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차별이 상대적으로 적고 안정적이다는 이유로 3명 중 1명 꼴로 수많은 지방대생들이 공무원을 준비한다. 나 또한 지방대생으로 법학과 행정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고시를 준비했었고 수많은 선후배, 동기들이 현재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풍조를 많은 기성세대들이 걱정하고 비판하지만 공무원에만 목을 멘, 그리고 메고 있는 그들에게 누가 과연 자유롭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지방대생이 취업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이 혹자는 열심히 노력을 하지 않아서, 대기업만 바라보기 때문이라며 대학생 개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할 순 있겠지만 사회적인 문제가 없다고 부정하진 못 할 것이다.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 지방대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모질고 고달프다. 모든 인프라와 정보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공무원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신림동과 노량진으로 상경해 고작 발이나 뻣을 수 있는 정도의 비좁은 고시원에서 젊음의 열정을 태우고 있고, 이력서에 한줄 넣으려고 인턴쉽 면접을 위해 수차례 서울을 오간다. 이쯤 되면 지방대 나온 것이 죄인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최근 적은 리소스로 창업이 가능한 모바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젊은 창업가들에 자극을 받은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창업을 시도하며 붐 아닌 붐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난 직장생활을 경험해보지 않은 대학생 신분의 학생들이 창업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바라보진 않는다. 게다가 높은 취업이라는 관문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면 뜯어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은 자신의 신념과 철학이 옳다는 걸 세상의 편견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싸우며 증명해야 하는 고독한 과정이자 생존 자체가 중요한 양육강식의 밀림에 던져진 상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밀림에서 젊음과 열정 하나만으로 사회와 수많은 경쟁자, 전문가들과 경쟁하며 생존하고 나아가 성공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결혼하기 전에, 많은 사회적 책임이 따르기 전에, 실패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을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시기적으론 아마도 직장생활을 3~4년 정도 경험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쉽게도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는 지방대생들은 또 한번의 좌절과 소외감을 맛 볼 가능성이 크다.
오래 전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생각했기 때문에 수년 동안 IT와 비즈니스, 창업에 관한 미디어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창업가들의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가들과 투자를 받는 회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SKY, 카이스트, 포스텍 그도 아니면 해외 유학파 출신들이다. 고스펙이 아닌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고졸 출신의 성공한 두 CEO’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관련기사]
– 高스팩 넘치는 IT업계서 두 고졸 CEO가 사는 법 / 한국일보
물론 창업에 있어 학벌과 학벌에 따른 인맥의 중요성을 절대 간과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 또한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새삼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니.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이지 학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많은 엔젤투자자와 투자사들이 투자할 스타트업을 볼 때 가장 먼저 사람과 팀웍을 본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그리곤 시장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서비스,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또 바뀌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라며 창업자와 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바로 사람과 팀웍이라 말하고 학벌과 인맥을 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 외신에 따르면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옳다는 자신감과 이에 따른 융통성 부족 때문에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더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학벌이 좋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사가 맞는지, 오랜 경력을 가진 그들의 식견과 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현실은 매정하게도 학벌보단 능력이 중요한 창업에서조차 검증의 어려움(불편함?)과 한국의 고질적인 교육제도 하에서 학과 공부의 부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방대생에겐 장밎빛 미래가 아닌 혹독하고 가혹한 자갈밭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선 ‘능력 = 학벌’이니 이 공식을 벗어나긴 참 힘들어 보이며 학벌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하면 당연지사, 성공하면 위대함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프라와 정보 또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창업을 결심하고, 창업멤버를 구하고, 멘토를 찾아 조언을 구하고, 엔젤투자자와 투자사를 찾아 투자를 받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지역에 상관없는 글로벌을 꿈꾼다는 IT서비스일지라도 수도권에 위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아쉽지만 스타트업을 꿈꾸는 지방대생들은 서울로 상경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하는 현실이다. 현재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바꿀 수 있는 위치로 가서 바꾸면 된다. 대신 그 울분과 좌절, 상실감은 뼈 속 깊이 각인해야 한다. 오늘도 지방 곳곳에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지방대생들에게 건투를 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 블럭정도 떨어진 곳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곧 허물어질 듯한 부모님 소유의 허름한 한옥 한채가 있다. 내 버킷리스트엔 이 곳을 시작으로 한옥마을과 조화를 이루며 주로 지방대 인재를 육성하고 채용하는 글로벌 IT회사를 설립하고 직원들과 내방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케 하는 한국적인 구글 캠퍼스와 같은 곳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또 다른 사회적 기업이다.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한 다음 제주대학교 인재를 육성했던 Daum의 창업자이자 사회적 기업을 응원하는 인큐베이팅·투자회사인 sopoong의 이재웅 대표님께 박수와 함께 존경을 마음을 보낸다.
글 : 세균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