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의 ‘내향적인 사람들의 힘’(The power of introvert)라는 TED Talk를 올 초에 보았다. 너무 감동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곧 그녀의 책 ‘Quiet’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사서 열심히 읽었다.
한마디로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초’강추이다. 올해 내가 읽은 책 가운데 단연 가장 감동적이었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고 싶다.
‘콰이어트’가 해결해 준 질문들
이 책은 외향적(extroverted)인 사람들이 각광받는 교육, 미디어, 기업 문화 등에 대해서 되짚어 보면서 내향적(interoverted)인 사람들이 그 안에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많은 질문들이 해결되었으며, 그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외향성이 더 ‘좋은’성격으로 간주되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혹은 미국의 영향력 속에서 살고 있는)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 이 책의 전체 주제임! 한줄로 요약하기 어렵다
- 내향적인 사람들은 외향적인 척 하면서 살 수 있는가? 반대는 가능한가? – 정답은 ‘가능하다’ 였다!
- 기업의 문화는 리더십 측면에서 왜 꼭 외향성을 강조하며, 내향적인 사람들도 외향적인 성격을 길러서 적응해야 하는가? –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 답
-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기자신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그게 가능은 한가? – Be yourself 하기 위해서 자신의 성격 그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적절히 외향성의 기술을 습득하라는 것이 답
- 사람의 성격의 유형은 어떤 디멘젼으로 이뤄지는가? –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 사람의 성격은 Introvert vs. Extrovert, Agreeableness, Openness to new experience, Conscientiousness, Emotional stability 라는 다섯가지 디멘젼로 이뤄진다는 것이 사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흥미로운 정보였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내향적인 사람인가? 외향적인 사람인가?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 나는 100% 명쾌한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생각 안에 또 다른 생각의 단초를 심어 둘 수 있게 되었고, 그 단초들을 때때로 꺼내면서 사색에 잠기곤 했는데, 이렇게 어떤 한 책는 일정 기간동안 그 책을 읽지 않는 순간들에도 그 책의 내용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다.
콰이어트가 내 머릿속에 남긴 인셉션 inception
이 책 ‘콰이어트’에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시아 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분명 아시아 학생들은 미국의 교육 문화에서 ‘조용한 존재’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고, 교수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잘 이야기 하지 않는 소극적인 학생들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일부 학교들에서는 이러한 아시아 학생들의 스타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 오히려 학습능력이나 생각의 깊이 등에서 미국 학생들을 월등히 앞지르면서 더 각광받는 경우들도 생긴다는 것이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외향적인 문화에서 살아가는 과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시이다.
하지만 한번 더 트위스트(twist)가 되는 상황은 ‘내향적‘인 아시아 문화권에서 자라서 ‘외향적‘인 인재상이 강조되는 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지만 정작 회사의 물리적 위치와 비즈니스 환경은 ‘내향적‘인 사람이 더 많은 아시아 지사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경험이 투사된 생각이다) 이 경우에는 도대체가 외향성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내향성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지, 혹은 자기 자신의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이나 한지가 헷갈린다.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하면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고 있던 흥미로운 생각 몇 가지는
- 외향성이 강조되는 미국계 회사의 아시아지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나 고민을 갖게 되는가? – 내향성이 강조되는 문화에서 자라나서 외향성이 강조되는 미국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또 다른 흥미로운 생각거리였다.
- 외향성이 강조되는 미국계 회사의 아시아 지사들에서 동양인 여성들이 겪게 되는 변화(transition)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나의 전 직장에서는 ’전사(warrior)’라고 불리는 여성 매니저들이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남성들보다 환경에 적응이 빠른 동양 여성들이 미국계 기업의 리더십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에는 일정한 형태가 있는것인가? ‘전사’라고 불리던 그녀들조차 한국기업문화에서 ‘여성적인 리더십’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 내향적이며 여성적인 성격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리더십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 (나는 나 자신을 내향적인 성격의 기반에 외향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들이 더해진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나의 성격은 어디까지가 타고난 내향성이며, 어디서부터가 학습된 외향성인가? – 한마디로 무엇이 나의 본성이고, 무엇이 교육되고 학습된 것인지..
- 내향성이 강한 사람이 많은 아시아 사회에서도 점차 외향성이 강한 사람들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들은 특히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 나 또한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나의 조카들이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때로는 그걸 고치려고 달려든 적이 몇번 있는데, 분명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물론 위의 질문들에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 점들에 대해서 나 자신이 의문을 갖고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주변을 관찰하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다.
나가며…
한가지 분명한 것은 초중고의 공공교육 시스템, 대학이라는 시스템, 회사라는 시스템 모두 우리 고유의 문화가 아닌 서구의 것들이라는 것이고, 그러한 서구의 시스템에는 이 책에서 비판하는 ‘The Extrovert Ideal’ 즉, 카리스마있고, 사교적인, 외향적인 인재를 이상형으로 여기는 경향이 녹아 있다. 그 가운데에서 배우고 자란 우리는 동양적 문화속에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자라면서 많은 서구의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습득했기에 이런 현상들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던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나 회사에서 가끔 너무 낯설게 느껴지는 그 무언가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 낯설음의 정체를 조금은 깨닫게 된 것 같아서 기뻤다.
세상이 낯설고 힘들게 느껴지는 내향적인 성격의 여러분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