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스타트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글을 적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겨우 불붙은 창업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글을 적는 것 자체가 제가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라고도 생각해서 이 글을 적기로 했습니다. (물론, 과거를 돌이켜보면 지금처럼 창업을 하기 좋은 시기는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창업이 확실히 늘었습니다. 저희 케이큐브벤처스에 들어오는 사업계획서도 끊이지 않고, 여기저기 스타트업 행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스타트업을 예전에 비해서 많이 다뤄주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참 좋습니다. 그런데, 간혹 스타트업을 만나고 대화를 하다 보면 ‘이 분들은 안했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팀을 만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젊은 나이에 멋진 타이틀을 가질 수 있어서? 뭔가 스타트업을 하는 것 자체가 쿨해보여서? 사실 이런 이유들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히 이런 ‘외적동인’도 스타트업을 하는 좋은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외적동인’만을 갖고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내적동기’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솔직히, ‘내적동인’이 ‘외적동인’보다 훨씬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내적동인’란 무엇일까요? 세상의 어떤 문제를 보고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서 대중의 삶을 더 편하게 해주고 싶어하는 의지, 잘못된 것은 참을 수가 없고 어떻게든 고치고 싶어하는 성격, 대기업에서 시키는 일을 해서는 만족할 수 없는 캐릭터, 뭔가 일을 시작하면 어떻게든 일이 되게끔 하는 그런 성격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외적동인’보다 ‘내적동인’가 훨씬 중요하냐고요? 그만큼 스타트업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외적동인만을 갖고 있으면 금세 지칩니다. 1년안에 뭔가 대단한 성과를 내고, 2년 안에 exit을 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공동창업자들과 의기투합했는데 세상은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습니다.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까지는 (이것도 쉽지 않지만) 어떻게 계획대로 될 수 있다고 쳐도, 그 이후의 서비스 확산과 성공은 또 다른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이 있는 Missionaries 들이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 통상적인 스타트업의 lifecycle이 이와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래 그려진 성장 없이 횡으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짧게는 1-2년일 수도 있고, 길게는 5년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것은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의 그래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들은 자신이 정말로 믿는 사업, 그리고 정말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적동인이 충만한 분들이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은 언제든지 제게 편하게 연락주세요!)
ps. 엄청나게 성공한 페이스북, 트위터도 사실 처음에 ‘횡’으로 가는 시간이 꽤 있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고) 페이스북, 트위터도 의미 있는 숫자까지 가는데 2년 이상씩 걸렸는데, 스타트업을 하면서 6개월~1년안에 뭔가 대단한 성공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욕심이 아닐까요?
(Facebook)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천만명의 유저를 모으기까지는 만 2년이 걸렸습니다. 1억명을 모으는데까지 4년정도가 걸렸고, 그 이후에 갑자기 급성장을 했었더랬죠.
(Twitter)
트위터는 조금 더 Dramatic한 성장을 보여줬는데, 2007년 초에 출시하고 2년이 지나서야 겨우 500만명+ 수준이었다가 변곡점을 맞이해서 날라가게 되었답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