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말 홍콩 샤우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HP의 ‘touch the web, print the web
WONDERFULY’ 행사는 단순하게 보면 제품 발표회였을 뿐이지만, 데스크탑과 노트북 같은 올드 디바이스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뉴 디바이스로 확장되고 있는 컴퓨팅 장치들의 흐름과 연결지어 보면 많은 것을 시사하는 행사였습니다. 무엇보다 PC라는
매개체가 필요한 종속형 장치일 수밖에 없던 프린터가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의 하드웨어 환경에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느냐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내놓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HP가 보여준 해법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따로 말하지 않아도 지금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는 한 가지 의문이 더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인쇄를 할까?”라는 것이지요. 지금 시점에서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왜일까요?
스마트폰/태블릿은 위협인가? 동반자인가?
이런 의문은 대개 스마트폰을 쓴 뒤에 인쇄물을 뽑지 않는 것 같은 변화를 감지한 이들로부터 시작한 것들입니다. 앞으로
어디에나 들고다니게 될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 장치의 화면을 통해서 보면 되는 것들을 굳이 인쇄를 해서 봐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니까요.
사실 저도 어느 정도는 이 의견에 공감합니다. 단, 프린터의 변화가 없다는 전제 조건을 붙인다면 말이죠.
프린터에 위협이 될까? 동반자가 될까?
‘프린터의 변화’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이용자가 프린터를 지속적으로
써야 할 이유를 찾게 하는 것입니다. 앞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보고 입력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프린터는
분명 더이상 필요도 없겠지요. 하지만 모두가 휴대 장치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장치에서 모든 컨텐츠를 다 소비할 수 없다면
프린터에게는 어떤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휴대장치는 PC를 통해서 출력을 했던 고전적 형태의 문서 출력을 상당히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e-메일이나 각종 문서,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화면으로 보고 있으니까요. 휴대 장치가 보급될수록 이 같은
문서나 컨텐츠를 출력했던 프린터의 역할은 빼앗길 것입니다.
프린터도 컨텐츠가 필요하다?!
이렇게 다른 휴대 장치에 빼앗기고 있는 컨텐츠는 PC에서 만들어진 것도 포함됩니다. 이는 PC의 주변기기로서 프린터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결국 프린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PC로부터 독립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컨텐츠가 필요하게
됩니다. 화면이 줄 수 없는 종이가 주는 감성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다른 장치에 빼앗길 수 없는 감성적 컨텐츠를 이용자에게 주는 방법은 하나 뿐일 겁니다. 프린터에서 뽑을 수 있는 컨텐츠를
공급하는 것이죠. 문제는 HP가 이 컨텐츠를 다 제공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수많은 컨텐츠를 HP가 만든다면
아마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불가능할 테니까요.
다양한 컨텐츠를 유통하는
경로를 갖추기 시작했다.
때문에 HP는 프린터에서 뽑을 수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컨텐츠 유통 환경을 구축합니다. 마치 응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실행함으로써 다양한 기능을 실행하는 스마트폰과 비슷하게 말이지요. 응용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는 없지만, 수많은 컨텐츠를
내려받도록 만들면 PC가 없어도 프린터로 출력할 꺼리가 생깁니다. 결국 프린터도 하나의 컨텐츠를 유통하는 경로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프린트를 할까요?
인쇄를 하지 않고 화면을 보는 것이 편할 때도 있지만, 종이의 질감을 살리면서 컨텐츠가 인쇄된 종이를 즐기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이를 테면 다른 장치 없이 유명한 요리 사이트의 요리 방법을 직접 뽑아 주방에 걸어 두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캐릭터 밑그림을 출력해 색칠을 할 수도 있겠죠. 신문사에 상관없이 원하는 뉴스만 모아서 정해진 시간에 프린트로 배달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을 PC나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부모님께 곧바로 보내드릴 수도 있을
겁니다.
쿠폰 인쇄 역시 프린터를
컨텐츠 유통 경로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프린트를 할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답은 이제
찾아야 합니다. 아직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은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이러한 컨텐츠가 온라인에 있고
e프린터에서 한 번쯤 뽑아서 즐겨보게 됐을 때 프린터는 다른 가치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PC에 의존해 출력하는 컨텐츠가 제한된
지금 인쇄물을 즐기는 것 역시 함께 제한되어 있다면, 앞으로는 수많은 컨텐츠 사업자가 자사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미디어로서 e프린터를 활용해 컨텐츠를 출력하면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프린트 컨텐츠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겠지요.
이는 6월 말 HP 행사의 기조 연설과 그룹 인터뷰를 했던 존 솔로몬 HP IPG 아시아 태평양 그룹 수석 부사장과 SK
마케팅앤컴퍼니의 진태준 부사장의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프린터는 100% PC에 의존하지만, 미래는 아닙니다. 모바일 디바이스가 급성장하면서 컨텐츠 제작과 배급을
프린터가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인쇄 컨텐츠 시장이 성장하면 2~3년 뒤에는 의미 있는 시장으로 커질
것입니다.” – 존 솔로몬 HP IPG 아시아 태평양 그룹 수석 부사장“우리는 새로운 회원을 모으기 위해 프린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쿠폰을 출력할 수 있는 미디어 가운데 하나로
활용해 기존 캐시백 고객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 진태준 SK 마케팅앤컴퍼니 부사장
결국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로 나아감에 따라 e프린터가 직접 소비할 거리를 주겠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휴대 장치에
빼앗기는 프린터의 역할에 전전긍긍하기보다 이러한 장치나 온라인에 있는 모든 컨텐츠의 소비를 늘림으로써 결과적으로 프린터의
사용량을 늘린다는 것이지요.
앞으로 프린트한다는 용어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나갈 수록 프린터에서 인쇄한 출력물이 아니라, 인쇄된 그
자체가 그 무엇으로 불리는 일이 일어날겁니다. 슈렉 캐릭터를 뽑아 색칠 공부를 하는
소재로 쓸 수 있고, 매일 배달되는 뉴스가 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이미 디지털 이미지를 프린터에서 뽑은 것을 두고 ‘사진’이라
불러왔지 않습니까. 결국 더 이상 인쇄하는 목적만 가진 프린터의 가치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수많은 컨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로서 역할을 바꾸는 시대를 지켜볼 때인
듯 합니다.
이러한 프린터의 변화에 컨텐츠를 갖고 있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응답을 시작했고, 이제 소비자의 선택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2~3년 뒤 e프린터들을 의미있는 성적표를 받게 될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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