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보모국가일까? – Nanny State

뉴욕시에서는 9월 3일부터 아이를 낳으면, 산모가 분유 한 통을 요구할 때마다 신청서에 서명을 해야 하고 간호사로부터 모유가 분유보다 아기의 건강에 좋다는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 병원은 분유를 아무 데나 비치하지 않고 처방전이 필요한 약을 보관하는 곳에 격리토록 했다. 산모가 원하면 분유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접근을 훨씬 까다롭게 해 모유 수유를 유도하는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국민들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유수유를 장려해서 뉴욕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좋은 정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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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모 국가론

David Harsanyi 라는 사람이 쓴 Nanny State라는 책을 읽었다. Nanny는 영어로 아기 봐주는 보모를 뜻하고, Nanny state라는 명칭은 국가가 하나하나 나서서 개인의 일을 챙겨줘야 하는 것을 말하거나, 개개인이 자신의 자유에 따라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국가에게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칭얼거리는 것을 비꼬아서 한 말이다.

솔직하게 이 책은 약 200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데, 제대로 읽지 못하고 슬슬 넘기면서 봤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의 의견 중에서 도저희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 부분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논리들의 반복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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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을 가장 잘 대표하는 가치는 분명, 자유(freedom)일 것이다. 국가의 건립, 헌법, 그리고 역사 자체가 모두 자유라는 가치 아래서 이뤄졌고, 지금도 미국인들은 자유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누가 뭐래도 이 나라는 자유의 나라이다.

그런 미국에서조차 점차로 시장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을 하고, 테러 등의 이유로 개인과 집단의 신체적/정신적 자유를 억압하는 일도 많이 생기고 있다. 특히나 시민운동의 발달로 인해서 시민단체들이 국가에게 다양한 여러가지 정책을 요구하고 있고, 또 그 중에서 많은 것들이 실제로 입안되어서 실행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의 경향은 보수당인 공화당에서조차 시민들의 자유보장과 시장의 자유보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전국가적인 테러에 대한 공포,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불궈지고 있는 시장의 실패에 대한 논의나 최근의 콜로라도 영화관 총격사건, 1999년 콜럼바인 총기 사건 등으로 인해서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저자는 한마디로 ‘개인의 자유’를 지상 최대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해줘야 하며, 국가는 개개인의 선택을 제한하는 행위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의 입장이다. 심지어 술, 담배, 포르노 등등에 대해서도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보다는 개인이 알아서 어느정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쉽게 표현하면 사람은 적어도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는 술을 진탕 마시며 담배를 피우다가 포르노와 프리섹스를 실컷 즐기다가 죽는다고 해도 그 사람의 자유에 따라서 일어난 일이라면, 그리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다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의 논리이다.

일견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는 21세인데, 왜 21세인가? 하는 문제이다. 사실 군대를 갈 수 있는 나이,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 등등은 모두 18세인데, 유독 술만 21세인것도 웃기다.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심하고 가정을 꾸리고, 정부의 대표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술을 마실 수는 없다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논리이므로.

애초에 술에 관해서 21세라는 기준이 정해진 것은 18세 ~ 21세의 연령대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가장 많이 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21세까지의 연령에 관해서 음주운전을 못하게 하고, 아예 술을 못 마시게 함으로써 사고를 낮추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의 논거대로 그 후에는 21-24세가 가장 음주운전을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 이제 미국은 음주제한 연령을 24세까지 늘려야 하는가? 라는 것이 작가의 논리이다.

그리고 1930년대 발령된 금주법도 대표적인 내니즘(nannism)으로 비판하고 있다. 즉, 기독교 정신의 고취와 범죄율, 알콜 중독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금주법으로 인해서 수많은 불법 양조업이 생겼고, 마피아와 같은 조폭들이 활개를 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금주법으로 인해서 실제로 범죄율이나 알콜중독이 줄었다고 금주령의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차라리 그러면 운전도 하지 못하게 하라. 그러면 교통사고 사망률도 Zero가 될테니’ 라고 비꼬고 있다.

그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켈리포니아의 여러 시에서 전면적으로 시 어디에서나 흡연을 금지한 법령, 식당에서의 음주에 대한 책임을 식당 주인이나 바텐더가 지도록 한 법령, 같은 반 친구에게 키스를 하거나 허그를 하는 초등학생을 성추행으로 정학을 당하도록 판단한 법원, 특별히 발급되는 카바레 라이센스(면허)가 없으면 음식점 내에서 춤을 절대 출 수 없도록 하는 뉴욕의 법령, 술을 반값에 파는 해피아워를 금지하는 일리노이 주의 법령 등을 예로 들면서 너무 지나친 보모 국가 주의가 개인들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의 오버리액션(over-reaction)을 유도해 내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리 법령을 제정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제한하려고 해도, 이를 교묘하게 피해서 결국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마는 사람들의 행동도 묘사함으로써, 이렇게 규제를 하는 것은 단지 세금을 낭비할 뿐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보모국가일까?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대한민국 정부의 개입도 심각하고, 사람들이 항상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에게 그 해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보모국가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술, 담배, 마약, 매춘, 폭력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단호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규제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하는 선이 어디까지냐? 라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다만 예전에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항상 문제제기를 한 다음에 끝맺음은 ‘이제 국가와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라는 식으로 했었는데, 이렇듯 모든 문제를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짓는 논리들에 대해서 못마땅했던 기억이 있다. 도대체 우리는 항상 정부에게만 기대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시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개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라는 것이 의문이었다.

특히 요즘 불궈지고 있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문제를 보면서, 나는 기업의 이윤추구와 소비자의 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 대형마트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기에 한국의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보모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저것 해보다가 도대체 대기업이나 대형마트에 상대가 안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 시장의 상인들이 너무 불공평한 (unfair) 싸움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서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는 점은 잘 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시장의 니즈는 이렇게 억지로 규제를 가하는 경우에 상상도 못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 돌파구를 마련하지, 정부의 단선적인 규제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creative response 이론에 동의하며, 대형마트규제도 다양한 다른 방법으로 대형마트들이 결국엔 포기하지 않고 살 길을 찾고, 재래시장은 큰 이익을 얻지 못하리라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편리함을 더 추구하려는 경향으로 인터넷을 통한 생필품, 농산품 구매가 더 증가하는 추세로 업계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재래시장 vs. 대형마트 논리로만 생각했던 정책 입안자들이나 재래시장 상인들의 표를 얻어보려고 했던 국회의원들이 상상치 못했던 전개일 것이다. 결국 규제라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재래시장 살리기에 반대하는 의견은 아님, 자세한 내용은: 대형마트 규제, 이슈와 솔루션의 불일치 참조)

여기서의 궁극적인 질문은 1)’우리에게는 정말 보모국가적인 경향이 있는가?’,2)’그리고 있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모든 문제에 있어서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를 원하는가?’가 될 것이다.

나는 우리에게 보모국가적인 경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시민사회의 자신감 결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불행한 역사이지만, 우리 사회의 역사적인 사건들은 대부분 우리 시민사회의 자체적인 능력이 아닌 다른 무엇에 의해서 진행되었다. 예컨대 1910년 한일강제병합(예전 말로 한일합방), 1945년 해방, 1960년대 경제 발전 등은 모두가 밑으로부터(bottom-up)가 아니라, 위로부터(top-down)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추진하거나, 우리 내부적인 역량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서 이뤄진 역사가 많음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시민혁명의 역사를 가진 유럽이나,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등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 비해서는 시민사회의 자신감 차원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담이지만, 고등학교때 국사선생님이 우리의 독립이 자주적인 힘으로 이룩되지 않은 것이 큰 불행이라고 하셨을 때, 일본에서 벗어나서 독립만 하면 됐지, 그게 무슨 대수인가?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 선생님 말씀의 의미를 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패배주의나 열등감을 느끼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만큼 시민들의 의지가 강하고, 소비자들이 이정도로 억척스럽게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충분히 강한 의지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인데, 불행하게도 역사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더 가능성 높은 미래와, 그 가능성을 지금까지 키워온 시민들이 있다. 이러한 시민들과 소비자들의 의지와 활동들이 정부에 대해서 압력을 행사하고, 새로운 법률과 규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정부에 대한 관리/감찰의 역할도 하고, 요구할 법제정 등이 있으면 해야겠지만, 아직까지 시민단체 스스로 문제해결을 하는 힘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항상 국회의원들에게 경제민주화나 재벌개혁의 정책적 해법을 물어보면, 새롭게 법을 만들고, 제도를 정비하고 어쩌고 하는데,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보여지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시민들이 모여서 생협이나 농수산물 직거래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행해보고, 이러한 움직임에 또 다른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진행되어야지, 한순간에 법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게다가 대기업은 우리 국민이 만든것 아닌가? 그들이 밉다고 없애고 규제해서, 그들의 미움과 원한을 쌓아봤자 사회적인 갈등만 더 깊어지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깨끗하게 골목상권을 두고 물러날 수 있는 방법은 시장에서 그들이 패배하는 것 뿐일 것이다. 절대로 규제가 아니라고 믿는다.

또 다른 예로는 컨슈머리포트가 있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Consumer Rports, http://www.consumerreports.org) 의 경우에는 비영리기관인 소비자협회가 발간하는 잡지/보고서로서 다양한 상품 등에 대한 비교와 리뷰, 그리고 추천/비추천에 대한 이유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매체이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4의 안테나 이슈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이 컨슈머 리포트의 보고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를 벤치마크해서 K-컨슈머리포트가 나왔다. 어디서? 공정거래위원회. 결국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K-컨슈머리포트는 대상선정이나, 공정성, 분석의 깊이 등에서 매스컴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정부기관에서 하는 만큼 이눈치 저눈치를 봐야 하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하면 오히려 더 제대로 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만도 못하게 되었다.

나가며…

새로운 리더가 나오면 이번에는 우리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생각인것 같다. 이러한 생각은 오히려 독재자를 낳거나, 국민의 기대를 이용해서 이를 충족한다는 명목아래 사욕을 채우는 사람을 낳을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노무현 정권이나, MB 정권 모두 기대가 컸던 사람으로서, 또 누군가 나와서 5년 잘 한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 스스로 보모의 품에서 벗어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시민들의 힘이 정부가 아닌 시장을 향할 때에 있다고 생각한다.

글: MBA Blogger
출처: http://mbablogger.net/?p=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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