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는데, 사과도 익으면 떨어지려나? 애플의 요새 행보를 보면 영 심상치가 않다.
– 아이폰 5는 모두가 예측하던 모습대로 나왔다는게 가장 쇼킹한 뉴스였음
– iOS6 지도 앱은 애플이 만든 최악의 소프트웨어 (그래서 아직 OS 업데이트를 안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애플은 그동안 안드로이드에 비해서 최신 OS 사용자 빈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 해왔음)
– 7인치 아이패드는 개발 사실이 진작부터 알려져 있어서 시장에 나오더라도 김샌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며, 아이팟, 아이폰, 오리지널 아이패드가 시장을 처음 개척했던 것과 달리 넥서스7, 킨들파이어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장악한 시장에 애플이 후발주자로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플의 시장 선도자로써의 위치에 대한 의구심을 주고 있음
이런 가운데, 얼마전 패스트컴퍼니의 디자인 이슈중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에 대한 글을 흥미롭게 보았다. 소위 (특허 분쟁때문에 그 이름을 더이상 사용하진 않지만) “메트로 디자인”은 각종 디자인 치장을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이다. 이 부분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디자인과 배치되는게, 애플 소프트웨어는 가끔 노트패드의 가죽 스티칭 이미지라든지 우체통 디자인이라든지, 그런 실물 메타포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디자인은 그러한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건 애플은 하드웨어 디자인에서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하나라도 제거하고 없애려는 노력을 하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오히려 그런 장식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는다는 것. 한편, 요새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은 노트패드의 가죽 스티칭같은 실물 자체를 아예 본적이 없어서, 그런 메타포어도 잘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무튼 주목할 만한 것은, 핵심에 치중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메트로 디자인 역시 그 뿌리를 독일의 바우하우스 (bauhaus) 디자인에서 찾을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의 디자인에는 본질이 있다는 철학, 그래서 그 본질적인 디자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자는 디자인 철학에서 간단함의 미학을 살린 가구, 전자제품 등이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철학을 잘 살린 브랜드 중 하나가 독일의 브라운이었고, 이러한 디자인 경향은 소니로 전파되었는데, 사실 애플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 역시 애플이 역사상 최초로 만든게 아니라 이러한 바우하우스 철학에서 많이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 실은 브라운과 소니에서 “베껴온”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번 특허 분쟁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 입장에서 다른 회사가 자사 제품을 베낀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마치 “남의것도 내것, 내것도 내것” 이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물론 애플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분명히 있고, 이걸 타사가 베끼고 따라한 흔적 또한 일부에선 매우 역력해 보인다. 자사의 기술과 디자인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애플이라는 점이다.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같은 매지컬한 회사, 마법처럼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내는 회사로 각인되어 있던 애플이었는데, 이제는 풋볼로 치면 먼저 앞장서 뛰어가는데 치중하는게 아니라 다른 선수 옷을 잡아당기는데 치중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특허 분쟁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인데, 일례로 온 세상이 몇년째 기다리는 TV 시장의 혁신적인 제품은 소문만 무성하지 여전히 몇년 뒤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팬 중의 한명으로써, 이제 사과가 너무 익어서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글 : 김창원
출처 : http://www.memoriesreloaded.net/2012/10/blog-pos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