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위해 상암동에 위치한 스핀노트 사무실을 찾았다. 스핀노트 팀원들은 세 명이 모두 합쳐 사회 경력 30년이란다. 스타트업에 대한 패기와 열정보다는 이성적인 판단과 경험이 더 많을 것 같은 팀이다. 그런 그들이 무엇 때문에 ‘월화수목금금금’인 스타트업 라이프에 뛰어들게 되었을까?
■ 계속된 철야근무를 하던 끝에 잃은 건강, 그리고 수많은 생각들
변영호(공동대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졸, 前 프리랜서 개발자 / 이하 변영호) : 오랜 기간 IT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뒤 GVM(General Virtual Machine) 기반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서부터 개발자의 길을 걸어왔다. 군 전역 후에 대기업 SM(System Management)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사람을 위한 즐겁게 일하고 싶어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피플웨어’라는 책을 읽고서 강렬한 꿈으로 바뀌었다. 그 꿈을 품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2011년 겨울, 일주일 넘게 철야근무를 하던 끝에 수건 한 장을 모두 적실 정도로 코피가 나고 응급실을 왔다갔다 한 적이 있었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순간 내 머리 속을 스쳤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나? 꿈만 꾸지 말고 당장 실천에 옮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6년동안 고민했던 사업에 대한 생각들을 동호회에서 알고 지내던 김 대표에게 이야기했다. 4번을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다. 그게 올해 2월달이다. 그렇게 스핀노트는 탄생했다.
■ 변 대표의 4번의 사업 제의, 3번의 거절
김헌경(공동대표, 광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 前 그래텍 클라이언트개발 / 이하 김헌경) : 2000년부터 벤처기업에서만 계속 근무하던 중에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던 시점에 개인적으로 “스마트 SMS”라는 무료문자를 모아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애플 앱스토어 유료 유틸리티 1위, 전체 5위까지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개인 개발자로 활동을 해왔다. 작년에는 “슈퍼눈팅”이라는 커뮤니티들의 게시판 중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게시판들만을 골라서 한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는데 이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업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올해 2월 변 대표의 연락이 오기 전까지.
■ 12년간의 직장생활, 최종적으로 내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소영(마케팅이사, 경북대학교 생명과학과 졸, 前 싸이더스HQ 디지털신규사업기획 / 이하 최소영) : IT랑 마케팅 기반의 일을 해왔다. Locus Emotions를 거치며 서비스 기획 마케팅, SidusHQ에서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제휴 마케팅, 광고대행사 Dtribe에서 다양한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업무를 대행했다. 이직이자 전직을 하면서 난 운 좋게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했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니면서 하고픈 게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1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히말라야에서 한 달동안 트래킹도 하고 태국과 영국을 여행하기도 하였다.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인생의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나니 최종적으로 내 비즈니스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변 대표와 김 대표를 알고 있는 예전 직장 선배 분이 “너무 괜찮은 친구들이 있다”라고 하면서 스핀노트를 소개해주셨다. 강력하게 추천해주셨던터라 소개받자마자 바로 합류하였다.
팀원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특별히 활용하고 있는 툴이 있다면 알려달라
■ YAMMER와 화이트보드
기업 클로우즈드 SNS인 YAMMER 무료 버전을 쓰고 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고 메신저로 의견도 주고 받을 수 있다. 검색도 잘 되고 그룹 기능도 있어 유용하다. 특히 웹과 앱, 데스크탑 버전이 모두 있기 때문에 디바이스와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쓸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우리는 칠판을 사랑한다. 사업 특성상 스핀노트의 커뮤니케이션 키포인트는 ‘화이트보드(칠판)’이다. 뭔가 이야기하려고 하면 화이트보드에 그려가면서 설명한 뒤 사진을 찍어놓는다.
스핀노트는 변영호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였나?
■ 둘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3개월간 고민해
처음 아이디어는 지금과 달랐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김 대표랑 둘이서 커피숍에서 3개월간 계속 씨름했다. 엄청난 시간을 이야기하고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바로 스핀노트이다. 컨텐츠 어그리게이터 시장은 이미 김 대표의 ‘슈퍼눈팅’ 서비스를 통해서 가능성을 보고 있었고 플립보드나 Path를 보면서 모바일 서비스는 UI의 차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핀노트 UI의 경우에는 어느 날 갑자기 김 대표가 ‘우린 옆으로 돌려?’하면서 칠판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스핀노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 앱을 껐다 켰다 하는 것조차 귀찮은 모든 이들을 위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이자 어그리게이터
스핀노트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내가 보는 사이트들을 구독하고 스크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모든 정보는 스핀노트 한바퀴로”가 우리의 캐치프래이즈이다. 스핀노트가 주는 정보의 제공자는 크게 미디어 그룹, 셀럽들(파워 트위터러, 유명인, 전문인), 그리고 지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처럼 나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그룹이 주는 정보를 받아보고 누군가에겐 나 또한 정보제공자가 된다. 정보교류가 일방적이지 않다. 앱을 껐다 켰다 하는 것조차 귀찮을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딜리버리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 사업에 어떤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나?
■ 비즈니스를 먼저 보고 들어가
김 대표의 ‘슈퍼눈팅’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의 긴 체류 시간을 보고 분명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모바일 광고 마켓의 밸류를 보았다.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광고 시장이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먼저 보고 모델까지 만들어서 들어갔다. 보통 기존의 모바일 광고는 ‘배너 블라인드’라고 해서 배너가 화면 맨 하단 위치에 있으니깐 이게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아예 무시해버린다. 기존 광고를 보지 않는다는 걸 김 대표의 기존 출시 앱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고 사용자한테 거부감이 없는 새로운 광고를 만들었다. 스핀노트는 모든 미디어가 들어있고 그 안에서 내가 골라보는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 개인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그걸 갖고선 많은 비즈니스모델을 엮을 수 있다.
다른 경쟁 서비스에 비교했을 때 차별점은?
■ 매력적인 시장인 건 분명, 가장 차별화를 둔 건 비즈니스모델과 UX/UI
매력적인 시장이어서 그런지 미국에서는 뉴스 중심으로 소셜매거진, 뉴스큐레이션 같이 비슷 비슷한 서비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탈 모바일 웹이 가장 큰 경쟁자라고 볼 수 있다. 스핀노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UI를 가지고 있다. 가장 차별화 둔 점은 비즈니스모델과 UX/UI이다. UI의 경우 국내 특허와 PCT(특허협력조약)를 출원한 상태이다.
또한 스핀노트는 1차원적으로 콘텐츠를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콘텐츠를 스크랩하고 퍼블리싱 할 수 있게 돕는다. 서비스에 공유와 확산까지 담았다. 그걸 통해 사용자를 늘리고, 체류시간을 늘린다. 나랑 친구일 경우 비슷한 걸 좋아할 확률이 높다. 그런 교집합에서 만나는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정보가 일방적이라면, 스핀노트는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향후 계획 및 목표
■ 11월 클로우즈드 베타 버전 출시 예정
올해 6월 beLAUNCH 2012 행사를 통해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고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현재 스핀노트는 클로우즈드 베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SparkSquare 데모데이와 11월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통해서 좀 더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최대한 고객의 니즈에 맞추어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 다음 아이폰 버전을 출시할 것이며 내년엔 안드로이드 버전과 아이패드 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밸류를 만들어 놓은 후에 글로벌 진출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끝으로 하고픈 말
■ 창업을 막상 해보니깐 고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더라
변영호 : 창업 붐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다. 막상 창업해보니깐 고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 같다. 창업은 다들 하라고들 하는데, 창업 지원은 큰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매우 적다. 결국엔 돈이 문제일 수 밖에 없는데.. 이 문제에 대해 ‘빚쟁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파산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의 컨트롤 능력이 섰을 때 창업을 해야 할 것 같다. 스핀노트가 정식 런칭 전에 꼭 투자를 받았으면 좋겠다.
■ 스타트업하는 사람들에겐 운동이 필수
김헌경 : 결혼준비하면서 스튜디오 촬영 때문에 자전거를 사서 출퇴근하고 운동을 했다. 4개월동안 1,500Km를 달렸다. 벤처인한테는 운동이 꼭 필요한 것 같다. 20대 벤처인은 그렇다 쳐도, 30대 벤처인은 운동을 해야 나중에 한 방을 치고 나갈 동력이 생긴다.
■ 3년 뒤에도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면
최소영 : 3년 뒤에도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년을 버티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더라. 우리의 노력과 운이 모여서 그렇게 되길 바란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