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사회통합지표에서 한국은 거의 전 분야 최하위권이다. 최근 10년간 국가성장 정체 이유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OECD 국가통계의 의미다.
OECD 일류국가들은 예외 없이 높은 사회통합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추산으로 사회갈등비용이 국가 총 생산의 30%의 수준인 300조대를 넘는다. 즉 사회 통합없는 일류국가의 진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사회통합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중산층 몰락에 따른 양극화다.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을 쓴다. 그러나 병이 난 후 고치는 것보다 사전 예방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중산층 몰락 원인을 분석, 이에 대한 사전 예방 대책수립이 국가 핵심정책이 돼야 한다.
중산층 몰락은 두 가지 경로를 밟는다. 하나는 파생상품을 포함한 각종 도박, 또 하나는 자영업 실패로 인한 극빈층 몰락으로 대변된다.
국내 파생상품 거래가 세계 1위라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2010년 거래량이 37억5200만건으로 2년 연속 세계 1위다.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 16.8%가 국내에서 이뤄져 금융 선진국인 미국·유럽을 압도하고 있다. 자랑이 아니다. 각종 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혁신국가가 아니라 도박국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 1위는 반드시 규제되어야 할 국가적 수치이다. 각종 인터넷 도박성 게임도 마찬가지다. 일일 거래 금액 등의 규제는 규제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 아닌가.
한편, 자영업 문제를 바라보자.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의 30%를 넘는다. OECD 통계비교에 의하면 미국 등 타 국가의 2배 수준인 세계 최고의 자영업 비중이다. 자랑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영업의 공급 과잉시대다. 식당 절반이 3년내 문을 닫는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4년내 절반이 문닫지만 손실비용은 개인창업에 비해 두 배가 높다. 더 큰 사회문제다.
자영업은 벤처창업과 달리 성공해도 대박이 없다. 사회 전체에 마이너스 가치를 만들고 있다. 자영업의 성공비결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하는 사람은 너무 많다. 아무리 밤새워 삼겹살을 팔아도 집세, 재료비를 제외하면 월 100만원을 못버는 경우가 60%대다.
그런데 왜 자영업에 불나비와 같이 모여드는가? 퇴직하는 베이비 붐 세대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한 퇴직금을 자영업에 털어 넣고 마지막에는 카드빚까지 쓰다 신용불량자로 몰락해 노숙자로 전락하는 가슴 아픈 사례들이 많다. 차라리 자영업 창업 자금으로 벤처 창업에 소액 엔젤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이러한 과도한 자영업 창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가? 진입규제를 만드는 것은 사회적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교육과 정보의 공개는 필요하다
한국의 식당창업은 세계에서 가장 쉽다. 3시간 형식적 교육으로 끝난다. 대부분 OECD 국가들은 술 파는 식당의 창업에는 일주일 이상의 교육과정이 동반된다. 실제로 교육을 통하여 실상을 접한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를 푸는 대안을 알려준다. 규제가 어렵다면 정보의 비대칭은 해소해야 한다. 당장 도입할 정보의 비대칭은 창업 실패사례 공유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문닫은 가맹점의 정보가 인터넷에 개방돼 있지 않다.
퇴직자들이 평생 모은 퇴직금을 들고 프랜차이즈에 몰려드는 것은 성공만 보여주고 실패사례를 보여주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다. 교육과 정보의 공개, 이 두 가지를 통해 자영업 창업의 명과 암을 제시해주는 것은 불필요한 국가자원 낭비와 중산층 몰락을 막기 위한 국가적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글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