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 글로벌 서밋 2012′ 행사에 참석한 결과를 구글과 다음의 TV 전략 비교 측면에서 정리했습니다. 같은 목적의 TV 플랫폼 접근 전략이지만, TV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양사에 온도 차가 있습니다. 앱과 웹을 강조하는 구글과 컨텐트를 강조하는 다음, 이에 따라 양사가 구사하는 사업 전개에 다소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정리해보죠.
이번 행사의 제 관전 소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말하는 기술도 같고, 서비스도 같고, 심지어 일하는 사람도 같더라 (다소 농을 섞어) 표현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TV는 어려운 숙제이고 아직도 그것을 강산이 변하도록 풀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 행사는 여전히 정부-제조사-네트워크의 전통적인 삼각 편대의 울타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구글과 다음이 참가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제법 비싼 비용에도 굳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던 이유이기도 했지요. 양사 TV 사업의 핵심 임원인 구글 TV의 전략적 제휴 책임자 미키 킴(Mickey Kim) 상무와 다음 TV 정영덕 대표이사가 강연자로 나왔습니다. (두 분 모두께 개인적으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바, 구글과 다음 모두 광고 수익 기반의 인터넷 사업자로서 커버리지 확장과 새로운 수익원의 창출을 목적으로 각각 구글 TV와 다음 TV+라는 비슷한 TV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V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구글: TV는 새로운 웹과 앱의 장
우선 구글 임원의 얘기를 먼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러 스크린의 등장으로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 것 같지만, 오히려 늘고 있고, 케이블의 등장이 지상파의 대체가 아닌 몇백 개의 채널을 추가한 것처럼, 수백만 개의 인터넷 컨텐트도 TV에 추가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말했습니다.
스마트 TV의 3대 필요 사항으로 초고속 브로드밴드, 리치 컨텐트와 기술의 발전을 통한 웹의 성숙, 그리고 고성능 TV 칩셋을 꼽았는데, 지금 그런 필요 사항들이 무르익은 상태죠.
‘TV+인터넷’의 방향성은 시청자가 원하는 컨텐트를 잘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인게이지먼트가 강화되어야 하는 것, 컨텐트의 글로벌/로컬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것에 있다고 했습니다. 플랫폼으로서의 방향성은 풀 웹브라우징과 앱 생태계, 그리고 TV에 특화된 수익모델 창출을 언급했습니다.
미키 김 상무의 풀 웹브라우징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모바일폰들이 어떻게 하면 웹을 구겨 넣을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폰이 사파리 브라우저로 풀 웹을 지원하자 웹을 통해 수많은 컨텐트들이 그냥 모바일로 들어와 버렸다. 그렇게 되니까 웹사이트들의 트래픽이 스마트폰에서 들어오기 시작했고, 오히려 역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UI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풀 브라우징 기능으로 자연스럽게 TV에 맞는 웹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이죠. 하지만 스마트폰과 TV에서의 브라우징 행태가 같을 것인가의 의문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 말은 즉, TV에서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생태계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되니까요. 일단 현재는 구글의 선도로 이미 제법 많은 사이트가 TV에 최적화된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선순환 여부는 두고 봐야겠죠.
미키 킴 상무는 구글 TV를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TV용 앱과 웹을 통합해서 안드로이드 기반 위에 제공하는 TV 서비스다. 실제 구글 TV가 주력하고 있는 주요 서비스가 유튜브, 구글플레이, 크롬, 검색이라고 하는 말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치채기 포인트는, TV에서 가장 중요할 ‘컨텐트 공급’이라는 말을 아끼고 웹과 앱을 부각함으로써 자연 발생적인 생태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 하지만 굳이 말은 안 했어도 유튜브를 중요한 컨텐트 파이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다음: 인터넷을 통한 비디오의 TV 귀환반면, 다음 TV의 정영덕 대표이사의 강연 내용은 이렇습니다.
컴퓨팅의 PC, 커뮤니케이션의 모바일과는 달리, TV 소비의 핵심은 동영상이고, 그 동영상 소비의 흐름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TV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 대표이사가 다음에 입사하던 시절에 홈비디오 시장이 1조 원 정도 되었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여 그 2배인 2조 원 규모라고 생각하면, 올해 2천억 원 매출로 매년 더블 업의 비약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VOD 사업에 아직도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글과 비슷한 통계를 언급했는데, 여전히 TV 시청 시간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상파 등 실시간 방송 시청은 줄어들지만, VOD 이용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VOD 가시청 가구(IPTV+디지털케이블 가입자)가 1,000만 명이나 되는 기반이 있죠. 소비의 7~80%가 엔터테인먼트인 태블릿을 세컨더리 TV로 본다는 말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방송 ARPU가 1만 원도 안 되는 저가 구조라 잘 못 느끼지만, 거의 100달러 정도 하는 미국은 유료TV를 최소화하고, 대신 넷플릭스 같은 OTT(Over-the-top) 서비스로 대체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 코드 쉐이빙(cord shaving)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여기서 다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는, 기술 주도가 아니라 사용자 주도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한데, 예를 들어 N 스크린의 관점도 클라우드, DLNA 등 기술 솔루션이 아니라 방송 연동 등 사용자 관점의 접근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가전사, 통신사 등 사업자들은 이쪽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는데, 다음처럼 사용자의 행태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오퍼레이터 관점의 ‘근육’이 강한 사업자와 다른 쪽 근육이 강한 사업자가 함께 힘을 합해 소비자 관점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자가 위너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질의응답에서 다음 TV의 판매량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현재 약 2만 대가 팔렸다고 하는군요. 미키 킴 상무가 ‘완성되지 않은 베타 같은 제품’이라 표현했던 구글 TV 버전 1도 1백만 대가 팔렸다는데, 시장 크기의 차이를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대기업 제품은 5천 대도 못 팔고 퇴출당하는 것에 비하면 큰 성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질문을 하나 했는데요, 구글 TV처럼 다양한 제조사 협력을 통해 커버리지 확대를 하는 전략을 다음도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TV를 태블릿에 넣는다는 말도 했었고, 디지털 케이블 셋탑박스에 넣는 것도 모색 중이라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플랫폼의 커버리지 확보 전략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정 대표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현재 플랫폼 확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결합 지점에서 새로운 생태계나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것이다. 구글은 플랫폼 전략이지만, 우리 생각에 TV라는 것은 인게이지먼트가 더 세야 한다. 모바일처럼 구글 플랫폼만 가지고는 승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려면 하드웨어 인게이지먼트가 더 밑단까지 내려가야겠다 생각해서 하드웨어 서비스까지 설계하게 된 것이다. 구글 TV나 아이튠스 앱스토어나 아직 TV에 (완벽히) 호환되거나 생태계가 구성된 게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뭐가 더 좋아지는지가 명백지 않다. TV 쪽은 적어도 하드웨어 인게이지먼트가 더 돼야겠다. 하드웨어 벤더와 통신사, 케이블사와 적극적인 관계를 하고 있다.
원하는 모양을 더 잘 만들어내기 위해 하드웨어 설계까지 했고, 사용자 입장에서 그 경험에 대한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가치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는 말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다음의 기본적인 사업 모델은 구글과 다를 바 없는 광고 모델이 주력이니 커버리지 확대라는 것은 필수겠죠.
누군가 던지신 마지막 질문에서 다음과 구글의 현재 TV 전략을 가르는 중요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다음 TV의 하드웨어 성능이 다양한 앱을 돌리기 위해 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다음은 당장은 앱보다는 컨텐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푹(Pooq), 에브리온TV(EveryOnTV) 같은 동영상 앱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했으며, 하드웨어 성능만 무조건 올려 예를 들어 게임이 대박 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성능 경쟁에 동의할 순 없지만 향후 차세대 버전에서 성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지만요.
구글이 TV의 성능과 다양한 앱, 웹 서비스가 돌아가는 환경 구축에 주력하는 데 반해, 다음은 일단 컨텐트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일장 일단이 있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정영덕 대표이사가 강조한 말에 이미 있습니다.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구글이 해결할지, 다음이 해결할지는 미키 킴 상무가 미리 답을 했죠.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ZwvI7F