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중구 쌍림빌딩에 위치한 쏘캣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구석에 티셔츠 묶음이 가득 들어있는 먼지 쌓인 비닐봉다리가 눈에 띄었다. 사업 초기, 개발비를 마련하고자 여러 디자인의 프린팅 티셔츠를 팔다 남은 재고라고 했다. 지금의 쏘캣을 가꾸고 투자를 받기 전, 저 비닐봉다리만큼이나 먼지 쌓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대표의 인생 스토리는 이전 기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팀원들은 어떤 계기로 쏘캣에 합류한건지 궁금하다.
■ 선배와 주말마다 이야기 나눈 사업 아이템이 족족 시장에 나오는 걸 보고 실행력에 불을 붙이다
김성우(대표, 중앙대 경영학 4학년 / 이하 김성우) : 김형기 현 기획이사와는 11년째가 되가는 댄스동아리 선후배 사이이다. 2010년도에 나는 학생, 김형기 선배는 직장인이었다. 김 선배는 취직을 했어도 항상 사업 아이디어가 넘쳤다. 나는 사업 경험이 여러번 있다 보니 주말마다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30~40개 사업 아이템을 이야기했었는데 10개 정도가 상용화가 되고 ‘대박’이 났다. 티켓몬스터의 티몬나우와 같은 위치기반커머스 사업모델도 그 중 하나이다. 이야기하면 (세상에)나오고, 이야기하면 나오고…’저게 우리 것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우리가 너무 느리다는 걸 알았다. 아쉬운 기회들이었다. 그리하여 김형기 선배는 사업 결심을 굳히고 2010년 12월 31일 퇴사하였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술자리에서 새해 종이 칠 때 ‘레인보우캣’이라는 팀을 결성하였다. 둘이 뭉쳤으면 7가지 이상의 특색있는 사업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 후 법인을 설립하는데 있어 회사 도메인 충돌 여부를 본 결과, 해당 명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인보우캣에 담겨있던 의미를 그대로 옮긴 쏘캣(Spectrum Of Culture And Technology의 약자)이란 팀명으로 다시 탄생했다.
■ 이러다 30년이 흘러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와
김형기(기획, 중앙대 정보시스템학 졸업 / 이하 김형기) : 2007년도 캐나다에서 6개월간의 어학연수, 16개월간의 마케팅 어시스턴트 일을 하였다. 그 곳에 거주하면서 우리나라에 갖고 들어가면 괜찮을 것 같은 사업 아이템이 보였다. 그때부터 창업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귀국 후 창업에 대한 생각은 점차 흐려지고 남들과 다를바 없이 졸업 후 취직을 하였다. 1년간 대전 정부통합전산센터에 근무하면서 내부정보보안 관련 일을 했다. 헌데 단순 테스크에 겁이 났다. 이러다가 30년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때가 김성우 후배랑 주말마다 사업 아이템을 이야기하던 때였다. 사업에 대한 경험은 없었고, 하고 싶은 일은 많았다. 그래서 사업 경험이 많은 김성우 후배랑 같이 일을 해보면 뭔가 재밌는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 잠깐씩 일을 돕던 컨트롤러에서 주도적인 디벨로퍼가 되면서 정식 멤버로 합류
손병근(개발, 중앙대 정보시스템학 졸업 / 이하 손병근) :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휴학한 뒤 웹마스터과정 강사, 프리랜서 개발을 하다가 안산 제조업체에 32개월동안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계속 그 회사에서 2년 반 정도를 더 근무했다. 졸업할 때까지. 그 후에는 부모님이 대기업이 아니면 안된다는 완고한 입장이신지라 취업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필드에서 개발만 하다가 스펙 쌓는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왜 좋아하는 코드 짜기를 안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면접을 보러갈 때도 그 회의감은 계속 들었다. 그러던 찰나 형기씨한테 전화가 왔다. 처음엔 형기씨가 하도 엉뚱한 일을 많이 벌이던 동생이기에 의심스럽기만 했다. 무얼 해서 돈을 벌고 있냐고 물어봐도 수익원에 대해 뚜렷이 말해주지 않으면서 강남 역삼동에 사무실이 있고 일주일에 3일 정도 도와달라고 했으니 말이다.(정부의 선도벤처연계 기술창업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사무실 공간을 지원받았다) 그래도 어차피 노는 김에 가서 도와주자 했는데 개발을 직접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컨트롤러에서 디벨로퍼가 되면서 내가 하나하나 직접 개발하다보니 자연스레 회사를 나가면 안되는 핵심 멤버가 되었다. 그래서 2011년 4월 쏘캣 법인 설립 이후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 1년동안 IT마스터교육과정을 듣고서
이원융(개발, 남서울대 중국학 졸업 / 이하 이원융) : 학교 졸업 후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던 중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동네 친구였던 김형기 이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다. 그랬더니 추천해주었던 게 IT마스터교육과정. 1년 과정짜리였다. 20대 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겠다 싶어 수강 등록을 했다. 그 과정을 들으면서 쏘캣 아이디어 회의 때도 참석하고 사업도 같이 의논했다. 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다른 취직 연계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쏘캣에 합류하였다.
■ 기존 커리어의 연장선
이영미(디자인, 동덕여대 컴퓨터학 3학년 / 이하 이영미) : 다른 회사 웹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학교 편입을 하고 나서 방학 중 일할 곳을 찾다가, 수업을 들으면서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올해 쏘캣에 합류하게 되었다.
김형기 기획이사가 아니라 김형기 헤드헌터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창업에 뛰어들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 ‘고기뷔페 음식점’창시자인 부모님..자영업에 관대
김성우 : 친척이 개인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부모님도 음식점을 하고 계셔서 사업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부모님이, 20대 때는 20대 때에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응원해 주셨다.
■ “사업하면 다 될 것 같지? 그걸 조심해라. 위험한 것 많다”
김형기 :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잘 생각해보라고. 그런데 내가 고집이 있는 편이라, 못 말릴 걸 알기 때문에 창업을 할꺼면 잘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명절날 모두가 모이면 내게 “사업하면 다 될 것 같지, 그걸 조심해라. 위험한 것 많다” 라고 경고하며 항상 긴장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 부모님의 반대, 바쁜 일상 때문에 친구들과도 소원해져
손병근 : 제일 처음 들었던 이야기가 “보증 서지 마라”였다. 주변 분들은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걱정을 하셨다. 내 나이면 모 회사의 대리로 근무하면서 결혼을 생각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전화만 하면 싸웠기 때문에 한동안 전화 통화를 안한 적도 있다. 그런 부모님한테 “내년까지 이 사업에 올인할 테니 날 지켜봐달라”고 설득을 했다. 지금은 많이 누그러지셨다. 한편 동호회, 술자리를 좋아해서 많이 참석했었는데 일이 바뻐지다보니 인간관계가 소원해져 친구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있다.
■ 묵묵히 지켜봐주는 부모님
이원융 : 난 조금 다르다. 자유로운 가정 분위기에서 자랐다. 무얼 해도 부모님이 믿어주시는 편이고 뒤에서 묵묵히 바라봐 주신다. 친구들은 옆에 누가 창업한다는 것에 크게 와닿지 않아하는 것 같다.
창업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일과 생활의 경계선이 사라져
김성우 : 나만의 시간이 없어졌다. 일과 생활의 경계선이 사라졌다. 그리고 금전적으로 가난해졌다.
■ 소설을 즐겨 읽다가 요즘에는 전문 서적을 읽게 돼
김형기 : 평소에도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게 많아졌다. 그리고 읽는 책 분야가 기획 관련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 같다. 원래는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지금은 전문 서적을 주로 읽는 편이다.
■ 내 근육 어디갔어?
손병근 : 레포츠를 즐겼는데 요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운동을 못하다 보니 잔병치레가 많아졌다. 22년 만에 결막염도 걸렸다.만성 어깨/허리 통증이 있고, 몸에 있던 근육이 사라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스내플(Snafle)이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패션디스트릭트(Fashion District)로 명칭을 바꾼 건가?
■ 스내플을 리뉴얼해
스내플을 리뉴얼 한 서비스가 바로 패션디스트릭트이다. 스내플을 개발할 당시 많은 걸 담고 싶어서 큐레이션 서비스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서비스가 어렵다, UI가 불편하다, 디자인이 별로다’는 한계를 느꼈다. 그동안의 피드백을 종합한 결과, 전체적인 그림을 가져가되 서비스를 단순하게 가져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패션디스트릭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 패션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
패션디스트릭트는 패션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이다. 오픈 ID 방식으로 각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로그인이 가능하며 이메일로 회원 가입을 할 수도 있다.
패션디스트릭트는 이미지가 담고 있는 패션 정보나 사용자 경험을 공유한다.
■ 인기 이미지는 ‘스트릿트’에서 ‘런웨이’로 올라가
이미지는 두 단계로 나뉜다. ‘스트릿트’와 ‘런웨이’이다.
로그인 후 이미지를 업로드하게 되면 모든 컨텐츠는 ‘스트릿트’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일주일 간의 투표를 거쳐 유저 액션을 설계한 시스템 로직에 의해 해당 컨텐츠의 인기도를 평가하여 ‘런웨이’에 선정이 된다. 런웨이에 선정이 되면 온라인 매거진에 업로드하여 해당 이미지를 더 많은 유저가 볼 수 있게 하거나, 오프라인 파티 때 초대하는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이미지 업로드 카테고리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스타일’, ‘아이템’, ‘기타’이다.
내가 옷을 입고 있는 풀 코디네이션 이미지를 ‘스타일’ 카테고리에, 개별 아이템 이미지를 ‘아이템’ 카테고리에, 의류 외의 뷰티/네일 등의 이미지를 ‘기타’ 카테고리에 업로드한다. 예전
스내플에서는 ‘아웃도어’, ‘패밀리룩’ 등 카테고리를 굉장히 세분화시켰었다. 그러나 카테고리가 20개나 되다 보니 유저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떤 카테고리에 업로드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했다.
■ 현재 클로우즈드 베타 서비스 중..11월에 모바일 앱과 동시에 정식 오픈 예정
패션디스트릭트는 현재 클로우즈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11월에 모바일 앱과 동시에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앞으로 런웨이에 선정된 이미지를 따로 노출시켜주는 ‘스테이지’라는 기능이 생길 예정이고, 유저 기반 큐레이션 서비스 ‘룩북’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저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미지만 스크랩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가 구독을 할 수도 있다.
경쟁 업체와의 차별성이 무엇인가?
■ 서비스 운영 이슈에 집중하여 유저와 같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
패션디스트릭트는 기술적 차별성을 둔다기보다 서비스 운영에 대한 차별성을 둔다.
플랫폼 형태가 아니라 서비스 형태이기 때문에 운영 이슈에 집중한다. 유저들과의 관계에 개입한다던가 오프라인 파티를 열어 네트워킹을 돕도록 한다. ‘유저들과 같이 놀자’라는 생각을 한다. 패션에 깊이 있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초기 유저로 확보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은 수라도 의미 있는 콘텐츠를 생성해줄 수 있는 유저와 서비스를 키워나가고 싶다.
끝으로 하고픈 말
■ 사람들 머리 속에 ‘패션 소셜네트워크’하면 바로 떠오르는 명사화된 서비스로 키워나가고파
김형기 :
패션디스트릭트를 사람들이 패션 분야에서 괜찮은 서비스하면 바로 떠오르는 명사화된 서비스로 키워나가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어나가고 싶다. 패션을 뛰어넘는 분야라도 말이다. 이번에 이 서비스가 잘 되면 그 다음 선보일 서비스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스탠바이’하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은 내 에버노트에 있다.
■ 고생한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
손병근 : 지금까지 다같이 고생을 했다. 팀원들한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