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19)] 영국의 스타트업을 방문하다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이번에는 런던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현재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인 글로벌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생생한 체험을 위해 런던을 방문 중에 있습니다.

글로벌K-스타트업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구글코리아가 합심해 만든 행사로 지난 3월 참가 기업을 모집하였는데 채팅캣(ChattingCat)의 기술파트너이신 김영한 대표님께서 “영어단어 소셜 앱 – 브레인가든”으로 이 대회에 도전장을 내미셨고, 나중에 제가 합류해 구글상이라고도 부르는 특별상을 수상하게 되었답니다. 이의 결과로 총 여섯 팀(노리, 프로그램스, 말랑스튜디오, 클래스팅, 브레인가든, 피그트리랩스)이 현재 2주간 런던, 실리콘벨리의 벤처 생태계를 탐사 중입니다.

시기적으로 채팅캣 런칭 직후인데다 올해 첫 행사라 조금 걱정했는데, 일주일 지내 본 바로는 알찬 구성이 돋보이는 매우 만족스러운 행사입니다. 저희 여섯 팀이 현지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가 공개되면 내년 글로벌K-스타트업 경쟁은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주 일정에는 수상팀, 행사 관계자분 외에도 블로터닷넷의 정보라 기자님과 서울경제의 유주희 기자님께서 동행해 밀착 취재를 하고 계시니 자세한 내용은 구글링해서 보세요! 저는 런던 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경험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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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타트업의 허브 TechCity 방문 – 왜 런던이 뜨는가?

런던 일정 첫 날, 글로벌K스타트업 팀은 떠오르는 스타트업의 요지인 런던의 TechCity를 방문했습니다.

TechCity란? 런던 동쪽에 위치한 테크시티는 미국의 실리콘벨리를 모델로 삼은 유럽 스타트업의 허브입니다. 2008년 약 12개의 미디어, 하이테크 회사로 시작했고, 2012년 현재 1000여개의 회사가 들어서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wiki 참조)

왜 런던이 주목받고 있나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벨리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에 TechCity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실리콘벨리 대비 런던이 스타트업에게 매력적인 이유’를 물었습니다.

답변인 즉, 스타트업에 중요한 것은 시장과 자본의 접근성인데 런던은 한 도시 안에 모든 것이 다 있어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자원의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도시 곳곳에 즐비해 인재가 넘치며, 금융의 중심지이자, 디자인의 요지이고, 법적 자문이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도시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한편, 글로벌 언어인 영어 사용으로 유럽의 다른 대도시에 비해 장점이 있어 유럽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업종 뿐만아니라 문화, 언어적 배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다른 나라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경우에 좋겠죠. 채팅캣이 현재는 영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향후 각국의 언어를 추가하고자하는데 다양한 네이티브 스피커를 만날 수 있는 런던에 채팅캣을 세우면 장점이 많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또한, 런던은 아시아와 7시간, 미국과 8시간 시차 때문에 글로벌하게 소통할 경우 매우 적합한 지역입니다. 미국에서 한국과 일하려면 밤낮이 바뀌는데 그런 문제가 다소 해소될 수 있겠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물가가 비싸고, 최근 크게 변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실패를 대하는 태도는 아직 미국만큼 열려있지는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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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Serial Entrepreneur에게 묻다

오후에는 지난 20년간 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 창업 대선배 Gavin Starks씨를 만났습니다. 그가 현재 CEO로 있는 Open Data Institute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지만, 가슴에 남는 것은 그의 조언이었습니다. 저는 Starks씨에게 회사를 세우다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하우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그는 “창업자로 일하다보면 매순간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다보면 잘한 결정도 있고, 후회되는 결정도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너무 맘 쓰지 말고, 자신을 용서하라”라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는 또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끝이없기 때문에 매일매일 중요한 세 가지를 정해서 그것을 해 내면, “오늘은 잘 했다”고 여기라고 했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며 일희일비하는 제게, 때로 자책하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게 참 가슴에 와닿는 조언이었습니다.

아이템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생각 및 엑셀레이터 프로그램

스타트업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지 약 2년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듣다보면 비슷한 아이디어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런던에서 만난 Epicurely.com팀은 제가 지난 5월 시애틀 스타트업 위크앤드에서 제가 참여한 Table Surfing의 비즈니스 아이템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을 만날수록 정말 “아이디어는 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얼마나 빨리, 아이디어를 잘 구현시키는가, 즉 팀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겠죠.

그동안 유럽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중 많은 수가 미국에서 이미 검증된 사업 아이템의 복제판인 경우가 많았답니다. 그러다보니 ‘유럽의 스타트업은 미국의 카피캣이다’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하네요. 요즘은 그래도 점점 창의적인 아이템, 오리지널리티를 갖는 회사들이 출현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한편, 현재 런던에는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3개월부터 9개월까지 다양한데, 전반적으로는 미국 엑셀레이터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느낌입니다. 이 중 Springboard라는 엑셀레이터 프로그램에 현재 한국팀으로는 유일하게 FLITTO팀이 참여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지만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한 사람들에게 해외에 기반한 엑셀레이터 프로그램은 장점이 매우 많은 프로그램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미국이 창업자들의 파라다이스라면 영국은 한국과 미국의 중간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 런던 일정 중 독일에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나봤는데 놀랍게도 한국이 독일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 같습니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저희는 캠퍼스 런던을 운영하는 구글의 Eze Vidra씨를 만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었습니다. 그의 답변을 정리하면, 첫째는 커뮤니티입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엘셀레이터 프로그램, 창업 경진대회, 사람들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실제로 스타트업의 숫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숫자 게임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디어가 많고,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생겨야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시장이 커지고, 그 중 성공하는 회사도 나온다는 것이지요. 마지막은 문화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수입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다가 망하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Eze씨가 물었습니다. 누군가 대답했습니다. “자살해요.”

언젠가 칼럼에서 제가 미국은 창업자의 천국이란 말을 썼는데 바로 도전을 격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Eze씨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에서 나아가 실패를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타트업에 있어서 실패의 경험은 다음 번에 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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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낮시간 내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밤에는 채팅캣의 밀린 일을 하느라 몸살 날듯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지만, 이번 런던 스타트업 기행은 영국과 미국의 스타트업 비교 뿐아니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곧 꿈에 그리던 창업자들의 파라다이스 실리콘벨리에 갑니다. 매우 기대가 되는데요. 또 다시 정신없는 한 주가 되겠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질문하고, 악수하는 만큼, 더 많이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주에는 실리콘벨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씩씩한 한 주 되세요!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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