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다른 기업의 Best practice라고 생각되는 실행방안들을 벤치마킹할 때 3가지 맹점에 빠질 수 있다.
1) 전반적인 전략에 대해서 따지지 않고, 단순한 실행만 베끼는 경우,
2) 그 기업이 그 이전까지 했던 역사적인 실행들로 인한 조직내 지식/공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
3) 상대 조직이 정말로 제대로 하고 있는 ‘성공사례’인지 따져보지 않고 벤치마킹 하는 경우이다.
이런 부분을 놓치면 벤치마킹해도 지속성도 없고, 조직원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힘들 것이다.
여기저기서 벤치마킹을 정말 많이 한다. 벤치마킹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상황, 비슷한 비즈니스, 비슷한 고민을 가진 기업들을 살펴보면서 다른 이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힌트를 얻는 것이다. 특히 최근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큰 화두는 글로벌 선도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었고, 여기서 글로벌 선도기업들이란 주로 Fortune 500 안에 드는 미국의 크지만 효율적이고, 효율적이지만 혁신적인 무언가를 해 오는 기업들을 말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벤치마킹을 잘못 이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스스로에 대한 리마인드 차원에서 오늘은 벤치마킹에서 흔히 우리가 저지르는 세가지 ‘무시’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한다.
1. 전략 무시
가끔 나에게도 Expert interview 라는 이름으로 문의가 올 때가 많다. 주로 마케팅, 리테일, 인터넷 분야에 대한 문의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 중에는 기업의 전체적인 전략에 대한 토론이 배제된 채 실행에 대해서 단편적인 질문을 할때가 많다. 전략이라는 것은 정의 자체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일련의 활동(a series of actions to achieve a certain business objective)이다. 따라서 당신이 만약 어떤 기업의 어떤 활동이 흥미롭다고 여겼다면, 그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기 이전에 그 회사가 도대체 전체적인 전략의 어떤 이유로 그런 활동을 하는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XYZ 라는 기업에는 ABC라는 제도가 있다면서요?’ 라고 물어보는 것이 바로 단편적인 질문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 기업의 전반적인 전략, 조직 구조에 대한 전략, 파이낸스 전략, 영업 및 마케팅 전략등이 모두 한꺼번에 바뀌거나 정비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어떤 한 활동만에 촛점을 맞추어서 그대로 카피하려는 것은 어리석다. 비록 카피하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지속되지도 않고, 조직 내에서는 아무도 우리가 도대체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역사 무시
벤치마킹 스터디의 또 다른 맹점은 바로 벤치마킹 대상이 그러한 전략/제도/활동에 이르게 된 역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인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바로 Best Practice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베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벤치마킹 대상이 그런 제도나 전략을 실행하는 이유에는 수십년간의 시행착오 결과로 얻어진 각고의 노력과 배움이 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시행착오의 배움들이 조직 내에 축적이 되어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현재 그런 제도나 액션을 실행하는 것에는 그 이전까지 이뤄진 활동들을 통해서 얻어진 조직내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갑부 남자가 굉장히 허약한 여자들만 사귀다가 결혼은 정말 건강한 사람과 했다고 하자. 그 남자가 건강한 사람과 결혼한 이유는 허약한 여자들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옆에서 누군가가 그걸 보고 부자들은 못생기고 무식해도 무조건 건강한 여자랑 결혼한다는 벤치마킹 결과를 내놓았다고 생각해보라. 왜 그 회사가 지금의 전략과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는지, 그 과거 행적(trajectory)를 반드시 따라갈 필요가 있다.
3. 실험 무시
많은 기업들이 한 산업 industry 내에서 가장 강력한 1위 기업을 모방한다. 1위 기업이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혹은 반대로 그 기업이 우리가 벤치마킹 하려는 일련의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1위 자리를 유지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알아보면 그 1위 기업도 테스트 차원에서 해 보는 전략이나 실행들도 많이 있고, 그 중에서는 6개월 – 1년 정도 해보니 결과가 좋지 않아서 중단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2, 3등이 뒤에서 따라오면서 볼 때에는 그런 진화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1등의 시행착오와 갈지자 행보 조차도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맹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1위 기업에서 실제로 그 일을 담당 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나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렇다, 이런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요약하자면 벤치마킹을 위해서는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대상이 도대체 어떤 전략적 맥락에서 그 활동을 하는지, 단지 그 활동 말고 다른 전반적인 활동들을 어떻게 가져가면서 그 활동을 서포트 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그 이전에는 어떤 활동들을 했기에 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는지 파악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활동이 정말 성공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들 스스로도 확신이 없이 ‘혁신에 대한 실험’ 차원에서 하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이유도 모른채 남을 모방만 하고 있는 우리 회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최근들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벤치마킹이 점점 한국 기업들의 업무영역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까지나 벤치마킹만 해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기업들이 깨닫고 있는 듯 하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