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는 차별화된 이윤추구에 있다. 지속가능한 이윤추구는 공정한 분배를 통한 고용창출과 사회기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윤추구와 사회기여, 고용창출은 장기적 관점에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월가를 공격하라’는 운동은 파생금융 상품이 사회의 부를 창출하지 않고 그들만의 이윤을 챙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제는 각종 규제와 자원 우위라는 제로섬 혹은 마이너스섬 게임에서 혁신이란 플러스섬의 가치창출로 기업활동의 중심이 이동해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윤이 혁신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로 선순환될 때 비로소 기업의 이윤창출이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혁신활동의 결과인 핵심역량은 영업비밀 형태의 기술,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 체화된 현장의 암묵지, 기업의 조직문화, 브랜드라는 고객과의 신뢰,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조능력, 기업 인수·합병 능력, 글로벌 시장역량일 수도 있다. 이 모든 핵심역량의 공통점은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핵심역량이 대부분 기술과 영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핵심역량이 계약과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과 고객의 평판과 같은 사회적 자산으로 확산되고 있다.
혁신활동이 성공해 핵심역량이 되고, 핵심역량이 작동해 기업의 차별화된 이윤을 만들게 되고, 기업의 차별화된 이윤의 일부가 다시 혁신에 투입되는 구조가 혁신의 기본적인 선순환 구조다. 기존의 잘 만들어진 길을 가는 인사관리, 공정관리, 재무관리, 영업관리 등의 관리경영학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혁신경영으로 변모하고 있고, 이를 기업가적 경영이라고 부르고 있다.
혁신이 이제 와서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를 기업활동 변화 측면에서 살펴보자. 머네인(Murnane) 보고서는 196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주된 활동의 변화를 추적, 연구해왔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기업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매뉴얼 기반의 반복되는 업무(R&R)는 이미 급속도로 축소되거나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면서, 혁신적인 협력업무가 기업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활동의 중심은 창조성과 협력성으로 이전되고 있다. 매년 기업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자. 과거 3M은 5년 내 신제품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도록 하는 것을 혁신 목표로 삼았다. 이제는 3년 내 신제품이 기업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스마트폰 사업이 불과 5년밖에 안된 사업부문이라는 것을 상기해보자. 3년 전까지 세계시장을 호령해왔던 노키아의 몰락을 생각해보자. 영원할 것 같았던 닌텐도 제국도 스마트폰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변화의 시대다. 변화가 가속화, 다양화 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기업의 혁신능력이다. 과거에는 3등 이하의 추격자들도 이윤 창출의 여지가 있었다. 지식경제에서는 1등 독식의 시대가 되었다. 기업들은 틈새영역에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생존전략이다.
급격한 환경변화는 생물에게 급격한 진화를 통한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공룡과 같이 도태될 것이다. 앞으로의 환경 변화는 더 가속화되고 다양화 될 것이다. 지난 산업 역사에서 늘 나타난 현상은 성공적인 모든 기업들은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혁신역량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되었다.
# 기업가정신이 필요한 이유
혁신은 본질적으로 갈등구조다. 지속가능한 혁신은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따라서 혁신시스템의 설계는 이타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이타심에 기초한 시스템은 과거 공산주의 경제와 같이 표리부동한 ‘척’경제를 초래한다. 공산경제에서 혁신은 결국 사라졌다.
그러나 이기심에만 기초한 시스템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된다. 상극(相剋)의 이기심을 선순환을 통해 상생(相生)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이기심의 승화’라는 지속가능한 혁신 설계다. 많은 혁신 강연과 자료에서는 “꿈을 가져라, 꾸준히 하라, 창조적으로 하라”는 식의 이타심에 기반한 가르침이 많았다.
그러나 이는 혁신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취약하고,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하지 않아 지속되지 않는다. 이기심에 기반해서 혁신을 설계하면 혁신의 성과를 소수의 혁신자가 독점하게 되는 병폐가 있다. 다수의 비혁신자들은 궁극적으로 반발하게 된다.
혁신의 구루 슘페터가 미국경영학회에서 시장경제의 위기를 경고한 본질이 바로 ‘혁신가와 대중의 분리로부터 생기는 지속가능성의 문제’였다.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보면 일회성 게임에서는 상대를 속이는 사람이 승리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게임에서는 배반하는 사람이 도태된다. 개인의 이기심으로 지속가능한 동기부여를 하되 그 결과는 사회 전체의 부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이기심을 승화하기 위해서는 ‘가치창출’이 전제되어야 한다. 플러스섬이 아닌 제로섬이나 마이너스섬에서 이기심은 승화되지 못한다. 누군가의 이익은 반드시 누군가의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창출이 이루어지는 플러스섬 게임에서는 이기심이 승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반복되는 게임의 룰이 필요하다. 내가 이익을 분배받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익을 분배해주는 것이 혁신을 전제로 가능해진다.
내가 지속가능한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가치를 만들어야 된다는 이기심의 승화가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선순환 구조다. 이것이 바로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빵집주인의 이기심에 의해서 우리가 빵을 먹게 되는 과정이다.
이기심은 거래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그러나 장기적 이익 극대화는 일회성 거래의 이익 극대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아담 스미스의 빵집 주인은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이를 동적이윤의 극대화라고 한다. 동적이윤의 극대화를 이루는 가격이 바로 공명가격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외부가 상호 소통하면서 이기심이 승화되어야 한다.
# 기업가정신은 혁신의 리더십
스티븐슨, 티몬스 등 많은 학자들은 대체로 ‘자원이 모자라도 기회에 도전하는’ 기회중심으로 기업가 정신을 정의해 왔다. 수많은 학자들은 ‘가치창출’ ‘자원재조합’ ‘기회추구’ ‘창조적 도전’ ‘이윤추구’ ‘위험감수’ 등의 키워드로 기업가 정신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외부와의 선순환 구조가 설명되지 않는 점, 혁신 이후 유지 관리와의 균형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열린 자본주의에 적합한 진화가 필요하다.
기업가정신을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지속가능한 혁신을 구현하는 리더십’이다. 지속가능한 혁신은 혁신과 유지 관리의 균형을 잡아가는 리더십이다.
혁신은 지나쳐도 모자라도 문제가 된다. 혁신을 구현하는 선순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기업가정신은 가치창출과 가치분배의 선순환 리더십’이라고 필자는 정의하고 있다.
혁신 경영은 바로 기업가적 경영이고, 기업가는 조직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혁신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글 : 이민화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