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에서는 특히 버려진 공간을 잠시 동안 농장으로 이용하는 일명 “팝업 농장(pop-up farm)”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유휴공간이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이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시켰는데, FDR 드라이브의 동쪽에는 이미 상당히 많은 채소와 허브를 재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후원자들은 언제든지 이곳에 들러서 재배되고 있는 채소와 허브 등을 따서 돌아갈 수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는 토마토, 호박, 바질 등을 재배해서 인근에 직접 딴 채소를 이용한 식당 등도 들어서게 될 것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이런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본격적인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맨하탄의 생명과학 컴플렉스로 계획된 알렉산드리아 센터 인근에서 시작되었다. 이 센터의 첫 번째 타워는 2010년에 완공이 되었지만, 경제위기의 여파로 개발시행사가 프로젝트의 진행을 중단하면서 상당히 많은 공간이 방치되었고, 이를 그냥 버려두기 보다는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리버파크(Riverpark)로 변신시키자는 아이디어와 함께 톰 콜리치오(Tom Colicchio) 브랜드의 레스토랑을 들어서게 하면서 활성화가 되었다. 이들은 뉴욕의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과 도시농업을 진흥시키고자 하는 단체인 GrowNYC와 파트너십을 맺고, 풀타임 농부를 고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기술적으로도 쉽게 포터블로 기를 수 있는 작물을 중심으로 재배를 하는데, 농장의 스태프들이 태양빛의 상황 등에 맞추어 작물들을 회전시키고 펜스와의 위치 등을 조정하며, 도시중앙에서 재배되는 만큼 도시미관에도 부합이 되도록 적절한 배치를 하는 등 일반적인 대량생산 농업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땅에 심는 것에 비해, 다양한 화분을 이용하는 도시농업의 농법에서는 아무래도 흙이 물을 잔류시키기 어려워서 배수로 등을 잘 이용하는 물관리가 더욱 중요하며, 뿌리가 깊이 들어가는 작물들의 경우에는 재배에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포터블 시스템을 통해 정말 다양한 공간에서 농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연관된 기술들이 많이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이처럼 식당과 농장이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도시농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에는 공사가 중단된 이와 같은 유휴 사이트가 600군데가 넘고, 제대로 이용되지 않는 도시 내부의 공간이 596에이커(1에이커는 1224평)에 이르므로 이런 공간에서 신선한 채소가 생산된다면 버려진 가치가 활용된다는 측면에서도 많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도시농업은 이와 같이 단순히 벼농사와 같은 농사를 도시에서 짓겠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이해를 하고, 채소와 음식, 그리고 농사가 주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도시에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성공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내에서도 홍대의 제너럴닥터(General Doctor)에서 기존의 카페와 의원을 결합시켰던 시도에 이어 최근 협동조합으로 변신을 시키고, 옥상에서의 도시농업을 같이 시도하고 있는데 다양한 노하우들이 접목된다면 서울의 도시곳곳에서 이와 같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