한 기업가 커뮤니티가 생겨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0년대 초기의 벤처 붐에서 나오지 못했던 한국산 글로벌 서비스가 이번에야말로 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이동형 대표와 강수남 센터장, 그리고 전 벤처기업협회 최충엽 부회장으로 구성된 멘토 3인방은 자신이 선택한 서넛 씩의 멘티 팀들을 이끌고 그들의 사업에 대해 깊게 파고 들며 다각도로 조언했다. 이 자리에는 기업은행의 손민성 컨설턴트도 참여해 스타트업들이 어렵게 느끼는 자금확보 전략과 은행권 대출 및 융자, 금융 관련 종사자들과의 관계형성, 마케팅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 시간에 걸친 멘토링 끝에 사업에 대한 많은 조언을 얻은 참가자들은 다과를 즐기며 잠들기 전까지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자기를 소개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업계의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실제 이 네트워킹 시간을 계기로 많은 팀들이 앞으로 본인들의 사업제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열정은 에너지를 가져다 주는 법. 새벽까지 이어진 네트워킹 자리가 무색하게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참가자들이 모여 전날 받았던 조언을 함께 공유하고 이를 반영한 차후 로드맵을 발표했다. 첫날 발표와 비교해 사업방향 자체를 수정한 팀도 눈에 띄었고 참가팀들끼리의 사업 제휴 계획들을 많이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으로 이들이 받은 조언은 사업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가지기 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좀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그것에 집중해 영향력을 확보하라는 메시지와 일맥상통했다.
멘토들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캠프를 마무리했다.
–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것으로 해 나갈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너무 많은 일을 벌여 사업을 몬스터로 만들지 마라.
– 트렌드를 무턱대고 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 사업 진행 과정에서 체크 포인트를 만들어 놓아라. 중간중간 스스로를 체크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 고객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Demands와 Needs의 차이를 구별하라.
– 비즈니스는 네트워크다. 다른 스타트업과 혹은 선도 벤처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라.
– 사업에서 단발적 이벤트는 중요한 것이 아닌 일시적 효과를 낳을 뿐이니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하라
마지막으로 조촐한 시상식이 진행되었는데 캠프 기간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임해 로드맵 수정에 조언을 잘 반영한 팀으로 특화된 모바일 광고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는 비투앱스가 뽑혀 이들에게 더 건강한 팀으로 거듭나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취지의 홍삼 세트 부상이 전달되었다. 다음으로 로드맵 설정에 따라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게 판단된 팀으로는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 키즈노트가 선정되어 카페인 충전을 통해 목표를 향해 지치지 않고 달려갈 수 있도록 커피포트가 전달되었다. 참가팀들의 추천으로 뽑은 인기상에는 수면유도장치와 수면분석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는 5gam이 뽑혀 시원한 여름을 보내라는 의미로 음료와 맥주가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를 전달 받았다.
캠프에 참가한 열두 팀의 스타트업들은 좌충우돌, 그 아이디어도 비즈니스도 모두 다 다른 방향을 향했고 그 덩치도 달랐지만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열정 하나만은 그 누구 하나 뒤지지 않았다. 멘토들의 말대로 이 중 어떤 팀들은 실패를 맛볼 수도 있고, 어떤 팀들은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오늘도 땀흘리며 자신의 믿음을 지켜나갈 이들이 어떻게 빛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스케치 : 박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