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Pixel Per Inch)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아이폰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들고 나오며, 인간 망막에 근접한 PPI라고 홍보를 하면서, PPI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PPI가 무작정 높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해상도가 높아도 시청 거리가 멀면 해상도를 눈이 구별할 수 없습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죠. 그럼 단말기 종류별로 PPI가 얼마나 되어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은 “적정 스크린 사이즈, 해상도에 대해“라는 지난 글과 사실 같은 내용입니다. 다만, 이번엔 그것을 PPI라는 용어로 달리 표현할 뿐입니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PPI라는 용어가 마케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그것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이 다음과 같이 킨들 파이어 HD와 아이패드 미니의 스펙 비교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강조된 것이 PPI입니다. 킨들은 216PPI인데, 가격도 비싼 아이패드 미니는 163PPI라는 겁니다. 이참에 다른 단말들도 비교를 해볼까요? 대충 구글링으로 주요 단말들의 PPI를 검색해 봅니다. 참고로 해상도만 나오고 PPI가 나오지 않는 스펙도 아래 공식을 적용하면 대충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찾은 주요 단말들의 PPI는 다음과 같습니다.
Device
PPI
iPhone 5
326
Nexus 10
299
iPad 4th gen.
264
Kindle Fire HD 8.9
254
13″ MacBook Pro Retina 227
15″ MacBook Pro Retina 220
Kindle Fire HD 7
216
Nexus 7
216
Kindle Paperwhite
212
iPad Mini
163
Surface RT
148
13″ MacBook Air
136 128
11″ MacBook Air
128 136
27″ iMac
109
PPI라는 것은 무작정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 눈으로 분별이 되는 정도가 적정 값이 됩니다. 그럼 지난 번 시청 거리 대비 해상도 그래프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엔 이것을 PPI로 살짝 바꿔보겠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시력 1.0 기준입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바로 시청 거리 30cm와 50cm입니다. 시청 거리가 딱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에 따라 초점 거리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절대적인 값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동 중에 한 손에 들고 시청하는 거리가 약 30cm, 그리고 편안히 무릎에 내려놓고 시청하는 거리가 약 50cm 정도 됩니다. 애플이 처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소개할 때, 망막의 한계로 제시했던 기준이 시청거리 12인치 (약 30cm)였던 것도 아이폰을 편하게 보는 거리를 그 정도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시청 거리 30cm에서의 정상 시력 기준 PPI 한계가 대략 300PPI입니다. 이 기준은 인쇄 품질에서도 사용되는 수치이므로, 대략 30cm-300PPI가 보통의 휴대형 책이나 단말기가 가져갈 수 있는 최고 품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고로 스마트폰에서 500PPI 운운하는 것은 넌센스.
그럼 다른 수준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한 번 생각해 보죠. 스마트폰 정도의 크기는 손에 들고 가까이에서 보기 때문에 30cm-300PPI 기준을 적용하는 게 무리는 아닙니다만, 그보다 큰 태블릿도 과연 그런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번 글에서 나누었던 태플릿 포지셔닝에 7~8인치대 한 손으로 시청 가능한 미디어 단말과, 10인치대 무릎이나 책상에 놓고 시청하는 미디어/창조성 단말을 나누긴 했습니다만, 대략 40cm 전후가 태블릿의 소비 환경에선 적정한 거리 같습니다. 구글링을 해보면-근거까진 찾지 못했지만-, 16인치(약 40cm) 정도를 보통의 독서 거리로 제시되고 있으니 대충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보면, 킨들 파이어 HD나 킨들 화이트페이퍼도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기준에 들어온다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이 기준을 대략 40cm-200PPI라고 정의해 봅니다. 어차피 가정이 많이 들어간 편차가 큰 계산이니.
이 기준으로 보면 아이패드 미니는 밖으로 많이 밀려나 있죠. 해상도를 인지하지 못하려면 시청 거리가 50cm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패드 미니의 예상되는 포지셔닝을 생각하자면 많이 벗어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아마존 비교 광고가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공격인 것이죠. 이런 걸 보면, 아마 아이패드 미니 2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채용이 되겠죠? 어쨌든 태블릿의 레티나 기준은 200PPI 이상, 300PPI 이하로 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태블릿에서의 300PPI 이상은 지나친 스펙이라고 봅니다. 넥서스 10이 이 부근이죠.
사실 레티나 디스플레이 마케팅은 휴대용 단말기의 차별화에 효과적입니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청 거리다 보니, 그만큼 픽셀 집적도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이나 경제성의 차별화를 가져갈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PC나 TV에선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그런대도 새로나온 레티나 맥북프로의 경우는 40cm의 시청 거리까지 올라와 있죠. 물론 그래픽 작업 같은 특수한 경우엔 유용할 수 있겠지만, 좀 과하다 싶습니다. 하지만 PC의 발전 방향도 계속 이동성을 위한 경량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런 마케팅이 어느 정도는 먹힐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선 경제성이 보장된다면 맥북에어도 곧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야겠죠? 하지만 아이맥은 불필요.
위 그래프에는 나타내지 않았지만, TV의 경우도 생각해 보죠. TV의 적정 시청 거리는 3m입니다. (제가 그냥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지난 글 참고.) 계산해 보면 3m에서의 적정 PPI는 대략 30입니다. 상당히 낮죠. TV는 해상도를 더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4K 해상도가 3840 × 2160, 8K 해상도가 7680 × 4320인데, 70인치라고 가정해도-집에 70인치 TV 들여놓으신 분 계신가요?- 각각 63, 126PPI가 됩니다. 지나치죠. 저는 4K TV가 앞으로 트렌드가 되려면, 그건 이미 TV가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론,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기준을 정리해 봅니다.
- 스마트폰: 30cm 시청거리에 300PPI.
- 태블릿/컴팩트 노트북: 40cm 시청거리에 200PPI이상, 300PPI 이하.
- TV: 3m 시청거리에 30PPI.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Ygu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