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7년에 안드로이드를 얘기했고, 2010년부터는 단말 플랫폼을 넘어서 서비스 플랫폼을 얘기했고 이제는 우리나라 벤처와 IT 업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려고 한다.
바로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되자”이다.
앞으로 이런 전략적 아젠다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정리해볼 계획이다.
2000년대의 잠시 불타올랐던 인터넷 업계 벤처의 꿈이 사그러들었지만, 이제 10년이 지나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와 많은 것이 다르지만 벤처 활성화를 위한 진흥 정책 방향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IT와 벤처 생태계를 위해서 많은 논의들이 있다. 정부가 IT 업계를 이렇게 망쳤다는 의견도 있고, 소프트웨어나 지적 재산권을 경시하는 우리의 문화적인 한계라는 얘기도 있다. 물론 옳은 의견들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하려고 한다.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대우를 잘 해주면, 불법 복제를 덜 하게되면 다시 IT 업계가 활성화될 것인가? 그것이 필요 조건일 수는 없어도 충분 조건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그러면 중국의 벤처 캐피탈의 급성장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결국 소비자의 대우나 저작권이 문제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시장의 크기”다.
네이버 검색은 왜 우리나라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페이스북이 벤치마크를 했다고 알려진 싸이월드는 또 어떠했는가? 전세계에서 지금도 LTE 전국망을 가장 먼저 가진 나라에서 왜 전 세계적인 서비스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어떤 서비스가 국가를 넘어서 확산될 때는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미국 하버드 대학생들의 미팅 서비스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이 전세계 127개 국가에서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네이버는 너무 단일 국가의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단일 문화권의 한국이란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였기때문은 아니었을까? 혹시 일본이 서비스나 컨텐츠 측면에서 갈라파고스가 되어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는 아닐까? 반대로 미국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쉽게 “국제화”에 성공하는 이유는 미국이란 나라가 다민족의 다양한 문화의 다양성이 있는 나라에서 수많은 경쟁속에서 살아남았기때문은 아니였을까? 또한 그러한 다양성이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느 규모 이상의 시장 크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를 반증할만한 데이타가 아래에 있다. 원본은 “실리콘 밸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6가지“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미국 시장의 규모는 정확하게 한국의 4배, 중국과 싱가폴, 한국을 합쳐야 미국 시장 규모가 가능하다. 결국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벤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최소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미국으로 벤처를 보내는게 정답일까?
물론 이에 다른 대안이 있다. 바로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나 서비스를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 과거 10년동안 시도했던 방법들이다. 싸이월드가, 리니지가, 네이버가 그랬다. 즉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요새 시도하는 것이 아예 시작부터 미국에서 벤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미국 벤처캐피탈이 영어도 훨씬 잘하고 아이디어도 뛰어난 미국 스타트업을 두고 왜 한국 출신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미국 벤처 업계 내에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그들과 똑같지 않은 문화적 배경과 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경쟁이란 쉽지 않다.
우리가 실리콘밸리가 되려면?
그러면 보다 근본적인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젋어서 똑똑한 친구들의 꿈은 무엇인가? 사실 미국에 유학가서 미국 기업에 취직하거나 거기서 벤처를 차리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 친구들을 모두 미국 유학을 보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인가? 사실 국가가 홍보하지 않아도 할만한 능력을 가진 분들은 모두 그렇게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문제는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도움을 주는 일은 없는게 미래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 국가에 사는 “똑똑한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내가 베트남에 사는 영재라면 한국에 유학을 가거나 취직을 하고 싶지 않을까? 또는 인도에 방글라데시아에 느려터진 3G 네트워크 보다는 한국의 좋은 네트워크와 안전한 도시에서 벤처를 하고 싶지는 않을까?
꼭 한국인끼리만 벤처를 해야 하는가?
필자가 전 직장에서 미국의 몇몇 벤처를 M&A하기 위해서 실사를 하면서 느꼈던 충격이 한 가지 있다. 미국 벤처는 첫째 우리가 아는 미국인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출신의 인도인과 아시아인과 유럽인 등 글로벌한 인재들이 팀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시작 자체가 글로벌하게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서 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미국에 어렵게 가서 한국 사람끼리만 벤처를 한다면 과연 그 기업이 글로벌한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한국에서 또는 아시아에서 글로벌한 기업을 만들 수 없을까? 우리에게 글로벌 시장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글로벌 시장을 아시아로 만들어보자
한국의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할 곳이 없다고 노래를 하고 있다. 그나마 시작한 벤처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대학은 IT 관련 학과에 학생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숨들이다. 왜 우리는 우리끼리만 생각하고, 우리나라내에서만 하려고 하는가? 결국 우리가 글로벌하게 일하는 것이 훈련되지 않았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음악 컨텐츠는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기때문에 지금의 어려운 음악 업계 환경속에서도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게임 시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 또한 “한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출시해서 검증한 후에 글로벌로 나갈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공통으로 성공할 만한 아이템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이를 위해 추가적인 현황 분석과 전략 검토가 기획되어야 하겠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이 예상된다.
1. 국내의 자본과 외국의 자본이 벤처 투자에 대해서는 아시아내에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게 할것인가?
2. 국내의 인력과 아시아의 IT 인력이 어떻게 하면 쉽게 만나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도울 것인가?
3. 아시아의 IT 인력을 어떻게 하면 쉽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할 것인가?
4. 우리나라 벤처가 아시아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하려 할 때 필요한 제도적, 법적 지원은 어떤 것이 필요한가?
5. 시작부터 글로벌하게 3~4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 이를 어떻게 보호해줄 것이며, 이 회사의 세금 문제는 어떻게 감면이나 진흥을 여러 개의 국가 정부에서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가?
벤처를 위한 단일 아시아 시장이 필요하다.
어떻게 아이폰이 통신사로부터 이동통신 업계의 권력을 가져갔는가? 바로 시장의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이폰이 디자인이 혁신이라서, 하드웨어가 혁신적이라서가 아니다. 아이폰이 만든 앱스토어란 시장은 전세계 어떤 통신사도 만들 수 없었던 시장 규모이고 효율적인 글로벌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꿈이나 꿀수 있었을까? 한국의 3명짜리 게임 개발사가 전세계 80여개국에 게임을 팔 수 있는 세상이 오리라고?
아시아 시장을 EU처럼 단기간내에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인터넷, 모바일 분야의 컨텐츠와 서비스를 위해서는 국가를 넘어서는 단일 시장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의 벤처와 IT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며 그런 규모가 바로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독약이 될 수 있는 지원비를 주는 것보다는.
글 : 진지하게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한 퓨처워커
출처 : http://www.futurewalker.kr/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