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직장인, 에너지 매니지먼트(Energy Management)가 중요하다

1. 회사원과 운동선수

Corporate Athlete 이라는 기업용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플로리다에 있는 HPI (Human Performance Institute) 라는 한 컨설팅 회사가 기업체들을 위해서 만든 교육자료인데, 나도 한번 받은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회사원들도 운동 선수와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제목의 athlete은 운동선수라는 뜻이다.)

예컨대 올림픽에 나가는 운동선수가 시합에 나가서 그동안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연습에 열중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충분한 영양과 휴식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육에 휴식할 시간이 없이 계속해서 스트레스만 주게 되면 근육은 오히려 그 능력을 상실해버리지만, 근육에 일정 스트레스를 준 후에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제공하면 그 근육은 더 강하게 단련되는 것이다.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도 국내대회나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시합의 실전경험을 쌓겠지만, 아마도 많은 시간은 휴식과 영양보충에 할애할 것이라는게 요지다.

  • Harvard Business Review에 실린 Corporate Athlete 아티클 링크
  • 요컨대 이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하면 일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는가? 라는 모든 직장인들이 갖는 큰 질문 중에서, 특히 건강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자신을 관리해야 꾸준히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가? 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수면이나 식사, 운동, 그리고 주말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한 명상 등에 대해서 필요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트레이닝을 한다. 그리고 이 HPI라는 회사는 이러한 패키지를 한마디로 Energy Management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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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ody, Heart, Mind and Spirit (육체, 감정, 정신 그리고 영혼)

    이 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의 팬이 되었다. 그 이유는 세가지이다.

    첫번째는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회사가 한 종업원을 쏙쏙 뽑아먹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한 인격체로서 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케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회사라면 직원들에게 몸과 마음이 번 아웃(burn-out) 될 때까지 죽도록 일하라고 말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조금 미안하기는 할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종업원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만약 그렇게 일하다가 몸이나 마음이 망가져서 일을 그만두게 되면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건강이 악화되면 동정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 경우는 많이 있지만,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는 딱히 무언가 해 줄 것이 없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업원들도 기업의 자산이라면, 계속적인 투자를 해 주고, 투자라는 것은 그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포함해야 할텐데, 우리나라에서의 교육은 여전히 일을 할 때의 필요한 ‘기술’정도로 한정되어서 테크니컬(technical)한 교육만 계속 되거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회사라는 곳은 개개인이 에너지 다 될때까지 일하다가 밧데리 떨어지면 집으로 가야 하는, 그런 곳으로만 인식했지 회사에서 내가 밧데리 방전되는 것에 대해서 월급 이상의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고 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혹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은) 기특하게도 회사에서 종업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자고 주장하고, 종업원들이 퇴근 후에도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남아 있어야만 정신적으로도 건강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니,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회사 전체의 효율(efficiency)과 능력(capacity)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가?

    내가 이 교육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내용의 체계성에도 있다. Corporate Athlete 프로그램은 에너지 관리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누는데, Body, Heart, Mental and Spiritual 로 이뤄져 있다. Body는 말 그대로 우리 몸에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있는가? 혹은 지속적으로 어떻게 하면 충분한 에너지를 수준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내용이다. 답은 뻔하겠지만, 잘 먹고, 적절한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다. 잘 먹는다는 것은 식사를 잘 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식사와 식사 중간에 에너지 레벨이 떨어질 경우에도 계속 에너지 보충을 해 줘야 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간식이 일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하는데 필요하다면 그것을 보충해 주는 것도 회사의 의무가 된다.) 무엇을 먹을까도 중요하다.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각각의 간식 혹은 야근 할 때 등등에 따라서 적절한 음식의 종류는 다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음식을 먹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것은 (모든 직장인들이 동의하고 공감하겠지만) 직장인에게 있어서는 극도로 중요하고, 극도로 어려운 문제다.

    두번재 단계인 Heart Energy는 주로 감정적인 면을 이야기한다. 감정 조절 혹은 분노 조절(anger management) 등에 대한 책은 이미 일반 시중의 서점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될 만큼 많은 직장인들에게 큰 관심을 끄는 영역이다.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의 강도가 훨씬 높은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스트레스의 근원이 사실은 감정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회사라는 곳은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일을 하다보면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는 일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런 순간 순간들에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잘 조절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정의 저장소의 용량(emotional capacity) 를 늘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감정 저장소에 좋은 감정을 많이 저축해 두는 것이 좋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다거나 휴가에서 충분히 감정을 재충전하는 것, 혹은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음악이나 영화, 책 등을 읽는 것도 모두 우리의 감정의 용량을 확장시켜주는 좋은 방법들이다. 한편, 최근에는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데, 주로 고개들을 상대해야하는 판매직이나 상담직 사원들이 겪게 되는 감정적/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내수 중심, 서비스 중심으로 가면서 이러한 감정 노동자들의 역할도 확대될 것이고, 그들의 스트레스 수준도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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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http://www.hpinstitute.com
    세번째의 mental 영역은 한마디로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정신력을 이야기한다. 두번째의 heart energy와 다소 헷갈릴 수도 있으나, 다른 점은 heart energy는 주로 감정적인 면을 이야기한다면 세번째는 감정을 배제한 정신적인 면을 말한다는 것이다. Heart가 가슴이라면 Mental은 두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두가지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것은 맞으며, 그것은 각각의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밥을 잘 못먹으면 쉽게 화가 나고, 쉽게 화가 나면 집중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아무튼 Mental energy는 눈 앞에 주어진 일,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우선순위를 잃지 않고 집중해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각종 생활 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자신의 출퇴근 시간에 대한 재점검, 집중과 휴식을 어떤 템포로 가져갈 것인지, 일의 결과나 과정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visualization) 습관, 책상 위와 책상 서랍 속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이메일이 오면 어떻게 분류하며, 어떤 이메일에 얼마의 시간 이내로 대답을 할 것인가? 등이 예로 언급될 수 있겠다.

    마지막 단계는 Spiritual Energy 이다. 영적인 에너지라고 하면 꼭 종교적인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물론 종교적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꼭 신앙을 가지지 않더라도 명상이나 여행, 독서 등을 통해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이 다시 에너지를 되찾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적인 에너지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은 목적의식 혹은 목표의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가? 라는 부분부터 시작해서 내가 지금 이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커리어를 어디로 가져가고 싶고, 나는 어디쯤 와 있는가? 등등과 같이 전체적인 커리어의 방향성을 재점검하는 것 말이다. 나아가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기 인생에서의 목적의식을 재정립하는 것도 포함된다. 자신의 존재이유나 삶의 목적을 나타내는 mission statement 를 작성해 보는 것도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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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 뉴욕의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매드맨’ – 오피스에서 술/담배는 기본이고, 가끔 마리화나도 한다.
    3. 매드맨(Mad Men), 오피스에서 담배 피우며 술 마시다

    60년대 뉴욕의 매디슨 에비뉴에 있는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매드맨(Mad Men)’은 정규 케이블 드라마로는 최초로 애미 어워드(Emmy Award)의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매드맨’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의 오피스의 모습이나 의상 등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이 오피스 안에서 업무시간에 위스키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것을 일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임산부들조차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는 점이다.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술과 담배가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널리 알려져 있지 않거나, 알고 있더라도 무시하는 문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80-90년대에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담배나 술에 대해서 훨씬 관대했다. 불과 30년 전인 80년대만 해도 오피스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매우 흔했고,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도 흡연이 가능한 곳이 훨씬 많았다. 지금은 18도 정도까지 떨어진 소주의 도수도 당시에는 무려 23도 정도였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지고, 그러한 엄격함을 자기 스스로에게뿐 아니라 공공의 장소에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순간에도 적용하는 것 같다.

    우리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50년대 전후 세대나 60-70년대의 경제개발 및 민주화 세대를 거쳐서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먹고 사는 이슈들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점들이 해결되면서 특히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인간이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우리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 가속도가 붙은 채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신 50대의 어떤 여성분이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러분이 지금은 하루하루 일어나는 자잘한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얼마나 힘든지 압니다. 하지만 우리 나이가 되면 친구들을 만나면 딱 한가지 이야기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건 바로 건강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의 연차수가 1년, 2년 늘어남에 따라서 자신의 건강도 쇠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개선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물론 직급이 높아지고 자기 일의 대부분이 직접 몸이 고생해야 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방향성과 의사결정에만 집중이 될 때쯤이면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그제서야 우리는 조금씩 우리 스스로의 건강에 대해서 조금씩 신경쓸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회사 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하는지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가장 기본적인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직장인은 약 40-5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술과 커피 등 위에 좋지 않은 음료를 많이 마시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의 결과는 결국 세계 최고의 위암 발생률이고, 건강검진에 빠지지 않고 위내시경이 들어가는 이유이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고 점심을 건강하게 먹는 것도 아니어서,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오피스가에는 변변하게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직장인들은 입에 달고 산다. 우리가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식당들은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영세한 수준이 대부분이고, 그런 곳들 중에서 몇몇은 위생 측면에서 걱정스러운 곳도 종종 있다. 화학조미료 사용이나 잔반사용 등과 같은 이슈는 우리 모두 한쪽 눈으로 보면서 다른 쪽 눈을 감아주는 이슈들일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건강한 점심을 계속적으로 먹는다는 것은 결국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야근이 있는 날에는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빨리 끝내고 집에 갈 것인가? 혹은 저녁을 먹을 것이라면 몇시에 먹을 것인가? 등등이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이슈일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팀으로 일하는 케이스가 많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는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혼자라도 저녁을 제대로 챙겨먹는 문화가 아닐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끼니때를 놓치기도 쉽고, 자신의 몸상태나 기분 상태에 맞는 음식을 골라서 먹기도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렇다.

    4. 습관의 중요성 – Eat, Run and Sleep

    앞서 언급했던 Corporate Athlete의 이론은 나에게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는데, 그 이유는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건강에 대한 생각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Mental 이나 Spirit 같은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의하지는 못했다.

    대신에 내가 정의한 건강의 3요소는 보다 심플한데, 그것은 영양, 운동, 그리고 휴식이다. 나는 평소에 이 세 가지만 잘 지켜지면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산다. 하지만 이 세가지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이 세가지 요소중에 하나라도 과하거나 모자라면 건강의 밸런스가 깨진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문제, 너무 운동만 하고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아도 문제, 잠만자고 운동을 하거나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문제.

    이렇게 내 나름대로의 건강에 대한 이론을 정립한 이유는 바로 내가 이 세가지의 밸런스가 깨져서 건강을 잃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인 1994년 경에는 길거리 농구가 유행이었고, 나이키 같은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길거리 농구 대회를 열어서 동네에서 농구좀 한다는 친구들을 자극했다. 나도 그러한 자극에 잠도 줄이고 먹을 것도 줄여가면서 농구에 미쳐 있던 한 아이였고, 결국 어느 날인가 나는 감기라고 믿었던 내 몸상태가 결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초등학교때부터 열심히 ‘크리스마스씰’을 산 덕분에, 그리고 결핵은 몹쓸 병이라서 나라에서 관리하는 병인 덕분에, 결핵약은 비싸지도 않고, 많이 개발되어 있었다. 약만 꼬박꼬박 먹으면 완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결핵이라는 병은 공포스럽기에 충분했고, 혹시라도 반 친구들의 엄마들이 이 사실을 알고 나를 학교에 못 나오게 할까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나는 고등학교를 휴학하는 사태는 피하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서 건강에 대해서 좀 예민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건강에 도움되는 음식을 챙겨먹고, 운동도 틈나는 대로 하는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밤에는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의 유혹을 끊고, (되도록이면 그들은 나중에 다운받아서 보고), 일단은 잠을 자는 쪽으로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습관’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어로는 ritual (의식, 절차, 의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X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Y를 먼저 한다.’와 같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규칙을 강한 의지를 가지고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며칠 안가서 흐지부지해지기 쉽다. 특히나 단체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단체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인의 직장생활에서는 철저한 자기 고집이 있지 않으면 우리의 ‘습관’이라는 것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우에는 우리말로 ‘습관’이라고 하는 것 보다 더 느낌이 와 닿는 표현은 영어표현인 Ritual 이다. ‘습관’이라고 표현하면 상황에 따라서 고치거나 어겨도 될 것 같지만, 의식 혹은 의례(ritual)이라고 하는 순간 종교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공기밥 뚜껑을 열면 반드시 반을 덜어내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없이 아침밥을 먹고 운동하러 가거나, 운동 후에는 꼭 단백질 섭취를 해 준다거나, 토요일 아침에는 시간을 오래 할애해서 운동을 하는 등등의 모든 것들은 ‘습관’으로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의 종교적 의식/의례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의 몸과 건강관리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자신의 지식과 방법에 대한 믿음도 어느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종교의 이름은 ‘건강’과 ‘행복’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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