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번이라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팔아 본 적이 있나요?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생존의 문제가 걸리는 등 극한의 상황에서는 뭐든 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구매’를 요구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판매’는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구매’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외향적이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이 하는 일이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매’라는 것은 결국 ‘구매’하는 사람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판매’하고자 하는 것이 상대방이 댓가를 지불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있다면 ‘구매’가 일어나고 ‘거래’가 완성됩니다.
줄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무언가를 사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치’가 명확하다고 저절로 ‘구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 만들때는 ‘가치’를 고려하고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가치’보다는 제품을 만드는 것만 고려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이 아닌 ‘상품’을 만들라고 이야기합니다.
Soap by Thomas Hawk
제품과 상품이 어떻게 다를까요?
다음 국어사전에 의하면,
상품[商品] : 사고파는 물건이나 재화
구분하기 좀 어려운데요. 제가 정의하는 ‘상품’은 ‘팔릴만한 제품’입니다. 즉, ‘구매’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수한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수하다’는 기준과 판단을 누가 하느냐인데, 대부분의 경우 ‘공급자’가 생각하는 기준과 판단에 의해서 ‘우수한 제품’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제품, 즉 상품은 공급자가 생각하는 상품이 아닌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구매자가 생각하는 가치에는 가격, 기능, 디자인 등 다양한 ‘가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절대적인 가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구매’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고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왜 이것을 만들었나?’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능을 구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상품을 만드는 일의 전부가 아닙니다.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만든 사람에게 만들어 놓은 제품의 특장점이나 가치를 질문했는데, 마케팅이나 영업 담당자에게 물어보라고 한다면…도대체 무엇을 “왜” 만들고 있는지는 고민하고 제품을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많은 엔지니어들이 ‘훌륭한 기술을 구현’하는 것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뭔가를 사러 가보세요. 가장 우수한 제품이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던가요?
내가 사용자로서 고객으로서 돈을 내서 사서 쓰고 싶은 제품, 상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품이 아닌 상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판매자의 설득이 아닌 완성된 제품이 보여주는 특장점이나 가치가 구매자가 공감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제품이 상품입니다.(물론 특장점이나 가치를 설명하는 일은 필요할 수 있겠죠?)
2. 내가 구매자라면 이것을 구매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스티브 잡스는 스스로가 진정한 사용자였습니다. 애플에서는 고객이 아닌 스티브 잡스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을 스스로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면 상품입니다.
3. 내가 사용자라면 이것을 기꺼이 다시 사용할 것인가?
사용성이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비용을 내고 구매도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기꺼이 다시 사용할 수 있을정도의 사용성과 완성도를 갖춰야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궤변일수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팔릴만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면 내 기술과 기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사용자가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여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몇년전부터 인문학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알려면 고객, 즉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필요하고 이해와 통찰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최신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만큼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글 : 마루날
출처 : http://ithelink.net/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