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스타트업에서 탄탄한 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 기업가 정신, 그리고 합리적 의심
모간 루이스(Morgan Lewis)의 신흥 비즈니스, 기술 실무 담당 공동 매니저인 스티븐 M. 코헨(Steven M. Cohen)은 22년의 VC(벤처 투자자)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2012 기업가 정신 컨퍼런스’(2012 Entrepreneurship Conference)에서 그가 스타트업 경영진에게서 보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의 중요한 요소로 ‘고통을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꼽았다. 그 이유는 고통과 땀과 눈물만큼 기업가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니체가 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는 말을 생각해보라.)
그러나 기업가 정신에서 고통을 견뎌내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해서, 스타트업의 알파와 오메가가 ‘하면 된다’(Can Do Spirit)인 것은 아니다. 이것만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 없다. 상식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스타트업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환경을 극복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정신력이 있다고 해도 위험천만한 환경을 아무 생각 없이 가는 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아둔한 것이다.
즉, 스타트업은 셜록 홈즈가 말한 것처럼 모든 가능성을 검증하고, 검토하고, 다시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을 아무리 받아들이기 싫더라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위의 같은 컨퍼런스에 패널리스트로 참여한 지나캐스트 벤쳐스(Genacast Ventures)의 설립자인 질 베이다(Gil Beyda)는 시장 크기,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 재정 확보, 적절한 제품 개발, 잠재적 경쟁자와 경쟁 등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해서 충실히 준비할 스타트업일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며, VC들에게 매력적이라 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이 이와 같은 민첩한 도전정신을 가지는 중요도는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더 커진다. 스타트업이 커지면 의사결정의 과정이 이전처럼 소수로, 그리고 직관으로 이뤄지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부재할 경우, 도전하지 말아야 할 곳에 과감히 도전하는 고의적 실책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순간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허다한 스타트업에 속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되려면,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에 대해서 냉정한 낙관주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믿지 마세요
그렇다면 실제로 스타트업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 기본적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그 후 추가적인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여 돈을 버는 프리미엄(Freemium)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들을 통해 생각해보자.(공개: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소셜댓글 업체인 디스커스(Disqus) 역시 이와 같은 프리미엄 사례다.) 단적으로, 나는 내 제품을 프리미엄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없을까, 필요가 있다고 바로 시행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다른 준비가 필요한 것일까?
2012년 6월 6일에 드미트리 레노프(Dmitri Lenov)가 매셔블(Mashable)에 쓴 “왜 프리미엄이 되지 않는가”(Why the Freemium Doesn’t Work)라는 기사를 보면 프리미엄은 다음의 세 사례에서만 성립이 가능하다.
에버노트(Evernote)처럼 쓰면 쓸수록 점점 더 사용가치가 높아지고 쓰고자 하는 기능에는 제한이 생겨서, 결국엔 돈 내고 안 쓰게 되기 어렵게 되는 경우가 프리미엄 모델에 적절하다. 반대로, 쓰면 쓸수록 사용가치가 높아지는 비율이 낮다면, 유료 전환 비율(conversion rate)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드롭박스(Dropbox)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제품 사용을 권유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운 인센티브가 있는 경우다. (드롭박스는 드롭박스를 쓰는 사용자끼리만 파일 공유가 가능하고, 새로운 가입자를 만들 경우 나의 드롭박스 저장공간이 추가된다.) 이런 경우 프리미엄 모델이 마케팅 비용 감소라는 측면에서 설득력 있다.
스포티파이(Spotify)처럼 이용자에게 설득력이 강한 가격 정책을 갖고 있는 경우다. 스포티파이는 광고를 없애는 대가로 이용자당 5달러를 받는데, 이것은 늘어나는 이용자를 반영해 광고수익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쉽다.
결론적으로, 프리미엄 모델은 제품의 사용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수용하는 반감을 낮추면서, 이용자를 확산하는 데 적절하다. 그러나 유료 전환을 할 수 있는 사용가치의 증진, 마케팅 비용 감소, 설득력이 강한 가격 정책 책정이 부족하거나 부재하다면, 프리미엄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프리미엄 성공 사례 몇 곳만을 보고서 “프리미엄이 대세다”와 같은 들뜬 주장을 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주장에 분명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며, 가설은 검증되지 않았을 때는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된다. 스타트업 경영은 예술 못지 않게 과학이다.
* 경영상 무능력: 감정적으로 가격 설정, 과다한 소비, 납세하지 않는 것, 가격 정책에 대한 무지, 재무에 대한 무지,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에 대한 무경험 (46%)* 경험의 불균형 혹은 경험의 부족: 공적 평가가 소홀, 지나친 확장, 부적절한 대출 행위 (30%)
* 제품 혹은 서비스 개발 경험의 부족: 설비 투자의 잘못, 공급 체인에 대한 이해 부족, 마케팅 예산 낭비 (11%)
스타트업의 기업가 정신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만, 세상을 바꾸기 전에 살아남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떻게 버는 것인가? 간단하다. 성장이다. 그런데 그냥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큰 성장이다. (반대인 경우에는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이익 대비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에 사실 서비스의 위험 부담이 더 커진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성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은 이용자수, 설치자수, 페이지뷰(PV)와 같은 총량적 지표 외에 그러한 성장이 스타트업의 비용구조, 매출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에릭 숀펠드(Eric Schonfeld)가 2011년 6월 30일에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쓴 것처럼 이용자가 늘더라도 그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해당 이용자는 매출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자면, 제품 개발의 경우 스타트업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적어도(기본적으로) (1) 제품 출시의 목표가 무엇인지, (2) 해당 목표를 어떻게 달성한 것인지, (3) 해당 목표 달성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그리고 (4) 어떻게 목표 달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정리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피드백의 수용에 따라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제품, 서비스, 회사와 인력, 시스템이 함께 성장하는 스타트업만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