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웹툰들 많이보시죠? 네이버, 다음에서 연재되는 웹툰들의 경우 기존 만화들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최근 직장인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는 만화는 “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생”이란 바둑에서 살아있지 못한 말을 일컫는 말로, 이 만화는 바둑 프로기사를 지망하던 주인공이 바둑프로기사가 되지 못하고 사회에 나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일들에 관한 만화입니다. 마치 현실세계를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들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까지 바둑프로기사를 지망했던 사람으로써, 제가 중간에 바둑을 그만두지 않고, 중학교 이후까지 바둑을 했다면 주인공의 모습이 지금의 제 모습과 비슷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미생”은 바둑과 회사생활을 절묘하게 연결시키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그려나가고 있는습니다. 실제로 바둑에는 위기십결이라는 10가지 격언이 있는데, 이 10가지 격언은 바둑 뿐만 아니라 경영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부득탐승(不得貪勝) – 승리를 탐내면 이기지 못한다.
바둑에는 “반집”이라는 재미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무승부가 나지 않게 존재하지 않는 “반집”을 도입함으로써, 승자를 가려내는 것인데요, 이 룰로 인해서 바둑에서는 항상 승패가 갈립니다.(예외적으로 삼패 혹은 장생 등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도 있긴합니다). 이렇게 승부가 갈리는 바둑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승부에 집착하게 되는데 위기십결의 첫번째 교훈이 바로 승리를 탐하면 이기지 못한다는 부득탐승입니다.
경영을 하면서 종종 경쟁사 혹은 협력사들과 일할 때 승리만을 탐내는경우를 볼 수 있는데, 경영의 경우에는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자사의 이익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서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2. 입계의완(入界宜緩) – 적의 진영에 들어갈 때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라.
바둑을 두다보면 상대방의 세력이 강한 곳에 침투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너무 깊게 침투하게 될 경우 결국 “미생”이 되어 침투한 돌이 다 잡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천천히 침투하라는 것이 입계의완입니다.
경영을 하면서, 경쟁사가 이미 입지가 강한 지역, 분야에 진출해야하는 경우, 너무 급하게 진입하지 않고 Lean startup처럼 차근 차근 진입해서 성과를 보면서 향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해외 진출의 경우에도 섣불리 너무 많은 투자를 감행할 경우, 현지에 존재하는 다른 기업들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으므로, 마찬가지로 행동해야합니다.
3. 공피고아(功彼顧我) – 공격할 때는 나의 약점을 먼저 돌아보라.
승부를 가리는 게임인 만큼, 바둑을 두다보면 상대방을 공격하는 상황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많이 실수를 저지르는 부분이 상대방의 약한 부분만 보고 계속 공격을 하다가 정작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지 않아서 결국 자신의 돌이 잡히는 것인데,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약점부터 돌보라는 것이 공피고아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게놈프로젝트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많은 기업들이 불균형한 성장 때문에 실패한다고 합니다. 즉 자신이 강한 분야를 키워나갈 때, 약한 분야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해서 실패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처럼 자신의 강점을 강화해서 시장에 진입하기전에, 치명적인 약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기자쟁선(棄子爭先) – 돌을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아라.
바둑에서 끝내기를 할 때, 2집짜리 선수(내가 먼저 두면, 끝내기를 하고도 내가 다시 선수인 상황) 끝내기의 경우에는 4집의 가치가 있다고하고, 양선수(흑이나, 백이나 누구든 먼저 두면 끝내기를 하고도 여전히 먼저 둔 사람이 선수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끝내기의 경우에는 8집의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바둑에서는 선수를 중요시 여기는데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선수를 지키라는 것이 기자쟁선입니다.
경영에서도 First Mover Advantage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먼저 그 분야에 진출한 회사에게는 여러가지로 이득이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처음에 진입한다고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처음에 진입한 기업이 유리한 점이 많은건 사실입니다.
5. 사소취대(捨小就大) –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곳을 취하라.
실제로 제가 바둑을 둘 때,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의 이익에만 집착하다가 패한적이 많았었는데요, 소탐대실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 사소취대는, 사소한 것을 버리고 선수를 잡아서 큰 곳을 취하라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서 사석작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몇개의 돌을 상대방에게 내어줌으로써 더 큰 이득(세력 등)을 얻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전체를 보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경영을 하면서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사나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 보다는, 좀 더 큰 안 목을 가지고 더 멀리 더 크게 보는게 중요합니다. 당장 조금 손해가 되는 계약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게 더 큰 자산이 될 수도 있고, 아픈 직원에게 일정을 맞추기위해서 일을 시켜서 그 다음주 내내 아프게 하는 것 보다는 하루 정도 푹 쉬고 몸을 회복해서 일을 하는게 결과적으로는 더 효율적입니다.
6. 봉위수기(逢危須棄) – 위기에 봉착하면 버려라
위에서 언급한 사석작전과 일맥상통한데, 만약 자신의 돌이 위험에 처하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또한, 버리면서 피해를 최소할 방법을 찾고, 이익을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하는데, 위기가 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착하다가 더 큰 화를 얻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 봉위수기입니다.
기업가는 경영을 하면서 정말 수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대표라는 위치 때문에 본인이 틀렸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리 내렸던 결정을 번복하기가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MoglueBooks를 운영하지 않는 Pivot을 행할 때 많이 망설여졌던게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더 큰 위기가 오기전에 Pivot을 내린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위기가 오면 기존의 방법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서둘러서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1,2위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사업을 정리한 잭 웰치처럼, 위험한 부분을 정리하고 선택과 집중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7. 신물경속(愼勿輕速) – 빠르고 경솔하게 두는 것을 삼가라
바둑을 두다보면 속기바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둑을 천천히 두면 하루종일도 둘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정해두고 빨리 빨리 대국을 진행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정해진 시간이 다 하면 초읽기라는 제도가 있어서, 몇초에 한번씩 꼭 한 수를 놔야합니다.(정해진 시간에 못두는 행위를 몇번 반복하면, 바로 패배처리됩니다) 이렇게 속기 바둑을 두다보면 심지어 프로기사들도 많은 실수들을 저지르게 되는데, 세계적으로 큰 대회에서 초읽기에 몰려서 실수해서 패배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둘 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아짐으로 성급히 두지 말라는 것이 신물경속입니다.
경영을 할 때, 결정을 너무 늦게 내려도 독이지만, 반대로 너무 생각없이 빨리 결론을 내려도 독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충분히 팀원들과 상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혼자 성급히 실행하면 , 현실적으로 여러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되고,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 나와서 큰 낭패를 볼 수도있습니다. 신속함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8. 동수상응(動須相應) – 착점이나 행마를 서로 호응되게 유기적으로 하라
바둑에는 행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빈삼각은 나쁜 행마이고, 날일자는 좋은 행마인데요, 이처럼 서로 돌간의 어울림이 중요합니다. 하나하나의 돌들이 어울림으로써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인데, 이처럼 작은 행마들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것이 동수상응입니다.
파트너쉽을 맺어서 업무를 진행하거나, 내부에서 팀원들끼리 함께 일을 할 때, 상대방의 움직임이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하려다보면, 여러곳에서 불협화음이 들리게 되고 결국 원하던 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일을 진행할 때 상대방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진행해야 업무를 원할하게 할 수 있습니다.
9. 피강자보(彼强自保) – 적이 강할 때는 자신을 보호하라
위에서 언급한, 입계의완과 공피고아와도 연관된 이 말은, 상대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면서 두텁게 두라는 의미입니다. 발빠른 행마도 좋지만, 결국 돌이 너무 약해져서 “미생”이 되어 죽게되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사업을 함에 있어서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면, 그 경쟁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약점을 보강하면서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강점을 키우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10. 세고취화(勢孤取和) – 내 형세가 외로우면 화평을 취하라
적진에서 홀로 남겨진 돌의 경우에는 생사를 장담하기가 힘듦으로, 다른 돌들과 연결을 해서 빨리 안정을 취하라는 것이 세고취화입니다.
원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하다보면,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최대한 상대방과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감당하지 못할 싸움을 하지 않도록 하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승리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묘수 세 번 두면 바둑 진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처럼, 묘수는 현 상황을 기발하게 타개할 수 있는 수이긴 하지만, 결국 순간순간 요행만 지속한다면 필패라는 뜻입니다. 즉, 정수가 중요하고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원칙들을 지키면서 두어야한다는 뜻인데요, 어떠신가요? 바둑에서 배우는 경영에 관한 10가지 교훈들, 공감이 되시나요?
글 : 김태우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