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에 동참하라.
호텔들에서는 한번 사용하고 빨래해야 하는 타월들이나 침대 시트 때문에 물 사용량이 엄청나다. 그래서 호텔들은 화장실이나, 침대 위에 간단하게 메세지를 붙여 놓는다.
‘Help Save the Environment’ (환경 보호를 위해서 협조해 주세요)
이런 메세지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사람들은 별로 주위를 기울이지 않고, 늘 있는 그런 문구로 생각하고 지나쳐버린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메세지로 살짝만 바꿔도 사람들의 행동을 많이 바꿀 수 있다.
“Join Your Fellow Guests in Helping to Save the Environment”
75% of guests participated in the towel-reuse program
75% 이상의 손님들이 타월 재활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동참하세요.
같은 내용이지만 살짝 바꾼 결과로 타월 재활용이 약 25%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많이 인용되지만, 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것인가에 대해서 Heath 형제들이 쓴 책, ‘Made to Stick‘ 이라는 책에서 인용했다. 사람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유도하고자 할 때, 단편적인 메세지를 전하기 보다는 같은 사실 (fact)라도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봄에 따라서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 내용이다. 특히 위의 예는 사람들이 소수(minority)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 심리는 이용한 것이다.
“약 80% 사람들이 A와 같이 행동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굳이 20%가 되려고 하세요?” 라고 말함으로써 20% 에 속하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지 말라고 메세지를 전한다.
출산률 발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정부나 통계청 혹은 뉴스/신문에서 우리나라 출산율에 대해서 ‘세계 최저’라고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사람들은 저 뉴스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종종 뉴스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이러한 출산율 경향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러면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면서 아이를 많이 나아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책이 개선되어야 하고, 특히 워킹맘의 탁아나 보육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다. 교육 정책도 문제다. 한국의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낳아서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저출산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전반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으면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셋만 낳아 잘기르자, 둘만 낳아 잘기르자 같은 가족계획운동이 실행된 것이 30-40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꾸준히 진행된 사회변화와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이제와서 “많이 낳자”고 부르짖어봤자 단숨에 변화하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그 이유가 개인들이 피부에 와 닿는 어려움이 아니라 ’50년 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너무 줄어서 노인 부양으로 젊은이들이 부담이 크다’ 라는 것이라면 더욱더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변화를 이끌어 내기 힘들지 않을까?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러한 저출산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살기 힘드니까 조금 낳겠지’ 라는 생각을 하지, ‘아~ 그러면 내가 많이 나아서 국가에 이바지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시나리오다.
“우리나라 부부가 평균 1.1명의 자녀를 낳는다.그런데 내가 2명을 낳으면 많이 낳는 편이 아닌가? 게다가 무려 세명, 네명을 낳는다는 것은 너무 심한건 아닌가? “
사람들이 표면적으로 위와 같은 말을 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발표되는 저출산의 숫자들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위와 같은 생각을 주입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물론 이런 걱정 자체가 기우라면 다행이지만, 한마디로 아기를 적게 낳는 것을 정당화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소수자(minority)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집단에서 극단에 있고 싶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소수의 그룹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식/무의식적으로 남들과 발을 맞추며 살고 싶어한다. 한국인은 평균 1.1명의 자녀를 낳는다는 계속된 정보 주입이 사람들의 무의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말 궁금하다.
나가며…그러면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쉽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사람들이 다산을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지배적이다. 출산율이 낮은 거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럼에 뉴스나 신문에서 저출산을 보도하는 것은 ‘뉴스의 가치(news-worthy)’ 면에서 이해가 되지만, 자꾸만 정책 입안자들이나 국가기관에서 낮은 출산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의 짐을 지우게 되고, 그들의 커리어를 보장할 수 없는 장애물들도 많이 있다. 물론 여성들의 출산과 사회참여에 대한 지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남성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출산을 여성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 문제이다. 과연 남성들을 타겟으로 저출산과 관련해서 어떠한 정책이나 캠페인, 교육이 행해진게 있을까?
차라리 낮은 출산률을 계속적으로 뉴스화하기 보다는 2-3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경우를 성공적으로 마케팅하는 것은 어떨까? 가끔 ‘인간극장’같은 프로그램에서 9명, 10명 낳은 극단적인 경우는 단순하게 뉴스감이 되기는 하지만 와닿지 않는다. 다산을 한 연예인들을 내세우는 것도 일반인들과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연관성을 느끼기 힘들다.
2명, 3명, 4명을 낳더라도 훌륭하게 키운 경우나, 기업이나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경우나, 자녀를 낳으면서 커리어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 또는 선진국 중에서 높은 출산률을 유지하는 나라들의 성공 사례를 제시해야지, 단순하게 출산률이 낮아서 큰일났다, 국력 유지를 위해서 최소 몇명은 나아라 라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사람들은 다수가 하는 행동에 대한 합리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 한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사실(fact)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은 자신이 전달하는 사실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라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실을 밝히고, 폭로하고, 털고, 까발리고, 꼼수를 밝힌 다음에, ‘나는 진실을 밝혔다’ 라는 자세도 그런 면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사실을 밝히는 사람들도 조심해야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도 항상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겠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