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을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퇴근하면 7,8시가 넘는 것이 보통이고 집에 가면 피곤에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가 사실 귀찮습니다. 그나마 집에서라도 뭔가를 할라치면 집에 있는 가족과의 시간을 외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주부도 마찬가지죠. 집안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랑 시간을 보내거나 학교로 보내고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금방 똑같은 일을 다시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하죠. ‘마음이야 굴뚝같죠. 그런데, 짬이 없어요 짬이…’
반면에 만약 짬 시간이 단 한두시간이라도 정기적으로 확보가 된다면 여러분이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제대로 할 수가 있을까요? 저도 와이프의 양해로, 퇴근 후 짬짬이 커피숖이나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잖아요. 이런 짬 시간을 통해 분명히 그렇지 못했던 시간에 비하면 정말 많은 것들을 이루어낸 것 같습니다. 돌아서보니 벌써 몇권의 책을 쓰고, 수없이 많은 글을 썼습니다.
한동안 저에겐 말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답니다. 이렇게 글을 쓴 지 1년이 지날무렵 뭔가 의미있는 어떤 ‘결론’이나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많은 내용들을 단지 일회성으로 전하는 것으로 그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었답니다. 때가 되면 출판을 하고 싶은거죠. 그런데 그렇게 매일매일을 열심히 글을 써도 언제쯤 여러분들이 오호 괜찮은데? 하고 공감할 만한 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요원하기만 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와이프와 함께 커피숖에서 얘기를 나누다가 아…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와이프 왈,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글로 쓰는 건 좋은데, 그것을 뭔가 완성된 하나의 형태로 완결시킬 수 있도록 시간을 좀 집중해봐라. 짬짬이 한 두시간씩 시간을 내가지고 그게 될 것 같지가 않다. 최소한 반나절이나 하루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서 고민을 해 봐야 누가 읽어도 올커니 하는 수준의 것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겠냐. 브리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과 심사숙고하는 시간은 양적으로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게이츠가 정기적으로 Thinking Vacation을 떠나는 것 아시죠? 그는 1년에 두번 정도 그는 조용히 사색하기 위한 휴가를 가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것은 일반 휴가와는 구분이 되는 것이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편안한 생각의 시간을 가지는 것. 본인의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 그래서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도 그려보고, 생각의 와중에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을 또 따라가보고… 당연히 짬 시간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겠죠.
생각해보면, 제가 대학원 때 제 동생과 What is .NET이라는 책을 썼는데요. 드래프트 수준의 원고를 썼던건 사실 1주일 정도밖에 안 걸렸답니다. 나머지는 다듬는 수준이었습니다. 단지 1주일만에 책 한권을 써낼 만큼 집중해서 작업을 했던 거죠. 물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건 아니었죠. 그 사이에 짬짬이 관심을 가지고 정리하고 들여다보던 것들을 1주일만에 다시 정리해 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만약 집중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갖을 수 없었다면 불가능할 일이겠죠. 우연히 서가에 꽂힌 제 책을 보고 있노라면 와… 어떻게 이걸 순식간에 썼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짬 시간도 안 나는데, 생각의 휴가를 가질 시간이 되냐? 생각의 휴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나절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더냐. 쉽지 않은 일이란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여러분, 결국 생각의 문제라는 것 아시죠? 저나 여러분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제가 일하는 환경이나 여러분이 일하는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들 슷비슷비하게 살잖아요. 매일매일 일상에 지쳐서 쳇바퀴를 도는 삶을 사는 것과 당장에는 좀 귀차니즘을 이겨내야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겠지만, 일차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의 수준을 도약시켜 주는 일일테고, 결과적으로는 가족 전체를 위해서도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빈둥빈둥 TV를 보거나 잠을 자기 보다는 차라리 등산을 가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보러 기차로 훌쩍 몸을 던지거나,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갤러리에 혼자 가서 즐겨보거나, 스산하고 외로운 느낌마저 드는 억새밭을 거닐어보거나… 무엇을 하든 여러분만의 생각의 시간을 가지는 집중생각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찌보면 이런 얘기들은 저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저는 와이프의 동의를 얻어 최단 시간에 일차적으로 목표하는 작업을 마치기로 결심을 하였답니다. 이 결심과 노력이 허무하게 지나쳐가지 않도록 마음을 좀 더 다져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또는 여러분 자신의 목표를 향해 Shall we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